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째 연료전지 연구 몰두 국내 최고 권위자 정종식 포스텍 신재생에너지연구소장

입력 2015-12-02 01:00:59

해외기업은 '눈독' 국내는 저평가…특허 여러 개이지만 기업 투자 인색

포토A스튜디오 이도협 작가 사진제공
포토A스튜디오 이도협 작가 사진제공

포스텍 정종식(63) 신재생에너지연구소장은 연료전지에 있어 우리나라 최고의 권위자로 손꼽힌다. 1989년부터 시작했으니 올해 27년째다. 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는 연료전지 관련 특허도 여러 개 갖고 있고, 3년 내에 최고의 기술력이 집약된 완제품도 만들 자신이 있다.

함께 연구한 후학들도 즐비하다. 포스코에너지 연료전지 분야에서 뛰고 있는 황정태 상무보도 그가 배출한 연료전지 박사 1호다. 미국과 프랑스에서도 그의 연료전지 기술을 탐낼 정도로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뤘지만 국내에서의 평가는 그리 후하지 않다.

스스로 '영업맨'이라고 말할 정도로 열심히 뛰어다니지만 기업들의 투자는 인색하다. 우리나라 전체 연료전지 관련 특허 가운데 40%를 갖고 있는 대구경북 기업들의 투자결정은 더 어렵다. 투자대비 성과가 너무 늦게 나타난다는 이유 때문이다.

정 소장은 2011~2014년 신재생에너지 테스트베드 6개 광역권 구축사업에서 연료전지 분야를 맡아 사업단을 운영할 때까지만 해도 연구만 몰두하면 그만이었다. 지난해 사업단 운영이 끝날 당시만 해도 그는 호기롭게 '다 된 연구를 멈출 수 없다'며 홀로 운영을 고집했다.

연구인력과 기자재 등을 유지하는데만 수억원이 들어갔지만, 개인 주머니를 털어가며 버텼다. 사업단을 운영하며 접한 많은 연료전지 부품과 시험평가에서 얻은 소중한 결과물을 사장시키지 않기 위함이다.

다행히 내년 경북도가 연료전지 사단법인(가칭)을 만들어 그의 연구를 잇는다고 해 일단 한숨은 돌렸지만, 장기적 안목에서 여전히 뚝심 있고 배포 큰 기업의 꾸준한 투자가 필요하다. 물론 그에게 손을 내미는 기업이 없는 건 아니다. 외국기업이라는 게 마뜩잖아 그가 고개를 저을 뿐이다.

"외국 기업이 눈독 들이는 건 그만큼 전망이 밝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이를테면 경유를 규제하게 되면 정박한 대형 선박에 연료전지가 필요하게 될 겁니다. 그것만 팔아도 얼맙니까. 우리나라가 1등이 돼 이끌 분야를 외국기업과 머리를 맞댈 이유는 없지요."

그가 연료전지에 푹 빠진 이유는 뭘까? 그는 세계 여러 나라가 연료전지에 매달리면서도 짧은 수명 해결 등과 같은 확실한 '답'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너무 어렵고 정교하기 때문인데, 그는 이것이 바로 연료전지의 매력이라며 웃었다. 두 번째는 우리나라에 가장 적합한 신재생에너지 사업이라는데 있다. 풍력은 면적의 문제로, 태양광은 기후 등 환경적 요인으로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자원 없는 작은 땅덩어리에서 제대로 팔아먹을 수 있는 에너지 기술이 연료전지뿐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연료전지 사업을 이끌어갈 기반은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정부와 기업도 '해야한다'는 마인드가 있고, 고급기술도 많이 보유하고 있는데다 부품을 조립해 완성품을 만드는 손기술도 최고수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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