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300㎞쯤 북쪽에 위치한 서울의 겨울은 몹시 춥다. 남쪽에서만 겨울을 보내왔던 기자는 서울의 초겨울 추위에 벌써 주눅이 들었다. 여태 경험하지 못한 차가움에 이 겨울, 북풍한설(北風寒雪)을 어떻게 견뎌내야 할지 걱정이 앞선다.
더욱이 국회의사당이 있는 여의도는 서울에서도 매섭게 바람이 부는 곳으로 유명하다. 섬인 까닭에 사방에서 바람이 불어오고, 그나마 한쪽은 고층 건물들이 밀집해 병풍 역할을 하지 않을까 기대해보지만, 이 또한 큰 착각이다. 빌딩들은 사이사이 바람골을 만들어 일시에 더 강한 바람을 뿜어 내도록 하는데 마치 한겨울에 에어컨을 튼 것과 같다.
이런 여의도에 지금 또 하나의 바람이 일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부는 '바람'(風)이다. 역대 선거에서도 바람은 언제나 있었으니 별스러울 건 없다.
4'13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여의도발(發) 바람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고, 이슈마다 새로운 바람이 불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경험으로 볼 때 선거판을 요동치게 했던 바람의 상당수는 알맹이 없이 감성이나 이미지만 부각하는 측면이 강했다.
이 탓에 합리적인 논쟁은 찾기 어려웠다. 실체 없는 바람은 힘이 필요한 세력들에게, 또 이에 의존하려는 자들에게 하나의 좋은 '구실'을 제공하기도 했다.
공천과 당선이라는 최종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는 자들은 그 바람을 등에 업기도 했고, 역풍(逆風)을 맞아 고꾸라지기도 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바람이 불고 있다.
야권에선 신당 바람이 살랑이고 있다. 최근 두 번의 재보선 패배, 당 내부의 계파 갈등 등에 휩싸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 10월 박준영 전 전남지사의 신민당(가칭) 발기인 대회를 시작으로, 천정배 무소속 의원(광주 서구을)이, 또 박주선 무소속 의원(광주 동구)이 각각 추진위원회를 출범시키며 신당 창당을 알렸다.
여권에선 '박풍'(朴風'박근혜 바람)이 일기 시작했고, 대구경북은 그 영향권에 들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진실한 사람들을 선택해 달라"는 대국민 호소를 하면서 배신의 정치에 대한 '물갈이론'을 통해 박 대통령을 성공한 대통령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박풍이 기지개를 켠 것이다.
근데 벌써 별 비전도 없이 박풍을 업고 'TK' 무혈입성을 꿈꾸는 인사도 나타나고 있단다. 선거일까지 또 어떤 바람이 대구에 불어닥칠까. 이왕이면 '삭풍'(朔風)이 아닌 '온풍'(溫風), '신바람'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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