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토종건설사 '우방' '청구' 키워낸 1988, 응답하라!

입력 2015-12-03 02:00:04

드라마 배경 시대 건설 부흥…수성구 지산·범물에 아파트 붐, 전국 호령하는 건설사로 성장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는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대구 건설업계에 회자되고 있다. 1988년은 대구 건설계에서 그야말로 큰 족적을 남긴 해로 기억되기 때문이다.

지역 건설업계에 따르면 1988년부터 수성구 지산'범물 등에 신도시가 세워지고 아파트 붐이 일기 시작했다. 한 전직 건설사 임원은 "드라마처럼 1970년대 후반부터 1985년까지 안정세를 보이던 부동산은 드라마 배경이 되는 1988년부터는 광풍이 불기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대구는 1987년 중반까지만 해도 극심한 부동산 침체기를 겪었다. 지역 A건설사가 궁전맨션을 분양하다 부도가 난 뒤 우방이 인수해 올림픽 직전인 1987년 입주를 시작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청구가 분양한 대구 남구 효성타운 1차 역시 같은 해 초반 분양했으나 성적이 저조했다.

당시 매월 쏟아낸 분양광고의 문구만 봐도 분양이 뜻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효성타운의 분양 광고는 3월엔 '가장 먼저 봄을 맞는 아파트 효성타운'에 이어 5월에도 '가족이 선택한 아파트 효성타운'이라는 광고글이 실렸다. 여름에는 '에어컨이 필요 없는 효성타운', 가을엔 '앞산 단풍을 재연한 아파트 효성타운' 등 일 년 내내 광고가 이어졌다. 당시 효성타운의 분양 광고를 담당했던 전직 직원은 "신문 광고만 50판 정도를 했던 기억이 난다"고 전했다.

하지만 1987년 말부터 지역 부동산 경기가 깨어났고, 1년 뒤인 1988년부터는 말 그대로 약진하기 시작했다. 이때 분양한 효성타운 2차는 프리미엄까지 붙으며 분양에 성공했다. 비슷한 시기 분양한 수성구 녹원맨션은 능인고 운동장에서 당첨자를 추첨할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1988년도부터 일기 시작한 부동산 열풍은 우방'청구 등 전국을 호령하는 토종 건설사들을 키워낸 산파 역할을 했다. IMF 사태 이전만 하더라도 굵직한 건설 사업은 대구 건설사들이 도맡았다. 도급 순위 100위권 업체에 청구'우방'화성'보성'동서'영남 등 7개사가 있었고 한라주택'대백건설'창신'평광 등도 200위권 안에 들었다. 이 밖에 삼산 등 10개사가 대구의 건설 곳간을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IMF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이들 대부분 업체는 부도를 맞는 등 10년 천하로 끝났고, 대구 건설은 이제 '응답하라 1988'을 재연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우방 출신의 애드메이저 조두석 대표는 "1988년은 대구 건설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인 동시에 큰 발자취를 남기는 자양분을 공급한 때"라며 "비록 지금은 청구'보성 등 굵직한 토종 건설사들이 사라졌지만 이들이 남기고 간 무형의 건설 유산은 대구 건설에 고스란히 투영됐다"고 밝혔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