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70대 주부이고 중매로 남편을 만나 40여 년 살았습니다. 남편은 술을 좋아하고 직장에는 충실하나 가정생활은 엉망이어서,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한 가정 같으나 속은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남편은 딸 많은 집 외아들로 자라서 엄마 손에 이끌려 수없이 선을 보다가 적극적이고 활달한 저랑 결혼했습니다. 특히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셨고, 드세고 거친 딸들이 많은 집에서 기를 못 펴고 살아온 남편은 여자를 사랑한다는 것은 상상하지도 않은 사람 같았습니다.
매사 소극적인 남편은 신혼여행 때도 잠자리를 회피했고, 평소에도 말이 없으며 피부가 닿으면 도망치듯 거리를 뒀습니다. 수십 년 살면서 "왜 결혼했느냐? 답답해 죽겠다"고 외치기도 했고, 때로는 "지나가는 거지하고라도 성관계 하고 싶다"며 자존심 상하는 표현을 했으나 무반응이었습니다. 어쩌다 짐승처럼 본능적으로 다가왔다 가버리면 아이가 생겼고, 그 후에는 자식 키우느라 세월을 보내며 살았습니다. 매일매일 '이혼해야지. 아이들 조금만 더 키워놓고 해야지'라고 생각하며, 자식에게 몰두하며 살았는데 제 마음을 아는 딸은 아빠가 너무 싫다며 일찍 결혼했으나 억울하게도 아버지랑 똑같은 남자를 만났고, 외로움을 견디다 못해 어린 자식을 데리고 이혼을 했습니다.
친정에서 잠시 살던 딸은 또 아버지가 보기 싫다며 어린 자식에게 좋은 아버지를 만들어 준다고 도망치듯 다시 이혼남을 만나 살고 있으나 설상가상 남편이 아버지랑 너무 닮아 죽고 싶다고 날마다 하소연합니다. 딸은 대책 없이 스트레스를 쇼핑으로 풀고, 저는 빚더미에 올라앉은 딸의 빚 갚는다고 죽을 지경입니다. 저도 이젠 약을 안 먹으면 잠을 못 잡니다. 저는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만, 자살하겠다는 딸을 눈 뜨고는 볼 수가 없습니다. 어찌하여 불행한 인생이 저에서 끝나지 않고, 제 딸에게 똑같은 시련을 주며 반복하게 합니까? 제발 제 딸을 고통 속에서 헤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아내에게 무관심하고 술을 친구 삼아 가족과 자신의 감정을 회피하는 목석 같은 남편과 일생을 살아오느라 귀하의 마음고생이 만만치 않았으리라 여겨집니다. 활달하고 적극적인 성품을 가진 귀하가 가정과 자식에 대한 책임감으로 자신의 행복은 뒤로한 채, 일생 동안 버티어 왔건만 딸이 엄마의 불행한 결혼생활을 반복하는 데 대한 안타까움이야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부부간의 만족한 성생활은 금슬 좋은 부부의 조건이라고 합니다. 성에 관한 한 사람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지만, 성생활이 원만한 부부는 다른 일상생활에서의 갈등을 극복하는 원동력이 된다고 합니다. 이와 반대로 부부의 신체언어인 성생활의 불만은 부부간의 사소한 갈등도 크게 확대시킬 수 있는 요인이 되어 파탄에 이르기도 합니다. 귀하의 결혼생활은 처음부터 성생활에 대한 남편의 유기로 소통이 되지 않았고, 가족생활 전반에 악영향을 끼쳤습니다. 아내의 애타는 심정을 소귀에 경 읽듯 외면한 남편을 미워하고 닦달하며 누구에게도 말 못하고 책임감에 묻혀 살았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귀하는 자신의 힘듦보다는 딸의 삶에 집중하며 가슴을 졸이고 있지 않습니까? 자신의 인생은 끝났다고 생각하며 딸의 인생만이라도 행복해지기를 원하는 엄마의 마음을 누가 모르겠습니까. 귀하가 삶의 패턴을 바꾸지 않으면 딸 또한 삶의 채널을 바꾸기 어렵습니다. 이를 위하여 첫째, 오랜 세월 자신의 개인적 욕구를 억압하며 책임감으로 살아온 자신에게 최선을 다한 것이라고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 수용합니다. 현재의 자신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상대방이 보이며, 있는 그대로의 상대를 이해하는 능력이 생깁니다. 즉 억센 딸들이 많은 집안에서 자란 외동아들 남편의 여자에 대한 마음이 어떠할지 깊이 이해하고 새로운 소통을 시도해 보자는 의미입니다. 둘째, 딸의 부부 관계와 귀하의 부부 관계 패턴을 하나하나 분석해보며 유사점은 무엇인지 찾아봅니다. 즉 귀하가 남편에게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하여 다가갈 때의 대화 패턴과 딸이 자신의 남편에게 말을 건네는 대화 방법에서 어떤 공통점이 있는지 관찰하여 대화 패턴을 바꾸는 것이 중요합니다. 셋째, 바람직한 부모 역할이 무엇인지 새롭게 정립하고 지금부터 실천해야 합니다. 현재의 내가 행복해야 딸도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자녀는 부모의 삶을 그대로 복사한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넷째, 일정 기간 딸과 함께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며 현재의 삶에 실천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늦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고 하니까요. 귀하가 원하는 딸의 행복한 인생을 위하여 지금부터 내 남편과의 관계를 새롭게 시도해 보기를 기대합니다.
건강한 부부 관계는 성숙한 남녀가 인간생존을 위한 생리적 욕구와 개인의 행복을 위한 심리적'사회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사회적 제도인 '결혼'이라는 형식을 빌려 상호보완하고 협동하면서 동거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과거 전통적 부부 역할은 협동이라기보다 수직적 관계에서 여성이 순응하며 살았고, 성생활 영역에서는 자녀생산이 우선적 가치이며 성의 쾌락적 요소는 억압하고 살아야 바람직한 여성상으로 칭송받았습니다.
본 사례자의 경우에도 시대적 관습적 요구와 개인의 반응 특성이 자신을 억압하도록 강요하였고 파괴적 부부 관계의 악순환이 자녀에게 전수되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에 필자는 첫째, 늦었다고 생각하는 사례자를 격려하여 자신을 수용하도록 하며 자신에 대한 긴장을 풀고 여유를 갖도록 돕습니다. 둘째, 자신의 부부 관계 패턴을 직면시키고 불행한 삶을 선택한 사례자가 행복한 삶도 선택할 수 있음을 강조합니다. 즉 관계 기술을 가르쳐 남편과의 관계 패턴을 수정하도록 하십시오. 연구결과에 의하면 행복한 부부는 칭찬을 밥 먹듯 하며 칭찬과 비난이 최소한 5대1은 되어야 부부 관계의 현상 유지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서로의 장점을 찾아 주고받으며 관계 패턴을 바꾸도록 돕습니다. 셋째, 바람직한 부모 역할에 대한 새로운 정립과 실천을 돕습니다. 자녀는 부모의 거울임을 부각시키고 사례자의 부부 관계가 모델이 될 수 있도록 합니다. 넷째, 딸과 함께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며 새로운 도전을 하도록 용기를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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