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하늘길, 대구가 뜬다] 2. 저비용항공사의 득과 실

입력 2015-10-28 01:00:05

싼 항공료 해외여행 '환호'…유료 서비스 많아 '짜증'

저비용항공사(LCC'Low Cost Carrier)가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며 국내 항공업계의 판도를 뒤바꾸고 있다. 저렴한 항공료를 앞세운 저비용항공사는 소비자의 요구에 맞춰 다양한 국제선을 취항하면서 공항 이용객 증가의 일등공신 역할을 하고 있다. 대구국제공항 역시 저비용항공사 덕분에 이용객이 급증해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저비용항공사의 한계도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값이 싸다는 장점에 반해 서비스 질은 상대적으로 낮고 자칫 안전점검에 소홀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싼 가격은 장점

대구국제공항에서도 저비용항공사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한국공항공사 통계자료에 따르면 올 9월까지 대국제공항의 티웨이항공 운항편수(출발 및 도착)는 총 3천81편으로 전체 1만74편의 28.7%를 차지했다. 26.7%(2천868편)를 차지한 대한항공보다 더 많았다. 이용객 수는 48만4천712명으로 전체(150만6천125명)의 32.2%로 나타나 대구국제공항에서 이용자가 가장 많은 항공사가 됐다. 대구시 관계자는 "저비용항공사인 티웨이항공과 제주항공이 대구국제공항 이용객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며 "지난해에 비해 급격히 저비용항공사 이용객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처럼 저비용항공사가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가격 경쟁력' 덕분이다. 저비용항공사는 대형 항공사와 달리 불필요한 서비스를 줄이고 유료화하는 대신 저렴한 항공 티켓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국내선 항공권보다 싼 국제선 항공권까지 등장하고 있을 정도다. 티웨이항공의 이달 대구~제주 편도 항공권 특별 가격은 3만7천원(항공운임, 유류할증료, 공항사용료 모두 포함)에 불과하다. 국제선 역시 대구~괌 편도 24만원, 대구~상하이 13만3천원, 대구~오사카 11만3천원 등으로 저렴하다.

이제 저비용항공사는 국제선 증편에 힘쓰고 있다. 대구국제공항의 국제선(정기선)을 살펴보면 이달 1일 기준으로 티웨이항공은 상하이와 오사카, 괌 등 20편을 운항하고 있다. 대구국제공항 관계자는 "대형 항공사가 수익 등의 이유로 지방공항에 국제선 취항을 꺼리면 결국 이용자는 해외로 나가기 위해 인천공항까지 이동하는 등 불편을 겪어야 한다"며 "하지만 저비용항공사가 지방공항을 중심으로 국제선을 늘리면 이용객도 편하고, 공항도 활성화된다"고 설명했다.

◆질 낮은 서비스, 안전은 불안

저비용항공사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항공 전문가들은 "저비용항공사가 싼 항공권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공항이용료가 비싼 허브공항을 피한 국제노선을 만들고 있어서다"며 "허브공항이 아닌 국제선 공항의 경우 대부분 교통이 불편한 곳에 있어 이용객이 현지에 도착한 뒤 이동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저비용항공사는 기대 이하의 서비스로 소비자의 불만을 사고 있다. 항공권이 싼 대신 대형 항공사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스가 저비용항공사에서는 유료인 경우가 종종 있다. 제주항공은 지난달 1일부터 예약센터를 통한 신규 예약 발권에 건당 3천원의 수수료를 부과했으며, 이스타항공은 좌석 지정 서비스를 유료화한다고 발표했다. 항공업계는 저비용항공사가 앞으로 기내식, 수하물 등 다른 서비스도 유료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소비자들은 "항공권이 싸서 구입했는데 정작 기본이라 생각한 서비스가 유료라면 대형 항공사와 가격 차이가 별로 없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저비용항공사 이용객이 늘면서 발생하는 소비자 피해도 만만찮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4월 발표한 '2014년 항공교통서비스 보고서'에 따르면 항공교통 이용자 피해구제 접수 건수는 2012년 396건에서 지난해 681건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는 433건이 접수돼 지난해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항공사별 구제 건수를 살펴보면 제주항공이 37건으로 가장 많았다.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도 각각 34건, 25건을 기록해 저비용항공사와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이용자 10만 명당 피해구제 건수로 따지면 상황이 많이 달라진다. 저비용항공사는 이스타항공이 1.18명, 진에어 0.97명, 제주항공 0.67명 등으로 많은 반면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은 각각 0.19명과 0.11명에 그쳤다.(그래프 참조)

또 다른 우려는 '안전'이다. 적은 항공기로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운항 횟수를 늘리면 항공기의 노후화가 빨라지고 비용을 줄이는 과정에서 안전관리에 소홀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저비용항공사는 수익의 90%가 여객기 운송에서 발생하는 만큼 항공기 가동률을 높여야 한다"며 "결국 운항 스케줄이 빡빡할 수밖에 없고 절대적이라 할 순 없지만 안전점검에 소홀해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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