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고교 진학지도 개선 좌담회
매일신문이 보도한 '입시 변화 못 따라가는 대구 고교 진학 지도'(본지 2일 자 1, 15, 16, 17면) 기사는 교육계 안팎에서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켰다. 진학 지도뿐 아니라 대구 고교 교육 전반에 대해 재점검해 봐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매일신문은 '대구 고교 진학 지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를 주제로 교육 전문가와 대구시교육청 관계자, 교장, 학부모 대표를 초청해 긴급 좌담회를 가졌다. 5일 오후 매일신문사에서 열린 좌담회에는 배진영 시교육청 진로진학담당 장학관, 김영보 송현여고 교장, 이광희 대구 일반계고 학부모연합회 달서구 대표, 김기영 매일신문 교육문화센터 연구실장이 참석했다. 사회는 본사 이석수 교육팀장이 맡았다.
◇"대구 교육 잘 발전시키자…학부모 입장 대변 속시원"
매일신문 보도 이후 느낀 점
-사회=매일신문 보도 이후 느낀 점 또는 각자의 입장에서 다르게 할 말이 있으면 밝혀달라.
▷배진영=방대한 취재가 진행됐다는 걸 느꼈다.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었고, 해명하고 싶은 부분도 있었다. 기사에선 진학 실적이 제대로 공개되지 않는다고 했는데 사실 2012년까지는 이 자료를 공유했다. 하지만 시민단체와 국가인권위원회 등이 특정 학교의 실적을 공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분위기가 바뀐 것이다. 성적, 실적에 따라 학교 줄 세우기를 해서는 안 된다는 시각 때문이다.
서울대 수시모집 합격자 비율만 따지면 인천보다 약한 것도 사실이다. 수시에서 실적이 부진했던 원인 중에는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맞추지 못한 점도 있었던 것 아닌가 싶다. 최근 학생부 종합전형 확대로 이 전형에 대비할 여건이 좀 더 좋은 수도권 고교의 서울대 수시 합격률이 증가한 것도 원인일 수 있다.
▷김영보=기사의 반향이 상당히 크다. 기본적으로는 대구 교육을 잘 발전시키자는 의미를 담은 기사라고 본다. 하지만 학교의 부족한 측면만 너무 부각한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도 있다. 다양한 진로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일반고 역량 강화 사업을 통해 학교 현장이 많이 변하고 있다. 수요자 입장에선 변화를 아직 체감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학교는 보수적인 조직이라 변화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해 줬으면 좋겠다.
▷이광희=학부모 입장에서 이번 기사는 공감이 가는 부분이 아주 많았다. 교장 선생님은 최근 흐름에 맞춰 융합 인재 양성을 강조하시는데 정작 선생님들은 '너는 이과잖아' '너는 문과인데 이걸 왜 하니'라고들 한다. '내가 이 학교에 오고 싶어서 온 것이 아니다'라고 아이들에게 말하는 선생님들도 있다. 학부모 입장에선 아이 입을 통해 그런 말을 전해들으면 억장이 무너진다. 교원 평가를 제대로 할 필요가 있다. 아이를 생각하면 학부모 만족도에 대한 답변을 솔직히 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기사에서 지적한 것처럼 진학 실적도 공개해 학부모들이 고교를 선택하는 데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 특히 각 고교의 지역 상위권 대학 진학 실적도 알고 싶다.
▷김기영=학생보다 학교, 학교보다 교육청 위주로 정책이 추진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말이 많다. 교육 수요자 입장에서 얼마나 서운한 것이 많았는지 곱씹어봐야 할 것 같다. 진로 중심 교육과정을 펼친다는데 정작 중학교와 고교의 진로 교육에 별 차이가 없다. 학과, 계열에 따른 대학 탐방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진학하려는 학과에서 배울 내용에 대한 강의를 진행하는 등 '학업 진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사회=현재의 입시 환경에서 학부모가 바라는 진학 지도의 기대치를 학교, 교사가 충족시키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는 학교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기대치와 현실에 대한 간극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 있는가.
▷배진영=일반고 역량 강화 사업을 위해 대구시교육청에서만 40억원 가까이 예산을 투입했다. 이 덕분에 학교 현장에 맞춤형 수업이 확대되고, 교육과정도 다양해지고 있다. 내년부터는 이 사업을 일반고뿐 아니라 자율형공립고에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일선 교사들이 교장의 의지에 따라 움직이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도 잘 안다. 학교 관리자의 생각이 교사들에게까지 미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는 좀 더 고민하겠다.
▷이광희=학교마다 학부모 교육을 진행하는데 이것이 점점 형식에 치우치고 있다. 같은 강의가 되풀이되고, 교육을 받았던 학부모들이 자리를 채우기 위해 다시 강의를 듣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학부모들을 챙기는 건 좋지만 시간이 갈수록 이 프로그램이 획일적으로 운영된다는 게 문제다. 예산 사정이 넉넉지 못하다면 차라리 아이들에게 그 예산을 좀 더 배정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사회=공립고가 사립고에 비해 수능 성적이나 진학의 성과가 현저히 떨어진다. 공립고가 입시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움직이면 대구 교육의 성과가 눈에 띄게 좋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잠자는 공립고'를 깨울 수 있는 대책이 무엇인가.
▷김영보=어떻게 하면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이게 하느냐가 관건이다. 교사들은 자존심이 강한 집단이다. 용기를 북돋워 일을 진행할 수 있게 만드는 게 효과적인 방법이다. 채찍보다는 칭찬과 격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학교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수업이다. 결국 교실 수업 개선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아닐까 싶다. 각 고교와 시교육청은 수업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더 해야 한다. 학생 활동 중심의 수업을 확대, 학교 분위기가 바뀌면 학생부 기록이 풍성해지고 대학입시에서도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교실 수업 개선이 변화의 연결 고리다.
▷배진영=최근 공립고 중에서도 다른 학교 운영 사례를 연구하고 토론하는 등 열심히 노력해 수준이 높아지고 있는 학교들이 생겨나고 있다. 예전과 달리 1박 2일 연수 프로그램에도 적극적으로 참여 의사를 밝히는 등 교사들의 인식도 변하고 있다.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애정을 갖고 지켜봐 주면 좋겠다.
-사회=매일신문이 대구 고교의 진학 성과를 높일 수 있는 몇 가지 제언을 했다. 추가적으로 대구 고교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말씀해달라. 최소한 '선생님을 잘 만나야 대학 간다'라는 등식은 깨 줘야 할 것 아닌가.
▷김기영=실제 교사들이 학생부 교과세부능력 특기사항을 제대로 적기는 불가능하다. 학생부를 잘 적는다는 학교들을 보면 학생들에게 적는 방법을 가르치고 학생들이 적어 온 것을 교사가 취합, 정리해 기재하는 방식을 취한다. 학생들은 학생부를 자기가 먼저 챙기고 관리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해 학생, 학부모를 교육시킬 필요가 있다.
학생부 종합전형에 대비하려면 학교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가정과 지방자치단체가 힘을 보태야 한다. 대구만 해도 수성구청 경우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 학교 교육을 지원하려고 하는데 다른 구청은 이 부분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다. 학교도 지자체에 적극적으로 학교 교육을 지원해 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배진영=기사가 보도된 뒤 반성도 하고 대책도 논의했다. 이런 기사가 아프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반갑다. 관련 연수의 당위성이 널리 알려지는 등 교육 정책을 추진하는 데 힘이 될 수도 있다. 시기상 새로운 사업을 기획, 진행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지만 방법을 찾고 있다. 이달 말 인천의 전문가를 초청해 학교 교육 역량 강화 기획팀 직무 연수를 진행하고 다음 달 진로진학 전략 TF단 특별 연수, 일반고 교육 역량 강화를 위한 현장 지원단 워크숍을 운영하는 등 교사의 역량을 키우는 데 관심을 쏟을 계획이다. 내년부터는 모든 고교 교사가 토론과 과제 연구 및 실습 위주의 진학 진로 상담 능력 강화 연수를 받게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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