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는 초록 저고리와 다홍치마로 겨우 귀밑머리만 풀리운 채 신랑하고 첫날밤을 아직 앉아 있었는데, 신랑이 그만 오줌이 급해져서 냉큼 일어나 달려가는 바람에 옷자락이 문 돌쩌귀에 걸렸습니다. 그것을 신랑은 생각이 또 급해서 제 신부가 음탕해서 그새를 못 참아서 뒤에서 손으로 잡아당기는 거라고, 그렇게만 알고 뒤도 안 돌아보고 나가 버렸습니다. 문 돌쩌귀에 걸린 옷자락이 찢어진 채로 오줌 누곤 못 쓰겠다며 달아나 버렸습니다.
그러고 나서 40년인가 50년이 지나간 뒤에 뜻밖에 딴 볼 일이 생겨 이 신부네 집 옆을 지나가다가 그래도 잠시 궁금해서 신부방 문을 열고 들여다보니 신부는 귀밑머리만 풀린 첫날밤 모양 그대로 초록 저고리 다홍치마로 아직도 고스란히 앉아 있었습니다. 안쓰러운 생각이 들어 그 어깨를 가서 어루만지니 그때야 매운 재가 되어 폭삭 내려앉아 버렸습니다. 초록 재와 다홍 재로 내려앉아 버렸습니다.'
미당(未堂) 서정주의 시집 '질마재 신화'에 나오는 '신부'라는 이 산문시는 가슴 짠한 여운을 담고 있다. 옛 여인들의 혼례란 이런 것이었다. 부모의 권유로 맞이하는 얼굴도 잘 모르는 신랑이었다고 하더라도, 한 번 맺은 혼약은 평생을 머금고 가는 애틋한 것이었다. 너무도 쉽게 만나고 '사랑'이라는 말을 그렇게 남발하면서도, 조금만 수가 틀리면 어렵잖게 헤어져 버리는 요즘 세태에 대한 경종이기도 하다.
아무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혼례란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이다. 시대가 바뀌면 결혼식 문화도 변하기 마련이다. 오늘날에는 개성 있는 신랑'신부가 특별한 결혼식을 연출하며 눈길을 끌기도 한다.
세상에는 별의별 결혼식도 다 있다. 명산 정상이나 운행 중인 배 위에서 올리는 선상 결혼식이 있고, 수족관 결혼식과 번지점프 결혼식도 있다. 자전거를 타고 결혼식을 진행하기도 하고, 신랑'신부가 벌거숭이로 등장하는 희한한 혼례도 있다.
대구도시철도 3호선 모노레일 안에서 결혼식이 열려 화제가 되었다. 색다른 결혼식의 주인공은 바로 도시철도공사에서 열차 안전요원으로 근무하는 사내 커플이었다. 두 사람 모두의 직장이자 소중한 만남이 이루어진 열차 안에서 진행된 특별한 결혼식이었다. 어떤 형식이든 양가 집안 사람들과 친한 동료와 지인들을 초청한 가운데 소박하면서도 품격있는 결혼식을 하는 것은 박수를 받을 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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