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2위 월배 e-mart 매출, 부동산 업고 만촌 꺾었다

입력 2015-12-01 01:00:06

대형마트 지각변동 '뚜렷'…아파트·테크노폴리스·국가산단 호재로 월배점 1위

대구지역의 유통 질서가 재편되고 있다. 대구의 부동산 시장이 활황기를 맞으면서 신규 택지개발지구가 속속 조성된 데다 매머드급 백화점까지 대구 진출을 목전에 두고 있어서다.

◆이마트 매출 규모로 본 유통 지도

대구지역 이마트의 2014년 매출을 살펴본 결과, 신규 아파트 분양과 입주가 가장 많았던 달서구 월배점의 매출 상승이 뚜렷했다. 지난해 대구 이마트의 매출 순위를 보면 수성구 이마트 만촌점에 이어 만년 2등이었던 달서구 월배점이 1위를 차지했다.

만촌점은 주변의 신규 아파트 입주 등 큰 호재가 없었고, 2010년과 2011년에 연이어 오픈한 홈플러스 황금점과 스타디움점 때문에 벌어진 시장 나누기가 매출 하락 요인으로 꼽혔다.

반면 월배점은 매출 호재가 지속됐다. 2002년 문을 연 뒤 지금까지 아파트 분양과 입주가 속속 이뤄지고 있고 테크노폴리스, 국가산단 등 인근 지역의 부동산 호재가 매출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5년 전 도심의 칠성'성서점보다는 매출이 한 단계 낮아 반야월점과 비슷한 수준을 보이던 경산점 역시 매출 상승 곡선이 뚜렷했다. 인접한 경산 중산지구의 신규 아파트 입주가 착착 이뤄지면서 칠성점, 성서점을 따돌리고 만촌점에 이어 매출 3위에 올랐다.

◆큰손은 여전히 수성구

만촌점은 매출 규모에서 월배점에 왕좌(?)를 내줬지만 고가 상품군의 매출은 부동의 1위를 사수하고 있다. 이마트 판매 상품 중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에서 매출이 두드러지는 골프용품이나 애플 매장(아이폰 등 전자제품 판매)의 경우, 만촌점이 다른 점포보다 높은 매출 수준을 보였다.

2014년 대구지역 9개 이마트의 골프 매장 매출은 '만촌>경산>월배' 순으로 나타났다. 경산점은 수성구와 인접해 의무휴업의 반사 효과가 매출에 투영됐다. 경산점은 대구와 달리 의무휴업을 둘째, 넷째 일요일이 아닌 수요일로 지정하고 있다.

이마트 우병운 과장은 "만촌점과 월배점에만 입점해 있는 애플 매장도 만촌점 매출이 월배점보다 두 배 가까이 높다"며 "만촌점이 고가 품목 매출 규모에선 다른 점포를 크게 따돌리고 있다"고 했다.

이마트에서 판매하는 상품군 중 비교적 저렴한 가격의 상품으로 분류되는 수입육과 패션 상품은 월배점이 단연 지역 최고의 매출을 보였다. 수입육의 경우 지역점포 중 월배의 매출 순위가 1위, 다음이 만촌, 성서 순이었다. 한우는 만촌이 매출 1위, 이어 월배가 2위를 차지했다.

◆백화점 재편도 초읽기

대형마트 유통지도 변화와 함께 백화점 재편도 성큼 다가오고 있다. 내년 동대구복합환승센터에 신세계백화점이 입점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대구지역 백화점 시장은 1980~90년까지 대구백화점과 동아백화점이 양분했다. 1944년 대구백화점이 대구상회로 창업한 이후 1969년 현재 동성로 대구백화점을 오픈하면서 본격적인 동성로 시대를 열었다. 3년 뒤인 1972년 지금의 교동상권에 동아백화점이 개점, 대구백화점 상권은 동성로 상권으로 대변됐다. 하지만 1984년 동아백화점이 반월당에 쇼핑점을 개점하면서 반월당 상권이 흥하게 됐다.

1993년에는 당시 대구 교통의 새로운 중심축으로 자리 잡은 신천대로변에 대백프라자가 한강 이남 최대 규모로 문을 연다. 대백프라자는 차량을 이용한 쇼핑객의 편의에 맞춰 넓은 지하주차장의 편의성으로 신천대로를 이용한 대구 전 지역을 대상으로 한 광역 상권 백화점으로 자리매김했다.

2003년 대구역에 자리 잡은 롯데백화점 대구점 개점은 지역을 대표하는 양대 백화점에 새로운 위기로 다가왔다. 해외 유명 디자이너 및 명품 브랜드를 새롭게 입점했고, 영화관을 두어 쇼핑과 엔터테인먼트 기능이 결합된 새로운 모습을 보였다. 롯데백화점 대구점은 대구는 물론 김천, 구미, 포항 등 기차를 이용한 원정 쇼핑 고객까지 가세하면서 2009년에 대구지역에서는 처음으로 4천억원대의 매출을 올렸다. 이듬해인 2010년에는 4천600억원의 매출을 기록, 2003년 개점 때와 비교해 2배 이상 매출이 늘었다고 공표하기에 이른다.

'동성로→반월당→신천변'으로 넘어갔던 백화점 상권은 2011년 현대백화점 대구점 개점으로 반월당으로 복귀했다. 당시 현대백화점 입점 소식이 전해지자 인근 아파트 및 상가의 임대료와 매매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으며, 반월당 메트로센터 상권 역시 활황을 맞았다.

대구지역 백화점의 흥망성쇠는 내년에 다시 한 번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2016년 하반기에 완공될 동대구복합환승센터에 자리 잡을 신세계백화점이 부산센텀시티점에 버금가는 규모로 개점하면 고객 이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지금까지 대구에서 경험하지 못한 다양한 엔터테인먼트시설과 가족휴게 공간을 갖춘다. 아울러 기차와 광역버스를 연결하는 대구 교통의 핵심 시설에 입점해 대구뿐만 아니라 포항, 김천, 구미, 안동 등 경북권과 경남 상권까지 흡수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손기언 대구점장은 "2016년 말 신세계백화점 대구점 오픈은 대구 유통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 발판이 될 것이며 경북, 경남으로까지 유통 영역을 확장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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