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원전 방사능물질 '삼중수소' 논란…한수원 "괜찮다", 주민들 "불안해"

입력 2015-10-30 02:00:05

최근 경주시 양북면복지관에서 열린 월성원전 주변 삼중수소 영향평가 주민설명회 장면.
최근 경주시 양북면복지관에서 열린 월성원전 주변 삼중수소 영향평가 주민설명회 장면.
원전 주변 방사성물질인 삼중수소의 영향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삼중수소 방사선량이 자연방사능의 300분의 1 수준 미량이라면 안심해도 된다는 입장이다. 월성원전은 월 2회 주변지역 공기 중 삼중수소 농도를 측정한다. 사진은 포집한 공기를 환경실험실에서 전처리(수분 추출)하는 장면.
원전 주변 방사성물질인 삼중수소의 영향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삼중수소 방사선량이 자연방사능의 300분의 1 수준 미량이라면 안심해도 된다는 입장이다. 월성원전은 월 2회 주변지역 공기 중 삼중수소 농도를 측정한다. 사진은 포집한 공기를 환경실험실에서 전처리(수분 추출)하는 장면.

월성원전 주변 방사성물질인 삼중수소의 영향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민간환경감시기구가 동국대 예방의학과, 조선대 원자력공학과, 한국원자력의학원에 의뢰해 조사한 삼중수소 영향평가 결과를 둘러싸고 '극미량이어서 인체에 영향이 없다' '아무리 적은 양이라도 영향을 줄 수 있는 것 아니냐' 등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원전 주변 주민들은 다른 지역에 비해 삼중수소에 많이 노출되는 점을 우려하는데 반해 한수원 측은 "주변이나 다른 지역도 기준치의 0.1%도 안 되는 수준이라 인체 영향을 언급할 수준이 아니다"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특히 최근 경주 양북면복지회관에서 열린 삼중수소 영향평가 주민설명회에서는 3개 연구기관이 연구내용과 결과치만 발표, 수치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나 인체 영향을 명확히 설명하지 않아 주민들의 강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삼중수소 논란의 진실은 무엇일까?

◆월성 주변 주민 평균 5.50, 울진 주변 4.29, 경주시내 3.21 순

'월성원전 주변 주민 삼중수소 영향평가'는 지난해 6월부터 올해 8월까지 동국대, 조선대, 원자력의학원 등 3개 기관이 공동으로 500명을 대상으로 했다. 월성원전 주변지역 주민 250명과 대조군으로 경주시내 주민, 울진원전 주변지역 주민 각 125명씩 총 250명을 대상으로 소변검사를 통해 삼중수소 농도를 측정했다. 이 중 50명을 대상으로는 염색체 이상조사도 실시했다.

조사 결과, 주변지역 주민들의 평균 삼중수소 농도는 5.50Bq/L(1L당 베크렐)로 울진원전 주민 4.29Bq/L, 경주시내 주민 3.21Bq/L보다 약간 높게 나왔다. 평균치가 의미 있는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월성원전 주변 주민의 경우, 89.4%에서 삼중수소가 검출돼 울진 40.8%, 경주시내 18.4%에 비해 원전주변 주민들이 삼중수소에 많이 노출된 것으로 나왔다.

김종욱 월성원전 방재대책팀 차장은 "발전소에서 멀어질수록 삼중수소 검출률과 검출 농도가 옅어진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라며 "중요한 것은 삼중수소 농도가 기준치와 비교해 어느 수준이며 인체에 영향이 있는가의 문제"라고 말했다.

◆최대 검출 28.8Bq, 83년간 노출되면 X-레이 한 번 찍는 꼴

방사능이 얼마나 검출되는가는 베크렐(Bq)로 나타내고 인체에 미치는 방사능 영향은 밀리시버트(mSv)로 표기한다. 베크렐(Bq)보다는 밀리시버트(mSv)로 표시되는 방사선량이 일반인에게 훨씬 의미 있는 수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 방사선 관련 학계에 따르면 인체 영향을 확인할 수 있는 방사선량은 100mSv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인에게 허용되는 연간 기준 방사선량은 1mSv로 매우 보수적으로 적용 중이다.

이번 삼중수소 영향조사에서 월성원전 주변 주민 중 가장 많이 나온 삼중수소의 양 28.8Bq/L를 방사선량으로 나타내면 0.0006mSv이다. 연간 일반인 허용 방사선량 기준치인 1mSv의 0.06%로 인체 영향은 무시해도 될 만큼 매우 적은 수준이라는 것이 조사기관의 설명.

그러면 어느 정도 수준의 삼중수소에 대해 조심할 필요가 있을까? 연간 방사선량 기준 1mSv를 삼중수소 농도로 환산하면 4만7천416Bq/L로 실제 주변지역 주민들의 소변에서 검출된 삼중수소는 극히 미량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검출된 삼중수소의 양에 대한 방사선량을 일반시민 누구나 이용하는 엑스레이 검사와 비교하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평가기관은 설명했다. 최대 검출 수치 28.8Bq/L는 엑스레이 1회 방사선량(0.05mSv)과 비교하면 83년 넘게 노출되어도 엑스레이 한 번 찍는 영향 정도라는 것.

하지만 주변지역 주민들은 "미량의 방사선이라도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인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자연방사능 칼륨(K-40), 삼중수소 방사선량 383배 영향

박환배 경북대 방사선과학연구소장은 "방사능은 지구탄생과 함께 생성돼 누구나 영향을 받는 자연방사능도 있고, 병원의 X선'CT 검사, 방사선치료, 원전 운영에 의해 생성되는 인공방사능도 있다. 인체 영향을 기준으로 볼 때 자연이든 인공이든 똑같다. 인공방사능이 자연방사능보다 더 위험하다는 것은 잘못 알려진 것"이라고 밝혔다.

박 교수에 따르면 삼중수소와 같은 베타선을 내는 칼륨(K-40)은 토양에 주로 존재해 누구나 영향을 받고 있는 자연방사성 물질. 칼륨은 삼중수소의 베타선 에너지 5.7keV(kiloelectron volt'킬로전자볼트)보다 100배 큰 508keV의 베타선을 내는 방사성물질로 인체 영향은 더 크다는 것이다.

체중 60㎏ 성인의 경우 칼륨(K-40)이 인체 내에 약 4천Bq이 있으며 이것에 의해 연간 0.23mSv 방사선량을 받는다. 칼륨의 방사선량은 월성원전 주변지역 주민 중 최대 삼중수소 검출자의 방사선량 0.0006mSv보다 383배나 많다.

방사선 분야 한 전문가는 "주민 검출 수치 중 최대치를 기준으로 해도 삼중수소 방사선량이 자연방사능의 300분의 1 수준의 미량이라면 안심해도 된다"며 "잘못된 정보 때문에 일반 주민들이 고통을 겪지 않도록 방사능 관련 정보는 반드시 기준치, 인체 영향과 관련시켜 명확히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전 종사자 8천 배 이상 더 많아도 건강문제 없다

수치가 많고 적음을 떠나 원전과의 거리가 관계된다면 삼중수소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원전에서 일하는 종사자다. 그렇다면 월성원전 방사선 관련 종사자들의 삼중수소 노출과 인체 영향을 알 수 있으면 주변지역 주민의 인체 영향은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는 것이 원전 측의 설명이다.

김종욱 월성원전 방재대책팀 차장은 "2014년 월성원전 방사선 작업종사자의 평균 삼중수소 농도는 4만9천Bq/L로 주변지역 평균(5.5Bq/L)의 8천 배가 넘는다"면서 "종사자는 연간 방사선량 기준치(20mSv'삼중수소 94만8천330Bq/L)를 일반인에 비해 20배 높은 기준으로 관리하고 있지만 인체 영향은 없다"고 밝혔다.

한수원의 경우 종사자 방사선 노출 수치를 1년뿐 아니라 근무기간 내내 누적해 관리하고 있고 매년 건강검진을 하지만 방사선으로 인한 건강 이상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

이규찬 월성원전 홍보팀장은 "삼중수소의 인체영향이 없더라도 2007년부터 삼중수소 제거설비를 가동해 삼중수소 수치를 지속적으로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캐나다 등 해외 중수로 원전과 비교해도 6분의 1수준으로 삼중수소를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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