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 여성 "맞은 적 없다" 했지만…현행범으로 몰린 60대

입력 2015-11-04 01:00:05

[독자와 함께] 싸움 말리다 경찰 임의동행 요구…조사 없이 1시간 40분 후 풀려나

경찰이 신고자 진술에만 의존, 신고자가 가해자로 지목한 사람을 현행범으로 체포한 뒤 2시간 가까이 붙잡아 놔 인권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영덕군 영덕읍에 사는 A(68) 씨는 지난달 15일 오후 9시 30분쯤 이웃 B(67) 씨가 자신의 아내 C씨가 운영하는 읍내에 있는 노래방으로 함께 가 달라는 부탁을 받고 동행했다. 노래방 앞에는 B씨 아내 C씨와 술에 취한 것으로 보이는 여성 D(55) 씨가 말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A씨와 B씨는 이들을 진정시키던 중 오후 10시쯤 D씨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했다. 경찰은 신고자 D씨에게 "맞은 사실이 있느냐"고 묻고 "없다"고 답하자 A씨와 B씨에게 "집에 가라"고 했다.

하지만 이내 경찰은 태도를 바꿔 A씨와 B씨에게 임의동행을 요구했다. 순순히 따라 나선 이들은 파출소로 들어서자마자 비좁은 공간에 갇혔다.

바깥에서는 신고자 D씨가 먼저 조사를 받았다. 하지만 D씨가 집에 돌아간 후에도 경찰은 A씨와 B씨를 부르지 않았다. 1시간 40분이 지나서야 이들은 경찰에게 "집에 가도 되냐"고 물은 뒤 풀려날 수 있었다.

A씨는 불쾌해하면서도 10년 전 경찰 협력단체에서 일했던 경험 때문에 참고 있었다. 하지만 일주일 후 '현행범인 체포구속통지'를 받고 자신이 현행범 취급을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발끈했다. A씨는 "통지된 혐의 내용에는 내가 가슴을 밀친 것으로 돼 있다. 털끝 하나 건드린 적이 없다. 현장에서 경찰이 물었을 때 신고한 여성도 맞은 적이 없다고 분명히 이야기 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형사소송법과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범죄와 범인이 명백하지도 않고 증거 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없는 상황에서 임의동행에 순순히 응한 사람을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것은 불법체포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자세한 경위를 확인해봐야 알겠지만 정상적인 법집행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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