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WSJ가 몰랐던 것

입력 2015-11-30 01:00:09

진화심리학에 따르면 인간 남성이 유전자를 아랫대에 전하는 전략의 한쪽 극단은 '난봉꾼', 다른 쪽 극단은 '아버지'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어느 쪽 극단으로 기우느냐는 대체로 성비(性比)가 결정한다. 여기서 난봉꾼이란 '바람둥이'가 아니라 완력으로 경쟁자를 제압하고 무리 내 암컷을 독점하는 '알파 메일'(alpha male) 즉 '수컷 우두머리'라는 뜻이다.

남자가 여자보다 많은 사회 생태계라면 남자에게 가장 유리한 전략은 '난봉꾼'이다. 알파 메일의 지위를 획득하는 것은 곧 경쟁을 물리치는 것이고, 이는 희소 자원인 여성에게 접근해 구애할 기회를 넓혀준다. 이런 환경에서는 남자는 여자를 얻기 위해 목숨 건 도박을 할 만하다. 목숨을 걸고 싸우면 여자를 얻을 기회가 있지만, 싸우지 않으면 그런 기회는 없기 때문이다.

반면 남녀 수가 비슷하고 일부일처제가 일반화된 생태계에서는 여자를 얻는 것이 어렵지 않다. 그래서 선호하는 전략도 달라진다. 자식을 성실하게 부양하는 '아버지'가 되는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여자를 얻기 위한 폭력적 경쟁은 남자에게 오히려 큰 불이익이 될 수 있다. 경쟁에서 죽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유전자를 아랫대에 물려줄 수 없다.

이러한 진화심리학의 진단은 성비 불균형이 남성의 범죄율을 높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미국 컬럼비아대 레나 애들룬드 교수팀이 중국의 16~25세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성비와 폭력 범죄의 상관관계를 추적한 연구는 이를 입증하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연구 결과 여성 인구 대비 남성 인구 비율이 1포인트 올라가면 재산 범죄나 폭력 범죄가 5~6% 상승하며, 1992~2004년 사이 증가한 범죄의 3분의 1이 성비 불균형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미혼 남성이 결혼 자금을 모으는 과정에서 범죄에 빠져든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연구 결과와 함께 출생 성비가 세계 최고인 116.5(1990년)에서 정상 범위인 105.3(2014년)으로 복귀한 한국의 성공 사례를 조명하면서 중국과 인도 등에서도 낙태가 사라지고 성비 불균형이 해소돼야 경제 발전은 물론 사회구조 안정도 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취업난으로 '삼포'(연애·결혼·출산 포기)를 넘어 인간관계와 내 집 마련까지 포기한 '오포' 세대라는 말까지 나오는 것이 지금 한국의 현실이다. 결혼 포기가 여자가 부족해서만은 아님을 WSJ은 모르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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