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석-강동원, 악령과 한판 붙다
'엑소시즘', 즉 사령의 사로잡힘에서 벗어나게 하는 가톨릭 구마(驅魔)의식을 다루는 미스터리 드라마다. 영화에서는 구마예식이 꼼꼼하게 재현되는데, 이는 한국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매우 독특한 소재다. 이 영화의 원작은 단편영화 '12번째 보조 사제'다. 신예 장재현 감독은 단편으로 수많은 영화제에서 수상하여 국내외 평단과 관객의 지지를 받았다. 장재현의 장편 데뷔작 '검은 사제들'은 단편과 동일한 소재와 이야기를 확대한 것이다.
공포영화의 걸작인 '엑소시스트'(1973)가 '검은 사제들'의 기원이 되는 영화지만, 이 영화는 공포영화의 장르적인 요소를 반복하기보다는 스릴러 구조를 강화함으로써 변주를 만들어낸다. 소녀는 왜 악령에 사로잡히게 되었으며, 신부들은 교회의 배척을 받으면서도 왜 소녀를 구하려고 하는지 관객으로 하여금 궁금증을 가지고 영화에 몰입하게 한다.
2015년 서울 한복판, 뺑소니 교통사고 이후 소녀(박소담)는 의문의 증상에 시달린다. 잦은 돌출 행동으로 교단의 눈 밖에 난 김 신부(김윤석)는 모두의 반대와 의심에도 불구하고 소녀를 구하기 위해 나선다. 구마예식을 치러 소녀의 생명을 구하기로 결심한 후, 일의 성사를 위해 또 한 명의 보조 사제가 필요한 상황에서 신학생 최 부제(강동원)가 선택된다. 그러나 최 부제는 교단으로 하여금 김 신부를 감시하라는 은밀한 미션을 받는다. 소녀를 구할 수 있는 최적의 날, 김 신부와 최 부제는 위험한 예식을 시작한다.
영화는 후반 40여 분의 장엄구마예식에 모든 것을 총동원한다. 치밀한 자료조사로 디테일하게 재현된 예식은 두 명의 사제와 소녀를 교차하며 클로즈업으로 포착하는 카메라 운동, 리듬감 있는 빠른 편집, 콘트라스트로 빛과 어둠을 세밀하게 잡아내는 조명의 작동을 통해 긴장감 있게 진행된다. 한국어, 라틴어, 독일어, 중국어로 악마와 신부들이 대화를 나누고, 이 가운데 관객은 속세를 떠돌며 사람들을 고통으로 몰아넣는 악마의 존재 이유에 대한 미스터리를 공유한다. 전쟁과 대학살과 파멸을 원하는 악마와 이를 물리쳐야 하는 사제의 사투가 놀랍고도 강렬하다. 긴장감을 극단적으로 끌어올리는 하이라이트 시퀀스는 영화의 가장 큰 볼거리임이 분명하다. 치밀하게 잘 구성되어 있으며, 기술적으로 잘 만들어진 장면임이 틀림없다.
기독교 문화가 강한 유럽문화권의 외국영화에서나 느껴봤음 직한 엑소시즘의 오싹함이 이 영화에 잘 살아있어 놀라움을 준다. 하지만 어쩐지 맥이 빠지는 점도 있다. 한국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신부와 악마와의 일대 혈전이 현실감과 설득력을 가지려면 로컬화가 필요하다. 사랑스러운 소녀가 악령에 사로잡힌 이유가 불분명하며,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씻어내기 위해 위험한 계획에 동참하는 최 부제의 과거는 진부하다.
'억압된 것의 귀환'이라는 프로이트 용어는 영화 속 공포를 해석하는데 자주 인용된다. 한 인간의 가장 아픈 마음의 상처, 가장 큰 근심과 불안 혹은 억압은 위기의 순간에 얼굴을 드러내며 왜곡된 반응으로 나타난다. 억압된 것의 귀환을 이겨내는 자에게 미래가 있으며, 그것에 굴복하고 말 때 지옥의 문이 열린다. 소녀의 마음속 깊은 불안과 최 부제의 비밀스러운 근심의 정체가 설득력을 가지고 관객에게 와 닿았다면, 이 영화는 훌륭한 엑소시즘 영화로 남았을 것이다. 그러는 가운데 악마와 싸우는 신부의 숭고한 희생이 더욱더 빛났을 것은 물론이다.
약자들의 아픈 역사가 있고, 극단적 모순의 지옥도가 지금도 곳곳에 존재하는데, 영화는 악의 역사와 현실에 눈을 돌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아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에는 장점이 많다. 허무맹랑하기 쉬운 이야기로 전락하지 않으며, 장엄한 예식의 꼼꼼한 재현뿐만 아니라 액션 신도 잘 디자인되어 있어 상업영화로서의 스펙터클을 놓치지 않는다. 희생하는 신부, 의심하는 신부를 생생하고 깊이 있게 연기하는 두 주연배우의 연기 앙상블을 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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