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 드문 임도, 호젓한 산행 즐기던 부부 "악, 멧돼지"

입력 2015-11-23 01:00:05

군위서 50대 여성 숨져…고함 질러 자극·뛰어서 도망 금물

지난 21일 오후 1시 40분쯤 군위군 소보면 내의리 용천사 맞은편 야산. 임도를 따라 산을 오르던 나모(58) 씨와 이모(57'여) 씨 부부가 6부 능선쯤을 지날 때였다. 지병이 있는 나 씨는 건강을 위해 아내와 함께 주말이면 이곳을 찾는다. 등산로가 아닌 덕분에 인적이 드물어 호젓하게 산을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적이 드문 점이 이날은 화(禍)가 됐다. 아내보다 20m가량 앞서 걷던 나 씨는 짙은 회색빛 물체가 휙 지나가는 모습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사납게 생긴 멧돼지였다. 크기를 가늠할 여유도 없을 정도로 멧돼지는 쏜살같이 이 씨 쪽으로 향했다. 놀란 나 씨가 "멧돼지다. 피해라"라고 아내를 향해 소리를 지르는 순간, 이 씨가 있는 방향에서 "아이쿠" 하는 비명이 들렸다.

나 씨가 달려가 보니 멧돼지는 사라지고 없었다. 하지만 아내는 이미 큰 상처를 입은 상태였다. 이 씨는 종아리부터 허벅지까지 곳곳을 멧돼지에 물려 피를 흘리고 있었다. 의식은 또렷했지만 상처가 너무 컸다.

나 씨는 즉시 신고를 했고, 출동한 119구조대에 의해 이 씨는 응급처치를 받은 뒤 안동병원으로 급히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이미 너무 많은 피를 흘린 뒤였고, 이튿날인 22일 오전 1시 30분쯤 세상을 떠났다.

군위경찰서 관계자는 "사고가 난 지점은 사람이 거의 찾지 않은 곳이어서 그동안 멧돼지가 나타났다는 신고가 한 차례도 없었던 곳"이라면서 "요즘 산에 멧돼지가 많은 상황에서 인적이 드문 곳은 오히려 공격받을 수 있는 만큼 웬만하면 피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수렵 전문가들은 "산에서 멧돼지를 만났을 때 주의를 끄는 행동은 절대 금물"이라고 경고한다. 특히 비명이나 고함을 지르거나 멧돼지를 공격하면 오히려 큰 화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멧돼지와 마주치면 뒤로 물러서거나 갑자기 뛰지 말고 멧돼지의 움직임을 지켜보다가 멧돼지가 사라진 후에 자리를 옮겨 신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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