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고도 경주 수학여행지? 국제컨벤션 행사 메카!

입력 2015-12-02 01:00:59

[경주 관광의 현재와 미래] ①2천만 관광시대를 준비하다

유커(중국인 관광객)들이 경주세계문화엑스포공원에 들어서고 있다. 중국 경제 부흥의 영향으로 최근 경주 관광산업은
유커(중국인 관광객)들이 경주세계문화엑스포공원에 들어서고 있다. 중국 경제 부흥의 영향으로 최근 경주 관광산업은 '유커 모시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경북관광공사 제공

"경주요? 옛날 어른들이 수학여행이나 가던 오래된 도시 아닌가요?"

최근 관광시장의 다변화와 뉴미디어 등 새로운 콘텐츠로 인해 관광산업이 보편화되면서 관광도시 경주의 위상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경주 관광의 위기는 몇 년간 정체된 관광객 수 등 여러 변화 지표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경주는 예전부터 국내 관광시장에서 확고한 위치를 자랑해 왔다. 경주시에 따르면 지난해 관광객 수는 1천300여만 명. 올해도 1천400만 명은 무난히 넘을 것으로 예측되며 곧 2천만 시대도 머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천년을 이어온 신라시대의 문화재와 보문단지 등 새로운 위락시설들은 별다른 산업 인프라 없이도 경주의 발전을 이끌어온 원동력이다. 관광도시로서 새로운 2천만 관광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경주의 현 과제는 무엇인지 짚어보기로 한다.

◆경북 관광의 선도

1970년대 산업화 시절, 경주는 상대적으로 타 도시에 비해 개발 순위에서 밀려왔다. 바다를 끼고 있는 해양환경과 서라벌의 너른 평야를 생각하면 일견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바꿔 말하면, 단순히 먹고살기 바빴던 그 시절에도 문화재와 속에 담긴 역사의 중요성을 인식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충실히 보존된 문화유산들은 경주를 국내 관광산업의 독보적인 지위에 올려놨다. 경주시 통계자료에 따르면 1979년 339만여 명이었던 경주지역 외부 관광객 수는 2010년 906만여 명 등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2011년 이후부터는 매해 1천만 관광객 수를 돌파했을 정도다. 이는 경북 전체 관광객 숫자의 약 절반에 해당하는 숫자다. 물론 경북에 방문한 이들이 경주에만 들르지는 않았을테지만, 최소한 경북에 방문한 관광객 중 반수 이상은 경주를 다녀갔다는 의미이다.

◆탄력 잃은 외국인 관광산업

그러나 경주 관광의 현주소가 마냥 장밋빛인 것은 아니다. 매해 늘어난 관광객 숫자에 비해 정작 외국인 관광객 수는 보합세를 띠거나 일부 관광지에서는 오히려 감소세를 기록했다. 늘어난 내수시장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에게 경주의 관광산업이 더이상 흥미를 끌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경주 관광의 미래를 생각했을 때 분명한 악재인 셈이다.

같은 기간 경주지역의 외국인 관광객 수는 1979년 20만여 명에서 1990년 52만여 명으로 대폭 늘었으나 이후부터는 2000년 57만여 명, 2010년 54만여 명 등 별다른 변화가 없다. 특히 경주의 대표적 관광특구인 보문단지는 외국인 관광객의 수가 지난 2000년 41만여 명에서 2010년 24만여 명으로 48%가량 급락했다.

이는 최근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구성 변화에서 그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과거 일본인이 주를 이루던 우리나라 관광시장은 일본 경제의 침체 및 중국 경제의 부흥 등 국제 정세와 맞물려 중국인으로 관광객 비율이 변화하고 있는 추세다.

타국의 문화, 특히 자국의 것과 비슷한 한국 문화에 관심을 보이던 일본인 관광객에 비해 중국인 관광객들은 방문국의 문화보다는 쇼핑 및 휴양체험시설에 더 열광한다는 것이 통설이다.

동북아시아지역자치단체연합 전재원 사무총장은 "중국 관광객들은 출신 지역, 소득 수준, 직업 등에 따라 특징이 다양하지만, 공통적으로 먹는 것을 중시하고 내기 등 즐기는 것을 좋아한다"며 "일반적으로 중국인들의 기호에 맞추기 위해서는 자연풍경이나 유적지보다는 지역의 특성에 맞는 특산품을 개발하고 면세점과 카지노 등 고급화된 여행 상품을 개발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잇따른 국제행사, 새로운 돌파구 될까

경주지역 외국인 관광객 수의 변화는 제주도 등 다른 지역의 관광산업이 발전해나가며 경주가 상대적으로 도태하고 있다는 의미로도 받아들일 수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은 서울 다음으로 제주도를 가장 많이 방문하고 있다. 제주도의 외국인 관광객 수는 지난 2013년 1천만 명을 넘어선 이후 1년 만에 1천400만 명에 육박했다. 1970년대 중반까지 경주와 제주의 외국인 관광객 수는 비슷하거나 오히려 경주가 앞서는 양상을 보였지만, 1980년대 초반부터는 전세가 역전돼 이제 3배가량 제주가 앞서고 있는 상황이다.

다행히 주춤하던 경주의 외국인 관광객은 지난 2012년부터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경주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국제행사 개최와 경북도의 중국 관광객 유치 정책이 조금씩 빛을 보고 있는 것이다.

지난 4월 '제7차 세계물포럼'을 시작으로 '세계한글작가대회', '세계한상대회', '극소형생물'화학분석시스템 국제학술회의', '글로벌 공동체 한마당' 등 올해에만 경주에서 126건의 대형 컨벤션이 열려 9천 명의 외국인이 찾았다. 또한 내년에도 '세계원전사업자협회(WANO) 총회', '제14차 세계유산도시기구 총회' 등 15건의 대형 컨벤션이 확정돼 있다. 각 대회마다 적게는 200명에서 최고 1천여 명의 외국인이 찾는 대형 행사이다.

경주시 관계자는 "과거 경주가 수학여행 등 문화유적답사지로서 전성기를 구가했다면 지금은 휴양과 문화체험 등 관광시장 자체가 변화하면서 경주도 동시에 변화를 요구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올해 3월 경주화백센터(HICO) 개관 등을 통해 다양한 국제 컨벤션 행사를 유치함으로써 경주를 단순히 문화재'관광도시가 아닌 국제 문화의 메카로 발전시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