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레이 1조3천억 투자…구미 5산단, 아시아 생산 기지로
#車'발열의자·우산·스포츠 의족
#효성, 탄소섬유 응용 제품 내놔
#항공기·자동차 시장 선점 노려
경상북도가 경북의 차세대 산업으로 탄소를 지목, 탄소산업 저변을 넓히기 위해 투자 유치 등 다양한 노력을 쏟는 가운데 전 세계 탄소 연구 및 생산기업들의 발걸음이 더욱 빨라지고 있다. 탄소의 적용 범위를 갈수록 넓혀가면서 설비 증설에도 힘을 쏟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경북도는 탄소산업 분야 세계 1위 회사인 도레이첨단소재를 정점으로 경북 탄소산업의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이는 구미에 탄소 전용 산업단지 마련을 서두르는 등 탄소 생태계 확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탄소산업 기술 진보, 일반인도 놀란다
지난달 말 서울 코엑스에서 열렸던 2015 창조경제박람회장. 섬유 소재 기업에서 탄소소재 기업으로 변모한 효성의 탄소 관련 제품들이 다양하게 선보였다.
일반인들의 관심을 가장 많이 끌었던 것은 역시 자동차. 효성은 행사장에서 탄소섬유를 응용한 제네시스 쿠페를 공개했다. 이날 선보인 제네시스 쿠페에는 모두 8가지 부품에 탄소복합재가 적용되면서 종전 150㎏에서 80㎏까지 몸집을 줄였다. 이로 인해 연비와 가속 성능이 2.2%, 4.7%씩 향상됐다고 효성은 설명했다.
가벼워졌다고 해서 강도가 약하다고 생각하면 오산. 탄소소재는 탄소 함량이 92% 이상인 소재로 강철보다 밀도는 낮으면서도 10배 이상 고강도를 가진 최첨단 소재. 이 때문에 가벼우면서도 더 강한 소재로 만든 부품은 큰 주목을 끌었다. 소재가 강철보다 강하면서도 연비 개선과 배기가스 저감 효과가 뛰어나다는 점에서 차세대 자동차는 대부분 탄소소재로 만든다는 계획을 자동차 회사들은 갖고 있다.
효성은 박람회에서 자동차 외에도 탄소 발열의자, 탄소섬유로 만들어진 우산과 버스 연료탱크 등을 내놔 관람객들의 관심을 이끌어냈다.
그뿐만 아니었다. 휠체어와 스포츠 의족 등의 의료 분야와 여행용 캐리어, 전자기타, 노트북 등 라이프'사무 분야 제품도 전시돼 가볍고 튼튼한 탄소소재의 특성을 잘 보여줬다. 일상 생활용품들까지 종이처럼 가볍지만 강철보다 단단한 탄소소재로 만들어지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닥쳐오고 있는 것이다.
◆탄소소재 기술 세계 1위 일본 도레이의 행보
도레이는 2017년까지 미국에 탄소소재 공장을 만들 계획이다.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에 탄소섬유인 '도레이카'와 '도레이카 프리프레그'의 생산 단지를 설립한다는 것이다. 도레이는 이를 위해 약 500억엔(약 4억600만달러)의 투자를 할 예정이며, 완공된 공장에서는 연간 2천t의 도레이카와 도레이카 프리프레그를 생산할 예정이다.
도레이의 미국 투자는 가장 큰 탄소소재 수요처인 미국 항공기 회사를 노리고 진행되는 것이다.
도레이는 미국 보잉사의 777 기종 제작에 사용돼온 도레이카 프리프레그의 납품 계약을 연장하기로 했으며, 787 드림라이너 기종에도 도레이카 프리프레그를 사용하기로 했다. 미국에서 탄소소재를 대량으로 만들어내야 할 필요성이 생긴 것이다. 보잉사가 만들어내는 787 비행기 소재의 절반 이상이 이미 탄소소재로 대체된 상태다.
도레이는 탄소소재의 또 다른 대형 수요처인 자동차 분야에도 발을 뻗치고 있다.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도레이는 이탈리아 화학업체 델타테크 지분을 최근 절반 이상 인수하기로 했다.
도레이는 델타테크 지분 55%를 약 50억엔(495억원)에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델타테크는 자동차 부품에 쓰이는 탄소섬유 가공 기술을 지닌 회사로 유럽 자동차업체들이 주거래 대상이다.
도레이는 자동차회사들이 최근 연비를 개선하기 위해 차량 경량화를 추진하는 것을 감안, 이번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레이는 세계 탄소소재 시장 점유율 32%로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세계 자동차 시장의 일류 브랜드가 몰린 유럽 자동차업체들과의 거래 관계를 이용, 사업을 강화할 방침이다.
◆국내도 예외일 수 없다
한국수자원공사와 구미시는 구미 산동'해평면에 만들어지고 있는 구미 5국가산업단지(하이테크밸리)를 내년 3월부터 분양한다.
한국수자원공사와 구미시는 지난달 27일 구미전자정보기술원에서 투자희망기업 등이 참석한 가운데 구미 5산단의 투자환경설명회를 가졌고 많은 관심을 이끌어냈다. 구미 5산단은 934만㎡(283만 평) 규모로, 분양될 산업용지는 510만여㎡이다. 이 중 도레이첨단소재㈜가 26만여㎡에 우선 입주할 예정이어서 5국가산업단지는 탄소소재 산업의 집적지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구미시는 도레이첨단소재를 중심으로 탄소산업 특화단지를 조성하는 등 구미 5산단을 융복합 탄소산업의 중심축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향후 탄소소재와 융복합이 가능한 전자의료기기, 자동차부품, 국방산업 등 기업 유치에 청신호를 켜줄 곳이 바로 5산업단지라는 것이다.
실제로 세계 탄소소재 시장점유율 1위 기업 도레이의 구미 생산기지인 도레이첨단소재는 구미산업단지에 오는 2020년까지 모두 1조3천억원을 투자, 탄소소재 생산기지를 만드는 중이다. 구미공장을 아시아의 생산거점기지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도레이는 2018년까지 약 3천억원을 들여 새만금산업단지 내 21만5천㎡ 규모의 부지에 고분자 첨단소재인 PPS수지와 PPS컴파운드 공장도 건설하고 있다.
대기업 대다수가 탄소소재에 관심을 쏟고 있다. 코오롱그룹 계열사인 코오롱글로텍은 탄소섬유 복합소재로 항공기 부품 등을 제조하는 중소기업 데크컴퍼지트를 최근 인수했다. 데크컴퍼지트는 경량화와 관련된 다양한 복합소재를 생산하고 있어 이번 인수가 자동차 경량화 관련 소재시장 공략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코오롱은 기대하고 있다.
정제 마진 축소 등의 여파로 향후 진로를 고민하고 있는 GS칼텍스, 가장 오래된 섬유 기업으로 소재산업에서의 기술 노하우를 쌓은 태광산업 등도 탄소소재 산업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연 20억달러 규모인 탄소시장 규모는 2030년에는 100억달러 이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경북도 박성수 창조경제산업실장은 "산업계 전체의 동향을 잘 파악해 탄소소재 산업이 경북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적 지원책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