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팔 전산실장 배상혁,"삭제 내용·은닉 자금 모른다"

입력 2015-10-27 20:30:00

전산 기록 삭제 지시 인정, 공소시효 지나 처벌 안돼

경찰이 조희팔의 유사수신업체 전산시스템을 총괄했던 배상혁(44)을 검거해 조사하고 있지만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배 씨가 전산자료 삭제 혐의에 대해서만 인정할 뿐 삭제한 자료의 내용과 조희팔 은닉 자금 여부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경찰청 조희팔 사기 사건 특별수사팀은 27일 "배 씨는 당시 조희팔의 지시에 따라 후임 전산실장 A(53'여) 씨를 포함한 전산실 직원들에게 경찰의 압수수색 이전 전산 기록을 없애도록 지시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증거인멸 혐의의 공소시효(5년)가 지나 이 부분에 대해서는 처벌이 어렵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2008년 10월 17일 조희팔 사건 수사에 들어가 같은 달 31일 대구 동구에 있던 업체 전산센터에 대해 압수수색을 했다. 당시 조희팔 사건을 담당했던 대구경찰청 수사2계 정모(40'구속) 전 경사는 압수수색 이전에 이 같은 정보를 1억원의 뇌물을 줬던 강태용에게 전달했으며, 배 씨는 이를 바탕으로 전산기록을 삭제한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배 씨는 당시 삭제한 자료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진술을 거부하고 있으며 조희팔의 은닉자금 여부에 대해서도 입을 다물고 있다"고 말했다.

배 씨는 2012년 2월부터 올해 5월까지 고등학교 동기인 B씨와 C씨 이름으로 임대한 강원도 춘천 펜션에 은신하면서 운영에도 관여한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밝혀졌다. 지명수배자인 배 씨가 7년 동안 버젓이 부인과 접촉하고 펜션 운영에도 관여할 정도로 자유로웠던 것은 경찰이 배 씨 검거에 손을 놓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지적과 관련, 경찰은 "배 씨를 고의로 잡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다만 일찍 검거하지 못한 점은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2008년 당시 조희팔 사건을 맡았던 수사2계 소속 경찰관들(현직 4명, 전직 1명)에 대해서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조희팔 사건 연루 가능성을 수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구속된 정 전 경사 외에 유착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계속 수사를 펼칠 예정이며 경우에 따라 윗선을 조사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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