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불법 고래잡이, 유통 과정부터 추적해야

입력 2015-10-31 01:00:09

수십 마리의 밍크고래를 불법으로 잡아 식당 등에 판매한 일당 47명이 붙잡혔다. 경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따르면 이들은 선주를 중심으로 포획 담당, 운반책, 알선중개인, 도매상 등 조직적으로 역할을 나눈 뒤 잡은 고래를 부산, 울산 등 고래고기 전문 식당에 판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주로 포항과 울산 연안에서 밍크고래를 잡았으며, 올해 6월에서 8월까지 잡은 고래만도 24마리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단속을 피하려고 검문소가 없거나 주민 감시가 적은 작은 항구를 거점으로 삼아 작업을 했다. 고래를 잡으면 아예 배에서 해체한 뒤 자루에 담아 항구에서 40㎞ 떨어진 물속에 보관했다가 밤에 몰래 항구로 들여왔고, 대포차를 이용해 운송했다.

이런 불법을 저지르는 것은 고래가 바다의 '로또'라고 불릴 만큼 값이 비싸서다. 해양수산부는 연간 2천 마리에 이르는 고래가 우연히 그물에 걸리는 혼획을 통해 잡히는 것으로 추산한다. 그러나 식용으로 많이 사용하는 밍크고래는 10% 정도다. 경찰은 이번에 잡은 24마리의 값을 19억원 정도로 추산했다. 한 마리당 8천만원에 이르러 1년 내내 고기를 잡아도 될까 말까 하는 수익을 단 한 번에 올리는 셈이다. 이들은 마리당 평균 2천만원에 도매상에 넘겼지만, 식당을 거쳐 소비자에게까지는 마리당 8천만원에 거래됐다.

고래는 오랫동안 마구잡이로 잡아 멸종 위기에까지 이르렀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 따르면 밍크고래는 멸종위기 등급이 관심필요종으로 분류되어 있다. 이에 따라 전 세계 여러 나라가 포경을 금지하며, 우리나라도 1986년부터 혼획과 과학적 조사, 교육'전시'공연 목적용을 제외한 포획은 금지했다. 지난 8월에는 혼획과 과학적 조사 목적의 포획만 허용하고 관리감독 책임도 해양경찰서장에서 국민안전처 산하의 해양경비안전서장으로 바꾸는 등 법을 더 강화했다.

불법 고래잡이는 소비처와 도매상 등 유통 과정을 세밀하게 추적해야 뿌리뽑을 수 있다. 포항과 울산 등지에만도 수백 개의 고래고기 전문 식당에서 혼획 추산량보다 훨씬 많은 고래고기가 거래된다는 점은 불법 포획이 많다는 것을 충분히 예상하게 한다. 또한, 혼획에 대해서도 체계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처음부터 그물로 잡거나, 우연히 그물에 걸려도 풀어 주지 않고 버려뒀다가 죽은 뒤 가지고 오는 수법을 밝혀내지 못하면 불법 고래잡이는 끊이지 않을 것이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