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미술시장의 '종말'?

입력 2015-11-13 02:00:04

거꾸로 뒤집어진 인물들을 그리며 독일 신표현주의의 선구자로 현대미술을 대표하고 있는 화가 게오르그 바젤리츠가 단단히 화가 났다. 최근 독일 문화부장관 모니카 그뤼터스가 '문화재보호법'에 대한 개정안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르면 70년 이상 된 미술작품은 모두 문화재관리청에 등록을 해야 하며, 국외 반출 시 정부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해외로의 매각도 제한된다. 이러한 개정안에 대한 반대 시위로 바젤리츠는 뮌헨의 현대미술관을 비롯해 독일의 유수한 국공립미술관에 장기임대해 준 자신의 작품들을 전면 회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 때문에 드레스덴의 알베르티눔 미술관은 어쩔 수 없이 바젤리츠 특별관의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유럽연합과의 법적 통일성을 마련하는 한편 소중한 문화재를 보호하여 '국가 정체성'을 확립하겠다는 것이다. 미술작품에는 가격뿐만 아니라 값을 매길 수 없는 정신적 '가치'가 깃들어 있으며, 이를 지키기 위해 국외로의 반출 및 반입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작품 구매 시 문화유산에 대한 보호의 책임과 의무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것이 장관의 입장이다. 이 같은 개정안 발표 때문에 잘나가고 있던 독일 미술시장에 적신호가 켜졌다. 세계적인 갤러리스트들은 이 법안이 실제로 발효되면 10년 이내 독일에서는 미술시장이 사라질 것이라고 예언한다. 독일 내 미술시장 관련자들과 컬렉터들은 거센 반발을 하고 나섰다. 개인의 소유인 작품을 등록하는 것은 사생활과 사유재산에 대한 침해이며, 미술시장의 존립을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문화부장관의 개정안이 실제로 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음성적으로 거래되어 탈세의 온상이 된 미술시장을 규제하기 위한 것인지 그 속내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문화는 단 한 번도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운 적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이탈리아 르네상스가 꽃을 피울 수 있었던 것은 금융업에 종사했던 사람들의 경제적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고, 동생 테오의 도움이 없었다면 반 고흐의 작품은 태어날 수도 없었다. 그리고 미술계의 아웃사이더였던 인상주의자들은 갤러리스트들에게 톡톡히 빚을 지고 있다. 미술작품이 돈세탁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은 결코 용인될 수 없다. 하지만 자본은 문화를 가능하게 해 주고 문화는 시대와 국가의 정체성을 부여한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미술이 시장에 종속된 것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미술시장이 존재하지 않으면 미술도 존재할 수 없다. 또한 금전적 대가를 지불하고 작품을 구입하는 사람들은 작품을 소유할 수는 있어도, 그 가치는 독점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