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IS는 성공했는가
피에르 장 뤼자르 지음/박상은 옮김/현실문화연구 펴냄
지난 2014년 이후, IS는 전 세계를 도발하며 끊임없이 혼란을 일으켰다. 급기야 최근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대규모 테러를 감행함으로써 명실공히 인류 공공의 적이 됐다. 그동안 사이가 좋지 않았던 러시아도 미국과 프랑스 중심의 연합전선에 합류했고, 중국조차 군사개입을 저울질하고 있다. UN 안전보장이사회는 만장일치로 IS를 규탄하고 나섰다. 북한조차도 UN 안보리의 이런 일치 단결된 모습을 이끌어 내지는 못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일반적 상식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IS 같은 집단이 어떻게 그렇게 단 시간 안에 스스로 국가로 자처할 만큼 급성장할 수 있었을까. 왜 세계 초강대국은 이런 IS를 제대로 제압하지 못하고 있는가.
이 책의 저자 피에르 장 뤼자르는 IS의 정체성과 전략을 낱낱이 파헤친다. IS가 거둔 성공의 원인을 제대로 알아야 작금의 사태에 대한 정확한 해결책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1954년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난 역사학자이며, 여러 해를 중동 지역, 특히 시리아, 레바논, 이라크, 페르시아만, 이집트에 머물며 연구를 해왔다.
저자는 IS가 '문명의 충돌'이라는 거대한 도박을 하고 있다고 간파한다. 인질을 잔혹하게 참수하고 국제법을 무시하는 행동들로 주변국과 국제사회를 도발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강제 결혼, 동성애자 처형, 노예제도 부활 등으로 서방을 자극했다. 야만스럽고 특이한 문화를 지닌 집단의 변덕이라고 치부하긴 어렵다. IS는 중동의 아랍 수니파 기반을 넘어서까지 많은 이들을 매혹시키고 있다. 상당한 액수의 기부금과 약탈한 돈, 막강한 군사력이 뒷받침되어 있다고 해도, 점령지 주민들의 환영을 받으며 전투 없이도 이라크 아랍 수니파 지역의 4분의 3 이상을 점령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 수 있었을까? IS는 그동안 국가 차원에서 만연했던 부패를 없애고 공공질서를 바로잡은 후 지역의 유지들에게 권력을 이양하는 제스처를 취해왔다. 이들은 국가와 사회 간의 균열을 노려 민심을 얻고, 자신들이 '아랍의 봄' 운동의 진정한 후계자임을 주장한다. 철저히 연출된 장면과 신비주의를 활용해 자신들을 정의의 사도로 치장하고, 중동 지역의 식민지 역사를 강조하는 것이다. 프랑스, 영국, 미국 같은 나라의 부도덕을 힐난하는 이런 전략은 전 세계 무슬림 젊은이들에게 불의에 대한 의식을 불러일으켰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IS의 등장과 급격한 성장의 배경에는 중동의 현대사가 자리한다. 수니파와 시아파의 종파 갈등, 다수 민족과 소수 민족 간의 분쟁, 독재정권으로 인한 혼란, 이슬람과 비이슬람 사이의 갈등, 이들 배후에 있는 서구의 탐욕 등이 어지럽게 얽혀 있다. 특히 아랍의 봄 운동과 미군의 이라크 점령은 몇몇 아랍 국가들의 위기를 드러냈다. 수니파의 종교적 권위가 위기에 처하면서, 관련 국가들에서는 힘의 공백이 생겨났고, IS는 이런 상황을 잘 이용했다.
저자는 '각종 범죄와 테러, 학살 행위에 잔뜩 긴장한 서방국가는 급하게 대규모 군사동맹을 조직했는데, 여기에는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 바레인, 카타르 등 위협을 느낀 아랍 국가들도 참여했다'면서 '하지만 이 동맹의 중요 약점은 지역을 완전히 재구성하기 위한 정치 프로젝트가 없다는 것이다. 군사력과 풍부한 물자만으로는 적을 완전히 분쇄할 수 없다는 것 또한 분명하다'고 지적한다. 199쪽, 1만3천500원.
※IS는? = 이라크 및 시리아 일부 지역을 점령하고 있는 급진 수니파 무장단체. 1999년 처음 조직됐으며, 2003년 국제 테러조직 알 카에다의 이라크 하부조직으로 본격 활동했다. 2014년 6월 29일 IS로 조직명을 바꾸고, 제정일치의 칼리파 국가 선포를 주장했다.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 이라크'시리아 이슬람국가(ISIS), '다에시'라고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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