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 건고추 수매장 '군수의 버럭 무용담'

입력 2015-11-17 01:00:05

전국 으뜸 고추 생산지인 영양군 건고추 정부 수매가 마무리됐다.

지난 2일 끝난 영양 고추 수매에서는 692t의 물량이 수매됐다. 수매 결과 600g 1근당 6천300원 하는 1등품이 653t, 5천700원하는 2등품이 39t으로 1등급 비율이 95%를 차지했다. 대부분 지역에서 2등품이 10% 정도 차지하는 데 비해 상대적으로 좋은 등급에 수매됐다.

이 같은 수매 결과를 두고 고추 농가들 사이에서 나도는 '무용담'이 신선하다. 지난달 20일 정부 수매 첫날, 청기면 수매장에서 빚어졌던 일이다. 이날 고추농들은 잔뜩 기대를 품고 수매를 기다렸으나, 시작부터 실망스러웠다.

등급 판정에 나선 품질관리원 직원이 연거푸 2등급을 찍은 것. 삽시간에 수매장이 술렁대기 시작했고, 고추 생산농은 면장에게 항의하며 "차라리 불을 싸질러 버리겠다"는 불만 섞인 말까지 쏟아냈다. 수매는 중단됐고 때마침 현장을 찾았던 권영택 군수가 품질관리원 직원에게 '버럭'했다.

권 군수는 "도대체 이런 고추를 2등품 주면 어떡하느냐?", "정부 수매가 판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가들을 위로하고, 농업경영 안정에 보탬이 되라고 하는 것 아니냐?"고 따지는 등 거침없는 항의가 이어졌다.

급기야 권 군수는 "이대로라면 고추 수매를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다. 언론사 기자들을 현장에 참석시켜 고추 품질을 살펴보고 평가해보자"고 맞섰고 품질관리원 청송영양출장소 관계자가 현장에 나타나 사태를 진정시킨 이후에야 수매가 계속됐다.

이날 30t의 건고추가 수매됐으며, 1천520포가 1등급 판정을 받은 데 비해 2등품 판정은 고작 3포에 불과했다고 고추 농가들은 전했다.

권 군수가 당연한 일을 했다는 논리도 있다. 하지만, 올해 경우, 밀려드는 중국산에다 정부 비축물량의 민간 공매 등으로 고추 가격이 계속 떨어지면서 고추 농가는 정말 막막했다. 농민들의 고통을 함께하려는 군수의 목소리가 오래도록 신선한 무용담이 되는 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권 군수는 영양농협과 남영양농협에도 건고추 수매와 추가 수매를 건의하고 있다. 영양의 대표 농산물로 지역경제에 차지하는 영향이 큰 고추 판매에 모두가 팔을 걷어붙여야 할 때, 고을 수장의 '버럭 무용담'이 전하는 메시지 무게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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