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창 밖 지나는 거리, 볼거리·놀거리가 있다
버스는 도시의 안내자다. 버스는 골목 구석구석을 누비며 자연과 삶터, 역사유적, 문화현장으로 데려다 준다. 덜컹거리는 차에는 낭만과 설렘이 있고, 함께 몸을 실은 사람들과의 기분 좋은 동질감도 느낄 수 있다. 구불구불 느리지만 풍경을 챙겨볼 수 있는 버스의 매력을 느끼며, 계절을 따라 도시 여행을 떠나자.
◆버스 노선=관광 코스
버스를 타고 여행하는 가장 쉽고 좋은 방법은 훌륭한 안내자를 만나는 것이다. 그 시작은 도시여행의 '황금 노선'에 몸을 싣는 데서 비롯된다. 정해진 노선을 따라 가다 보면 눈과 입이 즐거운 관광지를 계속해서 만나게 되는 노선이 있다.
주인공은 바로 급행1번. 이 노선은 J자 형태로 대구를 가로지르며, 승객을 볼거리와 즐길거리, 먹을거리가 있는 곳으로 데려다 준다. 급행버스라서 이동시간도 다른 버스에 비해 짧다. 다른 교통과의 연계성도 좋다. 대구의 관문인 동대구역과 대구국제공항을 거치고, 1호선(중앙로'칠성시장'큰고개'아양교역)과 2호선(계명대'강창'대실역), 3호선(서문시장역) 등 도시철도와도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급행1번이 안내하는 가장 매력적인 관광지는 팔공산 일대다. 동대구역에서 버스를 타고 25분만 이동하면 이시아폴리스를 지나 팔공산 권역에 접어든다. 파군재삼거리를 600여m 지나 승강장에 내려 10여 분만 걸으면 신숭겸 장군유적지가 나온다. 대구시 기념물 제1호인 이 유적지는 고려의 개국공신인 신숭겸 장군이 후백제군과 싸우다 왕건을 구하고 전사한 곳으로 유명하다.
이어 공산터널을 나와 약 1㎞ 지점에 구암 팜스테이 마을이 있다. 밤나무와 소나무 숲, 계곡 등이 아름다운 시골마을로 농촌체험장으로 인기가 높다. 이곳에는 장승과 연자방아, 장독대 등 전통문화시설도 있다.
급행1번의 종점은 동화사다. 승강장에서 500여m를 걸어가면 동화사 입구가 나온다. 팔공산 남쪽 기슭에 자리 잡은 동화사는 신라 소지왕 15년(493년)에 창건됐다. 현존 건물 대부분은 조선 영조 때 지어졌고, 1992년에 만든 통일약사여래대불이 있는데 그 높이가 33m나 된다. 이 외에도 국보급 문화재들이 사찰 곳곳에 남아 있다.
급행1번은 서문시장, 칠성시장 등 전통시장으로 안내한다. 서문시장은 조선 3대 시장 가운데 하나였고, 지금도 대구의 가장 큰 전통시장이다. 남녀 의류 등 섬유 관련 상품이 주를 이루고 있고, 건어물과 각종 먹을거리 등 없는 것이 없다. 칠성시장은 농수산물뿐만 아니라 가구'중고전자'공구상가가 함께 형성돼 있다. 이곳의 포장마차촌에선 장어와 멍게, 해삼, 소라, 조개 등 다양한 해물요리를 맛볼 수 있다.
◆오지 노선=역사'자연
도심을 벗어나 오지를 찾아 그곳에 깃든 역사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노선도 좋은 여행의 동반자다. 오지로 가는 버스는 굽은 길을 느리게 이동하며 시골마을 곳곳을 들른다. 차창 밖으로 그림 같은 농촌 풍경을 선물한다.
대구 버스 가운데 달성4'5번은 매력적인 오지 노선이다. 이 노선은 달성군의 강, 산, 들이 어우러진 도로를 따라 마을 곳곳을 지난다. 노선 끝에는 역사를 담고 있는 유적지와 빼어난 자연이 자리 잡고 있다.
달성4번은 현풍시외버스터미널에서 시작해 도동서원에서 멈춘다. 1시간에 1대씩 출발하는 이 노선은 신기리와 대리, 수리리, 오설리 등 시골마을들을 이어준다. 버스는 구지면 징리에서부터 5㎞가량을 낙동강 옆 도로를 따라 운행한 뒤 도동서원에 도착한다.
1568년 창건된 도동서원은 우리나라 5대 서원 중 하나로 손꼽힌다. 임진왜란 때 소실됐다가 1605년 현재 자리에 중건됐다. 서원 토담은 장식 무늬가 빼어나 토담으로서는 유일하게 보물로 지정돼 있다. 서원 입구에 400년 된 은행나무가 있어 가을이면 황금빛으로 물든다.
달성5번은 비슬산으로 향한다. 배차 간격은 55분으로 도시철도 1호선 대곡역에서 승차해 1시간 30분을 달려 비슬산 유가사에 도착한다. 이 구간은 600번을 이용하거나, 대곡역에서 급행8번을 타고 테크노폴리스에서 달성5번으로 환승하는 방법도 있다.
1986년 군립공원으로 지정된 비슬산은 산세가 웅장하다. 341㏊에 달하는 자연휴양림이 있어 삼림욕을 즐길 수 있다. 봄에는 진달래꽃이 피어 장관을 이루고, 여름에는 계곡, 가을에는 단풍과 참억새, 겨울에는 얼음 동산으로 유명하다.
달성4'5번 승객들은 현풍시외버스터미널에서 달성8(-1)번을 타면 덤으로 국립대구과학관도 관람할 수 있다.
동구3번도 추천할 만한 오지 노선이다. 이 노선은 칠성시장에서 출발해 평화시장과 아양교를 지나 동구 둔산동의 옻골마을까지 이어진다. 경주 최씨 집성촌인 옻골마을은 전형적인 양반가옥의 양식을 하고 있다. 이 마을에선 고택 숙박과 다도, 떡메치기, 한지공예, 한복 입기 등 전통문화'민속놀이를 체험할 수 있다.
대구시 관광과 관계자는 "대구에는 팔공산과 도심, 수성'가창, 낙동강'비슬산 등 권역별로 특색 있는 곳들이 많아 이를 이어주는 버스를 타고 도시 여행을 즐기기 안성맞춤이다"며 "이달 중순부터 다음 달 초까지 가을 관광주간을 맞아 대구 전역에서 다양한 행사가 열리기 때문에 둘러볼 곳이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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