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씨 일당에 놀아난 대구경찰…2008년 조 씨측 요청으로 수사 착수 드러나

입력 2015-10-21 20:37:04

체면 구겨진 대구경찰청 21일 TF 구성 수사 지휘

경찰이 지난 2008년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 일당 수사에 착수할 당시 조 씨 측의 요청으로 수사를 시작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타 지역 경찰이 조 씨 일당 수사에 먼저 착수하자 친분이 두터운 대구경찰청 경찰들에게 요청, 사건을 무마'축소 하기 위한 의도였으며 결국 부패한 경찰이 조 씨 일당의 '방패막이' 역할을 한 셈이다.

이와 관련 경찰청은 21일 대구지방경찰청에서 담당하던 조 씨 사건을 건네 받아 직접 수사에 나서기로 해 대구경찰이 체면을 또다시 구기게 됐다.

대구경찰청 조 씨 사건 특별수사팀은 이날 2008년 대구경찰청 수사 2계에 근무했던 A(40) 전 경사가 조 씨 일당 2인자인 강태용 측의 부탁을 받고 수사를 시작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A씨는 중국으로 도주하다 붙잡혔으며 강 씨에게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지난 16일 구속됐다.

경찰은 강 씨가 자신의 업체를 수사해달라고 부탁한 배경엔 충남 서산경찰서의 사전 수사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서산경찰서는 대구경찰이 수사에 착수하기 1개월 전인 2008년 9월부터 이미 조희팔 사기 사건을 전방위로 수사하고 있었다. 서산경찰서는 대구에서 조희팔 업체 전산실을 찾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었다. 이 때문에 강 씨는 더는 다단계 사업을 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 같은 해 10월 측근을 통해 당시 대구경찰청 수사 2계 소속 경찰관이던 A씨에게 수사 의뢰를 요청했다. 강 씨가 뇌물을 주고 친분을 쌓아놓았기 때문에 대구경찰이 서산경찰서의 수사를 방해하고 축소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당시 대구경찰이 수사에 착수하면서 서산경찰서는 압수수색을 하지 못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A씨는 대구경찰이 업체 전산실을 압수수색하기 전에 수색 날짜를 조 씨 일당에 알려준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조 씨 일당은 경찰이 2008년 10월 31일 업체 압수수색을 하기 전에 미리 전산망을 파괴하고 유유히 도주할 수 있었다.

일각에서는 당시 대구경찰청 수사 2계 내에서 말단인 경사 계급인 A씨 혼자서 이 같은 범행을 했다는 것은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 수사가 아니냐는 지적을 하고 있다. 이런 정황이 곳곳에서 잡히고 있으며 현재까지 이로 인해 사법처리된 경찰관만 5명이다. 조 씨 피해자 모임인 전세훈 바른가정경제실천을위한시민연대 국장은 "이미 총경급이 조 씨 측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처벌을 받은 상황인데 경사 1명이 모든 범행을 저질렀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한 점 의혹이 없도록 강력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경찰청은 21일 조희팔 사건과 관련해 태스크포스(TF)를 직접 구성해 수사 지휘를 한다고 밝혔다.

TF는 본청 수사기획관을 단장으로 범죄정보과, 지능범죄수사대, 경제범죄수사계 등 12명의 혼성팀으로 구성된다. 앞으로 대구경찰청을 비롯한 지방청의 수사를 지휘하고 관련 첩보를 수집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과거 조희팔 사건과 깊숙이 연루된 대구경찰이 '과연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라는 여론에 따른 것으로 사건을 수사해온 대구경찰로서는 치욕적인 상황이 된 셈이다.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당시 팀장과 반장 등을 상대로 수사 정보 유출 관여 여부에 대한 조사를 했지만, 현재까지 다른 경찰관의 관여 사실은 확인하지 못했다"며 "A씨 사건을 22일 검찰에 송치한 뒤에도 관련 의혹을 확인하기 위한 수사를 계속 벌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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