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9'11 테러로 인해 지금은 없어져 버린, 한때 뉴욕의 랜드마크였던 월드트레이드센터(WTC) 쌍둥이빌딩과 사랑에 빠진 한 남자의 세기적 해프닝을 그린다. 무모하리만큼 용감하고 순수한, 줄 타는 남자가 벌인 사건은 이제 다시는 시도조차 해볼 수 없는 지나간 영웅담처럼 비친다. 그러나 이 안에는 한때 삶과 죽음의 경계 위에 섰던 사람의 고상한 생의 가치가 놓인다.
영화의 모티브가 된 작품은 다큐멘터리 '맨 온 와이어'(2008)로, 이 작품은 아카데미영화제 최우수 다큐멘터리상,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다큐멘터리는 1968년 세계 최고 높이의 건물이 될 뉴욕 쌍둥이 빌딩 건설 소식을 접한 프랑스인 필리페 페티가 두 빌딩 사이를 횡단하겠다는 프로젝트에 착수, 친구들과 함께 빌딩 건설 현장에 잠입하여 6년간의 시간을 들여 1974년 8월 7일 결국 도전을 완수하는 세기의 모험을 담았다.
'하늘을 걷는 남자'는 6년 동안 치밀하게 준비한 과정은 생략하고, 상업영화로서의 대중성을 위해 캐릭터 묘사와 그날의 사건에 집중한다. 감독은 '빽 투 더 퓨처' 시리즈, '포레스트 검프' '콘택트' 등으로 어른들의 환상과 모험을 영화로 구현한 로버트 저메키스다.
필립(조셉 고든 레빗)은 어려서부터 하늘을 걷는 도전을 꿈꿔온 무명 아티스트다. 그에게 꿈을 이룰 수 있는 단 한 번의 기회가 찾아온다. 바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412m 월드트레이드센터가 정식 오픈하기 전에 두 빌딩 사이를 지름 2㎝의 밧줄로 연결해서 걷겠다는 것이다. 이 세상 누구도 생각지 못한 도전을 실행하기 위해 필립은 그를 도와줄 친구들과 함께 고군분투하지만, 디데이가 다가올수록 예상 밖의 수많은 위기에 봉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로 그 날이 오고 필립은 이른 출근 시간에 맞추어 계획했던 대로 세계 최고 높이의 줄 위에 오른다. 그는 줄 위에서 평온함을 느끼고, 그의 일상의 쿠데타는 빌딩 아래에서 지켜보던 뉴욕 시민들에게 전율과 경탄을 불러일으킨다.
상업영화로서의 다이내믹한 영화적 서사를 구성하기에는 캐릭터와 사건이 평이하다. 관객은 이미 1974년 당시 세계적인 화제를 모은 성공한 퍼포먼스임을 안다. 결말도 사건도 다 노출된 상황에서 감독의 선택지는 많지 않다. 바로 시각성에 승부를 거는 것. 다른 무엇보다도 여의도 63빌딩의 1.7배 높이에서 뉴욕 시내를 바라보는 전경은 경이롭다 못해 숭고하다. 그 남자 필립이 기를 쓰고 갑작스러운 쿠데타처럼 불법을 감행함에도 불구하고, 이 난데없는 퍼포먼스는 자신의 젊음을 바칠 만하다. 세상에서 오직 단 한 사람만이 그 경험을 했을진대, 영화는 필립의 고귀한 경험을 대중과 나눈다.
필립이 자신의 근사한 경험을 사람들에게 전하는 방식으로 영화가 전개된다. 그의 목소리가 보이스 오버 내레이션으로 깔리면서 파리와 뉴욕을 오가는 그의 여정에 우리 역시 기대를 잔뜩 품고 동참하게 된다. 뉴욕시민들은 멋없는 네모진 캐비닛 같은 쌍둥이 빌딩을 마뜩잖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필립은 이 무뚝뚝한 건물에 낭만과 멋을 입혀줄 퍼포먼스를 구상한다. 때는 여전히 사랑과 평화라는 히피즘의 정신이 살아있던 1970년대. 함께 동고동락하며 모험을 해왔던 파리의 친구들이 모이고, 체제 저항이라는 거창한 정신을 이 낭만적인 쿠데타에 입혀보고 싶었던 뉴욕의 반항아들이 돕는다.
'도둑들'이나 '오션스 일레븐' 같이, 절도 행위를 완수하기 위한 치밀한 과정을 꼼꼼하게 보여주는 케이퍼 무비 형식을 따른다. 필립의 퍼포먼스도 일종의 범죄 행위라서, 남의 건물에 침입하고, 시의 교통법을 어긴 불법 행위로 인해 그가 줄에서 내려오는 순간, 경찰들은 수갑을 들고서 그를 기다린다. 경찰과 대치하는 시간 동안 그는 줄 위에서 하늘에, 빌딩에, 그리고 구경꾼에게 진심을 다해 무릎을 꿇고 감사 인사를 보낸다.
미국인들에게 쌍둥이 빌딩은 아직은 극복할 수 없는 상처인지, 북미 개봉 성적이 그다지 좋지는 못하다는 소식이다. 하지만 이 경이롭고 아름다운 체험을 3D 입체 스크린으로 가상으로나마 누려본다는 것은 인생의 크나큰 선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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