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사·만·어] TK 중심 인사

입력 2015-11-04 01:00:05

김수남 대검 차장이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로 내정된 것을 두고 야권이 반발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김수남 검찰총장 내정자를 둘러싼 논란은 그가 청와대의 의중을 살피는 수사를 지휘한 경력이 많아서 엄정한 공정성과 중립성이 요구되는 검찰의 수장으로서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그가 TK 출신으로 TK 중심으로 이뤄지는 박근혜정부의 인사 편향성을 심화시켰다는 점이다.

김 내정자는 이명박정부 시절,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있으면서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사건을 수사 지휘해 허위사실유포죄로 기소한 것과 관련, 비판 여론 재갈 물리기라는 지적을 받았다. 이 사건은 법원에서 무죄로 판결 나 검찰 수사가 무리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현 박근혜정부 들어서는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직하면서 김무성 의원의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유출 사건을 무혐의 처분해 권력 실세 봐주기 수사라는 세평에 시달려야 했다. 정윤회 국정개입 문건 유출 수사와 관련해서도 문제의 본질인 국정개입 의혹보다는 문건 유출 경위 수사에 초점을 맞춰 정권의 부담을 덜어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내정자는 또 청구고 출신이어서 그가 임명장을 받게 된다면 같은 학교 출신인 강신명 경찰청장, 대구고 출신인 임환수 국세청장과 함께 '4대 권력 기관' 중 3개 권력 기관의 수장을 TK 출신이 맡게 된다. 경기 시흥 출신인 이병호 국정원장만 TK가 아니다. 특정 지역에 편향된 인사가 심해져 지역 균형 인사를 통한 '국민 통합'의 길은 더 멀어지게 됐으며 정권 자체도 좁은 지역 기반에만 집착함으로써 다른 지역의 반감은 더 커지게 됐다. 국정에 대한 자신감이 없어서인지 모르겠으나 특정 지역 출신의 '믿을 만한 사람'만 중용한다면 제대로 된 인사라 할 수 없다. 공직 사회 내부에서 대놓고 말은 못하겠지만, 특정지역 출신이 아니면 출세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심어줘 사기 저하에 따른 불만과 불안정성이 커지게 된다. 특히 검찰에 인사를 통해 정권의 의중을 살피도록 한다면 엄정함이 요구되는 검찰 중립과 공정성은 더욱 멀어지게 되며 검찰 조직을 망가뜨리고 만다.

대구경북 출신이 요직에 기용된다고 해서 대구경북 사람들이 좋아할 일도 아니다. 뭔가 어려운 일을 부탁할 수 있는 통로가 생겼다고 기대할 수 있겠지만, 바람직하지 않다. 그들의 입신양명이 사람들의 화젯거리가 될 수 있겠으나 그것도 극히 한시적이다. 오히려 묵묵히 일 잘하는 TK 출신 후배들이 나중에 역풍을 맞아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 이래저래 악수를 둔 인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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