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중 FTA 기금', 총선 겨냥한 포퓰리즘이다

입력 2015-12-01 01:00:06

여야가 국회 본회의에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을 통과시키면서 1조원 규모의 농어촌 상생협력'지원기금(기금) 조성안도 함께 처리한 것은 내년 4월 총선을 겨냥한 포퓰리즘이다. 한'중 FTA에 따른 피해 농어촌 지원이라는 그럴 듯한 명분을 내걸었지만, 기금의 실제 쓰임새는 피해 보전이 아니기 때문이다. 농어촌에 그냥 돈을 풀 수는 없으니 피해 보전으로 포장한 것이다.

기금은 매년 1천억원씩 10년간 조성해 농어촌 자녀 장학사업, 의료'문화 지원사업, 주거생활 개선사업, 농수산물 상품권 사업 등에 쓰인다. 한'중 FTA에 따른 피해에 대한 직접적인 보전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농수산물 개방 수준이 매우 낮다는 것이다. 농수산물 개방 수준은 품목 수 기준 70%, 수입액 기준 40%로, 역대 FTA 최저 규모다. 전체 농산물 1천611개 가운데 63.4%(1천22개)를 초민감 품목 또는 민감 품목으로 지정해 낮은 수준의 개방으로 유도했고, 초민감 품목 581개 중 548개(94.3%)는 양허에서 제외됐다.

더 큰 문제는 한'중 FTA로 혜택을 본 기업의 자발적 기부를 받는다고 하지만 그 혜택이 한'중 FTA에 따른 것인지, 기술 개발이나 경영합리화 등 기업 자체 노력의 결과인지 구분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리고 기부 대상 기업의 범위는 어디까지여야 하는가라는 문제도 있다. 중소기업까지 포함하면 그나마 한'중 FTA 발효로 트인 숨통을 다시 막는 꼴이고, 대기업만 대상으로 하면 그 자체로 형평성 위반이다.

그뿐만 아니다. 기부한 기업이 중국과 교역에서 계속 이익을 내다가 손실을 본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기부금을 내지 않는 것으로 그쳐야 하는지 아니면 혜택을 봐서 기부한 만큼 손실을 봤으니 기금에서 보전해줘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도 남았다. 이중과세 시비도 벗어날 수 없다. 중국과 교역에서 이익을 냈다면 그 기업은 당연히 세금을 낸다. 이에 추가해 기부금을 내라는 것은 사실상 이중과세다. 그동안 이런 문제점들은 여러 차례 지적됐지만, 여야는 결국 귀를 닫았다. 국회에서 의사봉만 두드리면 못할 것이 없는 '입법 폭력'의 재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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