곰팡이와 미생물, 좋은 물 햇살 바람 더하니 "이맛이야∼"

입력 2015-12-05 01:00:03

우리나라 유명한 장의 고장들

영주 부석면 남대리에서 된장을 만드는 제조자들이 가마솥에 부석태를 삶고 있다. 영주 마경대 기자
영주 부석면 남대리에서 된장을 만드는 제조자들이 가마솥에 부석태를 삶고 있다. 영주 마경대 기자
몽고간장은 메주를 띄운 전통방식으로 제조해, 색깔과 맛이 담백하다. 최소 6개월 이상 발효해야 제 맛이 난다. 몽고간장 제공
몽고간장은 메주를 띄운 전통방식으로 제조해, 색깔과 맛이 담백하다. 최소 6개월 이상 발효해야 제 맛이 난다. 몽고간장 제공
순창 고추장은 전통적인 제조 방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색깔이 약간 짙다. 순창군 제공
순창 고추장은 전통적인 제조 방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색깔이 약간 짙다. 순창군 제공

전국 각 지역에는 유명한 발효 장이 있다. 이 장들에는 발효과학이 숨어 있다. 좋은 물을 사용하는 것은 기본이며, 곰팡이와 미생물 그리고 햇살과 바람이 빚어내는 발효 장의 알싸한 맛의 비밀이 숨어 있다. 대한민국이 자랑하는 김치류, 장아찌류, 국류 등도 발효과학이 숨어 있는 장이 없다면 나올 수 없는 음식들이다. 이 장의 대표적인 3인방은 누가 뭐래도 된장'간장'고추장이다.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장류 대표 3인방의 고장을 잘 들여다보면, 그럴 만한 이유를 알 수 있다.

#1. 경북 영주 명품 '부석태 된장'

"전국 최고의 명품 된장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경북의 명품 된장으로도 우뚝 섰죠."

국내 최초로 장려품종으로 인증받은 명품 콩 '부석태'로 만든 된장도 전국 명품 된장 중 하나로 각광받고 있다. 2013년 2월에 상표 등록을 마치고, 지난해부터 전국에 된장과 청국장을 판매하고 있다. 부석태 된장은 소백산 뒷자락 오지마을인 부석면 남대리에 터를 잡고, 남한강 발원지의 깨끗한 물과 부석태, 남도의 천일염을 이용해 만들어진다. 명품 브랜드 콩인 부석태는 영주지역에서만 재배가 가능하며, 국내에서 생산되는 콩 품종 중 콩알의 크기가 가장 굵어 100알의 무게가 40g(일반 콩 25g 내외) 수준인 극대립종이다.

영주시는 명품 콩을 이용한 된장사업에 나서고 있다. 사업비 150억 원을 들여 부석면 임곡리 17만 8천500㎡의 부지에 체험관, 수장고, 연구실 등을 갖춘 콩 세계박물관 및 친환경생태체험단지 조성공사도 마쳤다. 이와 함께, 부석면과 남대리 마을은 매년 된장 담그기 체험행사를 열고 있으며, 전국에서 쇄도하는 참여자들로 인해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다.

#2. 경남 마산의 자랑 '몽고간장'

"미네랄과 칼슘 함량이 풍부한 최우량 수질로 만든 양조간장."

경남 마산은 '몽고정'이라는 우물 하나 때문에 전국 최고의 간장 도시가 됐다. 고려 충렬왕 원년에 몽고군이 일본군을 정벌하기 위해 고려군과 힘을 합쳐 여몽연합군을 형성하고, 당시 합포(현재 마산)에 주둔할 때 병사들에게 식수를 공급하기 위해 판 우물이 '몽고정'이다. 그런데 이 몽고정이 700년 넘는 세월 동안, 가뭄에도 마르지 않을 뿐 아니라 최고의 수질을 자랑하는 우물이 됐다. 이 우물을 이용해 만든 것이 바로 마산의 명품 '몽고간장'이다.

1905년에 창업한 ㈜몽고식품은 110년 동안 간장류 제품으로 탄탄대로를 걸어오고 있으며, 2015년 현재 전 세계 30여 개국에 간장을 수출하고 있다. 몽고간장은 몽고정에서 나오는 좋은 물뿐만 아니라 국내산 좋은 재료(콩류)를 사용하며, 100년 넘게 지켜온 간장 만드는 제조법을 자랑하고 있다.

최고의 국물요리사로 불리는 '조선간장'은 전북 순창에서 자란 100% 국내산 콩으로 만든 메주를 띄워 전통방식으로 만들며, 색깔과 맛이 담백하다. 메주는 우수종균 2종을 혼합 사용해, 조선간장 특유의 비릿한 냄새를 줄였다.

#3. 전북 순창 '고추장의 고장'

"섬진강 상류의 지하 암반수, 순창의 태양초와 콩, 늦여름에 메주를 띄워 겨울에 고추장을 담금, 만드는 사람들의 노하우."

1800년대 이규경이 쓴 '오주연문장전산고'에 전북 순창과 충남 천안의 고추장이 유명하다고 적고 있다. 1740년대 저작인 '수문사설'에는 순창 고추장의 제조법이 기록돼 있다. 전북 순창은 이미 조선 중기에 고추장의 고장으로 인정받은 셈이다. 순창 고추장이 전국적인 명성을 얻은 것은 1980년대 후반이다. 우체국 택배 시스템이 만들어지면서, 이 택배망을 타고 전국으로 팔려나갔다. 현재는 식품 대기업도 순창에 공장을 짓고 '순창 고추장' 브랜드를 팔고 있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순창 고추장을 만드는 40여 가구는 그 비법을 보호하기 위해 1997년 순창 고추장 민속마을도 조성했다.

순창에서 늦여름에 메주를 띄우는 이유는 습기가 많아 발효가 잘 되기 때문이다. 겨울에 고추장을 담그는 것은 서서히 숙성돼 단맛이 깊고 신맛이 나는 것을 없애기 위함이다. 특히 순창은 분지여서 사계절 습기가 많고, 이 기후가 고추장의 발효균을 활성화하여 맛이 깊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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