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힘들어지는 작은 연극 공간들

입력 2015-10-24 01:00:08

한때 200여 개 소극장, 이제 130개로…대자본 뮤지컬·영화에 밀려나는 연극

극단 온누리의 지난 9월 연극
극단 온누리의 지난 9월 연극 '아들은 엄마의 나이를 모른다' 공연 장면. 극단 온누리 제공

연극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종합예술 중 하나로 꼽히지만, 오늘날 그 근간이 위태로운 상황에 빠져 해법 모색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25일 대구시 중구 반월당 정안빌딩 5층에 있던 뉴컴퍼니소극장이 재정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개관 7년 6개월 만에 문을 닫았다. 이뿐만 아니다. 서울 대학로의 극단과 극장이 급격히 상승하는 임차료를 감당하지 못하는 등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으며, 한때 200여 개에 달했던 일대 소극장 수가 현재 130여 개로 줄어들었다. 이 같은 소식은 서울보다 연극 시장 규모가 작은 대구의 연극인들을 더욱 위축되게 한다.

대구의 한 극단 대표는 "뉴컴퍼니소극장의 폐관은 연극계의 어려움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앞으로 대구에서도 서울 대학로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며 "대구에는 1년 내내 연극이 만들어지고 공연되는 소극장이 많은데 문제는 공연을 할수록 적자가 커진다는 점이다. 관객이 모인다는 연극 작품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어려움은 공연 환경의 열세에 1차 원인이 있다. 과거 보고 즐길 거리가 없던 시절과 달리 차고 넘치는 게 영화관, 대형 공연장이다. 유명 연예인을 동원한 스타 마케팅, 대규모 자본을 들여 제작한 상업 영화와 뮤지컬 등 연극의 대체재가 우리에게 친숙해졌다. 자연스레 공연에 관객 수가 줄어들었고 공연 수익 감소로 이어졌다.

김재만 극단 엑터스토리 대표는 "서울이나 대구에서 소극장은 정체 지역에서 적은 비용을 들여 시작했다. 소극장이 모인 곳을 정책적으로 활성화하니 거기에 상권이 형성되고 자연스레 임차료가 상승했다. 줄어든 공연 수익으로는 임차료를 감당할 수 없으니 극장이 문을 닫거나 다른 지역으로 옮겨 가는 상황이 됐다"고 했다.

따라서 소극장 운영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책 마련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현재 대구문화재단은 연극 제작지원 등 창작 활동에 드는 비용의 최대 90%까지 지원하고 있다. 이는 창작활동이 지역에 미칠 사회'문화적 파급 효과와 시민의 문화적 정서함양을 키우는 공익 차원에서 보조금 명목으로 지급되고 있다. 반면에 소극장 운영을 돕기 위한 보조금 지원은 관련 법에 따라 제한된다. 극장 운영 자체가 공익이 아니라 영리 목적이기 때문이다.

원상용 대구문화재단 문화사업부장은 "과거 '소극장 환경개선 사업'으로 객석을 교체하고, 조명시설을 바꿔준다든지 화장실을 개선해주는 등 간접적으로 운영을 지원하는 사업을 한 적이 있지만, 이는 극장을 이용하는 시민의 편의를 위한 것이었다"며 "원론적으로는 극단과 극장이 자생력을 키우는 게 가장 중요하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기에 대구가 '공연문화의 도시'를 지향하는 이상 그 기반이 되는 소극장 운영에 대한 다양한 지원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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