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설치 농가 500곳·마을 100곳 2018년까지 지원
경상북도는 농촌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 전기를 생산하고 판매해 농가가 일정한 소득을 얻도록 하는 '햇살에너지농사' 사업을 추진,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이 사업은 기후변화 시대를 맞아 신재생에너지를 확충하고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농업 분야의 경쟁력 확보는 물론, 마을 단위 에너지공동체를 통한 마을 공동 복지기금 마련을 위해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경북도는 2018년까지 개인 농가의 축사나 토지, 마을회관 공유지, 유휴부지 등에 태양광시설 설치를 지원하고 있다. 분야별로는 개인 농가형(설비용량 10~50㎾)은 500개 농가에 태양광시설 설치자금을 지원한다. 농업진흥기금(가구당 5천만원)을 연리 1%, 3년 거치 7년 상환조건으로 융자해 주고 있는 것이다.
또 마을공동형(설비용량 100㎾)은 100개 마을에 마을당 2억5천만원을 개인농가형과 같은 조건으로 지원한다. 이와 함께 공공임대형(설비용량 500㎾)의 경우에는 20명의 민간사업자에게 공공시설 임대 및 일정기간 사용 후 시설의 기부채납 조건으로 1억2천500만원을 지원 중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햇살에너지농사는 자체 에너지를 생산해 농사를 짓는 것은 물론, 발전사업자가 전력 공급으로 개인농가형은 연간 1천700만원, 마을공동형은 4천500만원, 공공임대형은 2천500만원의 수익을 낼 것으로 전망되는 등 농외소득 창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마을 전체가 수익 캐는 태양광 밭
쓸모없는 산비탈의 노는 땅을 활용해 햇볕으로 전기를 생산, 연간 6억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는 구미 산동면발전협의회(회장 김중곤)가 주목받고 있다.
해마다 태양광으로 전기를 생산해 6억원 이상 소득을 얻어 주민복지증진 사업을 벌인 뒤, 남은 수익금은 15개 마을로 골고루 나눠 마을기금을 차곡차곡 불리고 있는 것. 인근 지역 주민들의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산동면발전협의회는 도중리 임야 5만여㎡에 태양광 전지판 4천389장을 설치한 태양광발전소를 건립해 1일 평균 3천800㎾(연간 1천380㎿)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생산한 전기는 2011년부터 에너지관리공단과 발전차액지원제도에 의한 계약을 체결해 20년간 ㎾당 436.50원에 전량 판매해 연간 5억~6억여원의 수익을 보장받고 있다. 햇볕 전기 생산으로 연간 900여t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하는 결과도 얻어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는 셈이다.
산동면 태양광발전소의 건립은 구미시 환경자원화시설이 계기가 됐다.
지난 2005년 구미시가 생활쓰레기 처리를 위해 환경자원화시설 건립에 나섰지만, 혐오시설로 인식되면서 주민의 반대로 어려움을 겪던 부지 문제 해결을 위해 공모에 나섰고, 산동면 주민들이 이를 유치했다. 덕분에 마을발전기금으로 100억원을 받았다. 이 돈은 산동면발전협의회 발족의 마중물이 됐다. 산동면발전협의회는 2005년 당시 면내 주소를 두고 거주하는 가구주 970여 명에게 회원 자격을 부여했다.
갑작스러운 거액의 돈벼락을 맞은 회원들은 한동안 고민에 빠졌다. 거액의 돈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방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 많은 회원은 "세대 수로 나눠 갖자. 마을별로 나누자. 원금은 지키면서 이자 수익으로 복지사업을 펼쳐야 한다"며 각자의 이해득실을 따져가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한동안 산동면 전체가 시끌벅적했다.
마을 대표 회의와 사업설명회 등을 통해 태양광발전소를 건립하기로 최종 의견이 모였다. 진통을 거듭했던 산동면발전협의회는 2010년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전기 생산을 시작해 매년 6억원 이상 소득을 올리고 있다. 이는 마을 전체 한 가구당 60만원 이상 농외소득을 얻는 효과다.
또 태양광발전소 건립을 위해 10억여원에 매입한 5만여㎡의 땅이 임야에서 잡종지로 지목이 바뀐데다 인근 국가산업5공단이 건설되면서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 매입 당시보다 10~20배 비싼 값으로 평가되고 있다.
산동면발전협의회는 전기 생산으로 얻은 수익금 가운데 4억원을 면민 소득증대 사업으로 15개 마을에 지원하고 있다. 1억원은 사업 확장을 위한 적립금으로 모아두고, 남은 수익금으로 경로당과 노인회, 생활체육회, 자원봉사단체, 초'중학교 등에 지원하고 있다.
산동면발전협의회 김중곤 회장은 "전기 판매 수익금으로 면 발전과 면민 복지증진을 위한 사업을 활성화시키고 있다. 혐오시설로 인식되던 환경자원화시설 유치가 오히려 면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며 "현재 적립된 기금 36억원을 들여 현재 규모의 태양광발전소 추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이 완료되면 2배의 전기 생산으로 수익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기대했다.
◆축사에도 내리쬐는 햇살에너지
김천시 어모면에서 한우 사육을 하는 최용준(41) 씨는 3년 전 축사 위에 설치한 태양광발전 설비 덕에 한 달에 약 100만원의 농외소득을 올리고 있다.
최 씨는 지난 2012년 말 지인의 소개로 30㎾ 규모의 태양광발전 설비를 축사 지붕 위에 설치했다. 설치 비용 1억원은 정부의 지원을 통해 1%의 저금리로 융자받아 목돈 지출 없이 설치할 수 있었다.
최 씨는 태양광발전 설비를 설치할 당시에는 이처럼 짭짤한 소득을 올릴 것으로 생각하진 못했다고 했다. 오히려 큰돈을 투자했는데 설치 업체의 말과 달리 소득이 발생하지 않을 경우를 우려했다. 그러나 태양광발전 설비의 설치가 끝난 후, 생산된 전기를 입찰을 통해 서부발전에 판매를 시작하고는 기우였음을 알았다.
그가 서부발전과 계약한 금액은 1천㎾당 14만원, 계약 기간은 12년이다. 최 씨의 경우는 축사 지붕 위에 설치해 1.5%의 금액을 추가로 받는다.
최 씨는 지난 3년 동안 한 달 평균 3천500~3천600㎾의 전기를 생산해 판매했다. 한국전력이 기본으로 사주는 금액과 서부발전에 판매하는 금액을 합하면 연간 1천200만원 상당의 수익이 발생하는 셈.
태양광발전 설비는 특별한 관리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설치 업체는 패널이 오염되면 청소를 해야 한다고 했지만, 축사 지붕에 설치된 태양광발전 설비의 특성상 청소가 불가능해 3년 동안 그대로 뒀다. 하지만 발전효율이 떨어지는 경우는 없었다고 했다. 비가 오면 자연적으로 세척되기 때문이다.
설치 업체는 태양광발전 설비의 수명이 20년 이상이라고 했다. 최 씨는 10년이면 원금과 이자를 갚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나머지 10년 동안의 발전 수익은 모두 최 씨 몫이다.
최 씨처럼 태양광발전이 짭짤한 소득을 올린다는 소문이 돌자 최근 축사 지붕 위에 태양광발전 설비를 설치하려는 농민들이 늘고 있다. 더구나 농업진흥구역의 경우, 올해 말까지만 설치할 수 있기에 부쩍 설치 허가 요청이 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생산한 전기를 매입하는 전력회사들이 계약 단가를 1천㎾당 8만원대로 낮춰, 소규모 태양광발전은 생각보다 큰 이익을 낼 수 없다. 다만 100㎾ 이상 대용량의 경우는 아직 경제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최 씨는 "기회가 된다면 축사 지붕 위 태양광발전설비를 100㎾까지 늘리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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