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신소재 '탄소산업' 새 거점 경북] ⑥등방성 흑연 생산 이비덴 포항공장

입력 2015-11-18 01:00:05

원료부터 제품까지 원스톱 시스템…고열 가공 기술력 자랑

이비덴 그라파이트 코리아 직원이 출하된 등방성 흑연을 옮기고 있다. 이 제품은 소재로서의 탁월성 때문에 반도체, 자동차, 항공기, 태양광전지, 풍력발전기, 연료전지, 고온로용 내열재, 연속주조 등의 첨단 제품에 쓰인다. 박승혁 기자
이비덴 그라파이트 코리아 직원이 출하된 등방성 흑연을 옮기고 있다. 이 제품은 소재로서의 탁월성 때문에 반도체, 자동차, 항공기, 태양광전지, 풍력발전기, 연료전지, 고온로용 내열재, 연속주조 등의 첨단 제품에 쓰인다. 박승혁 기자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 기업 이비덴이 탄소제품을 생산하는 공장 '이비덴 그라파이트 코리아'를 2011년 포항에 설립했다. 이비덴은 포항'군산'부산'울산'평택 등을 놓고 입지를 저울질하다가 포항시의 적극적인 구애와 영일만 신항'사통팔달의 도로망, 그리고 포스텍 등을 보고 포항행을 결정했다.

2천억원을 투자한 공장은 지난해부터 제품이 출하되고 있다. 앞으로의 가능성을 감안한다면 추가적인 투자도 예상된다. 이비덴은 포항을 거점 삼아 중국 등 해외시장 수출길을 개척하는 동시에 제2공장 건립에도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어떤 제품을 만드나

일본에서 원료(코크스나 피치)를 분쇄해 혼합한 제품을 들여오는 것에서 이비덴 포항공장은 가동을 시작한다. 수입한 혼합제품을 분쇄하고 성형'소성'흑연화'가공 과정을 거쳐 최종 제품을 만들어낸다.

성형 과정에서 두 방향이 아닌 전 방향에서 일정한 힘을 균등하게 가압하는 기술이 이곳만의 자랑거리다. 그래서 이 회사가 만들어낸 제품에 붙여지는 이름도 등방성 흑연(그라파이트)이다.

1천℃에서 1차 가공을 한 뒤 3천도에서 2차 가공을 해 제품을 만들어낸다. 고열에서 가공 기술이 적용되기 때문에 상당한 난이도의 기술력을 요구한다.

이렇게 강한 열 속에서 만들어진 소재는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온도에서 견딜 수 있는 산업 소재로 탈바꿈된다.

무게는 알루미늄의 4분의 1 정도이면서도 강도는 철의 10배가 넘는다. 내마모성이 좋고 소재를 가공할 때 그 속도도 빠르다. 또 가공이 쉽고 무엇보다 가벼워 역시 가공 과정에서 힘이 덜 든다.

소재를 얼굴로 본다면 이 회사가 만들어낸 소재는 팔방미인이다. 강하고 가공이 쉬운 것은 물론, 접착력도 좋고 표면 다듬질도 쉽다. 소재로서의 응용 범위가 무궁무진해진다는 것이다.

엄청난 고온에도 끄떡없는 소재로서의 탁월성 때문에 반도체, 자동차, 항공기, 태양광전지, 풍력발전기, 연료전지, 고온로용 내열재, 연속주조 등에 쓰인다.

이 기술은 전 세계에서 불과 6개 회사만이 갖고 있다. 이비덴 포항공장이 들어서 가동을 시작할 때까지 우리나라는 기술력 부족으로 그라파이트를 생산하지 못했다. 연간 국내에서 필요한 소비 전량을 수입에 의존했었다. 이비덴의 등장으로 수입 대체 효과가 만들어진 것.

이비덴은 일본에서 혼합한 제품을 들여오는 과정까지도 향후 포항에서 소화할 계획이다. 원료부터 제품까지 원스톱 시스템을 갖춰 수출 경쟁력을 키운다는 게 이비덴의 복안이다. 포항이 탄소산업으로 자라날 수 있는 기반을 이비덴이 만들어내고 있다.

◆이비덴과 포항

포항에는 약 2천여 개의 기업이 있지만 외국인이 자본금 전액을 투자한 기업은 2곳뿐이다. 그 가운데에서도 이비덴은 투자 규모가 크고 앞으로도 수천억원의 추가 투자 의지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포항시의 관심이 높다.

철강산업으로 가득 차 있는 포항의 입장에서 이비덴 같은 기업이 많아져야 새로운 성장산업 발굴이나 도시역량 강화 등을 보다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비덴은 중국과 프랑스, 헝가리, 필리핀 등에 공장과 사업장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 진출은 포항이 처음이다. 2011년 9월 영일만산단 외국인전용단지 내 부지 10만475㎡에 터를 잡았다.

공장건물 준공 후 2013년 11월 등방성 흑연 생산시설 설치를 마치고, 2014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생산에 돌입했다. 이비덴은 전자제품의 PCB 기판과 디젤차량에 들어가는 매연저감 필터 분야에서 독보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포항에서는 태양광과 반도체'LED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면 2공장 건립에 들어갈 방침이다.

서재현 경영관리부장은 "일본보다 한국이 인건비나 수출 여건 등을 봤을 때 확실히 사업하기 좋다. 특히 포항이 가진 교통망과 인적네트워크, 지자체의 전폭적인 지원 등이 포항 투자에 매력을 더욱 느끼게 한다"면서"경영 여건에 따라 포항에 투자를 계속 늘려나갈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비덴 그룹은 전 세계에 1만2천여 명의 종업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연간 3조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1912년 이비카와 전력회사로 창립된 이래 100년이 넘는 세월동안 세계 각국에서 소재 산업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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