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칼럼] 도시와 다양성

입력 2015-10-21 01:00:09

1971년생. 경북대 행정학과. 영국 셰필드대. 도시계획학 박사. 제2회 지방고등고시. 대구시 첨단의료복합단지추진단 기획팀장. 한국정부학회 편집이사
1971년생. 경북대 행정학과. 영국 셰필드대. 도시계획학 박사. 제2회 지방고등고시. 대구시 첨단의료복합단지추진단 기획팀장. 한국정부학회 편집이사

대구 인재 유출 일자리 부족 탓만 아냐

나이·학연 따지는 사회적 풍토도 영향

새로운 의식·사고 어울릴 때 혁신 가능

수용에 인색하면 '답답한 도시'로 전락

도시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지향해야 할 가치는 여러 가지가 있다. 과거 경제개발 시기에는 사회 전반적으로 효율성과 생산성이 지배적 가치로 자리를 잡고 있었기 때문에 도시발전에서도 효율성과 생산성이 중요하게 인식되었다. 하지만 시민사회가 성숙하고 지방자치의 시행 등으로 주민들의 참여 욕구가 확대되면서 민주성이나 협력성의 중요성이 보다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가치의 다양화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특히 도시는 복잡한 유기체적 공간이기에 다양한 가치들이 공존하고 경쟁하는 것이 현실이다. 사실 이러한 가치는 환경적 변화와 시대적 상황에 따라 혹은 지역적 여건에 따라 그 중요성이 변화할 수 있다. 즉 도시의 발전에서는 절대적인 가치가 있다고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현재 우리 지역이 처해 있는 상황과 문제점을 고려할 때 '다양성'은 중요하게 인식하고 실현해 가야 할 가치 중의 하나로 보인다. 다양성은 사전적으로 '모양, 빛깔, 형태, 양식 따위가 여러 가지로 많은 특성'을 의미한다. 이러한 의미를 도시나 지역의 관점에서 보면, 도시나 지역을 구성하는 각각의 요소들 내에서 여러 가지로 많아야 함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베를린의 경우 도시건물 중에 같은 건물이 하나도 없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는 외형적 모습에서 다양성을 추구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도시의 다양성은 이러한 외양적인 모습뿐만 아니라 인간의 삶의 양식과 관련되는 정치, 경제, 문화적인 측면까지 아우르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역 발전에서 다양성은 왜 중요한가? 잘 알고 있듯이 외부 환경은 급변하고 있으며 지역 간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그 때문에 어느 때보다도 지역의 발전적 변화와 혁신에 대한 요구가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지역의 변화와 혁신을 위해서는 여러 조건이 갖추어져야 하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지역 내에 다양성이 확보되지 않고서는 어려울 것이다.

게리 하멜(Gary Hamel)과 빌 브린(Bill Breen)도 그들의 책 '경영의 미래'에서 도시의 다양성은 여러 곳에서 흘러들어오는 새로운 사람들과 더불어 발견과 발명의 연쇄반응을 지속적으로 가능하게 해 준다고 지적하고 있다. 비슷한 사람들과 비슷한 사고만으로 도시에서 변화와 혁신을 만들어가기는 힘들다. 다양한 사고와 아이디어를 존중하고, 이들 간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이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지 않는 이상 도시나 지역이 발전적으로 존립하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이런 측면에서 보면 우리 지역은 다양성을 중요한 가치로 인식하는 문화도 축적하지 않고 있으며, 다양성을 수용하는 데에도 다소 인색한 것으로 보인다. 먼저 경제'산업적인 측면에서 보면, 과거 섬유산업을 통해 지역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지역경제는 산업구조적인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경제문화적인 측면에서 다양성을 확보하는 노력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었다.

이에 따라 독일의 지역경제학자인 로버트 하싱크(Robert Hassink)는 과거 대구의 지배적인 산업인 섬유산업이 지나치게 임가공 하청관계를 통한 화학직물을 생산하는 데 특화돼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산업이 성장할 수 여건을 발전시키기 어려웠다고 분석하고 있다.

정치적 측면에서도 오랫동안 특정 당 중심으로 국회의원이 선출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정치적 다양성을 흡수하고, 그를 통해 지역의 정치적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지역의 성장을 도모하려는 노력도 약했던 것이 사실이다.

젊은 사람들이 지역을 떠난다고 걱정을 하지만, 사실 젊은 인재의 유출은 괜찮은 일자리의 부족만이 원인이 아니다.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나이와 출신학교를 먼저 질문하고,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주지 않는 답답한 사회적 풍토에서는 다양성의 싹이 자라나기 어렵고, 젊은 사람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자신들의 이상을 펼쳐 보기는 힘들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지역사회에서 다양성을 이해하고 존중하지 않으면, 새로운 사고와 의식이 자라나기 어렵다. 새로운 사고와 의식이 기존의 것들과 지속적으로 충돌하고, 어울릴 때 도시와 지역의 혁신은 가능하다. 우리 지역의 사회문화적 특징이 시대적 상황에 맞게 다양성을 함유하지 못할 경우 '답답한 도시'가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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