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니에르병

입력 2015-10-21 01:00:09

갑자기 땅이 울렁 구역질 빈혈 아닌 귓속 '멀미'

주부 박모(46) 씨는 최근 계모임 회원들과 등산을 하다가 사고를 당할 뻔했다. 등산로를 걷다가 갑자기 현기증과 함께 구역질이 치밀어오른 것. 비틀거리며 쓰러진 박 씨는 지인들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하산할 수 있었다. 박 씨는 "갑자기 코끼리 코를 하고 수십 바퀴를 돈 것처럼 온 세상이 빙빙 돌았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병원을 찾은 박 씨는 '메니에르병으로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았다.

메니에르병은 심한 어지러움과 청력 저하, 귀울림 등을 동반하는 질환이다. 갑자기 어지럼증이 생기면서 눈앞이 빙글빙글 도는 듯한 느낌을 받는 것이 특징이다. 보통 20분 이상 심한 어지러움이 계속되기 때문에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겪는다.

◆환자 10명 중 8명이 40대 이상

메니에르병은 어지러움과 청력 저하, 이명, 귀가 꽉 차거나 막혀 있는 느낌 등이 나타나는 질병이다. 환자는 해마다 꾸준히 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0년 7만5천830명이었던 메니에르병 환자는 지난해 11만1천372명으로 42.6% 증가했다. 연평균 10% 이상 늘어난 셈이다.

메니에르병은 주로 여성들이 많이 겪는다. 지난해 여성 메니에르병 환자는 7만8천910명으로 남성(3만2천462명)보다 2.4배 많았다. 여성 환자는 지난해 메니에르병으로 병원을 찾은 전체 환자의 70.9%를 차지했다. 연령대별로는 70대 이상이 25.2%로 가장 많았고 50대(21.0%), 60대(18.5%), 40대(16.1%) 순이었다. 환자 10명 가운데 8명이 40대 이상인 셈이다.

메니에르병은 귓속 달팽이관의 림프액이 갑자기 늘어나거나 제대로 배출되지 않으면서 귓속 압력이 높아지며 나타난다. 발병 원인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귀의 구조적 이상이나 염증, 스트레스, 호르몬 이상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편두통 환자의 발병률이 높고 20% 정도는 가족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청력 떨어져…호전'악화 반복되기도

메니에르병은 어지럼증과 함께 나타난다. 빈혈이 정신이 아득해지는 느낌이 든다면, 메니에르병은 코끼리 코를 잡고 맴돌 때처럼 회전성이 느껴지거나 땅으로 꺼지는 듯한 느낌이 난다. 멀미를 할 때처럼 구토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청력이 떨어지는 점도 특징이다. 청력은 좋아졌다가 나빠지길 반복하기 때문에 보청기를 사용하기 쉽지 않다. 한쪽 귀나 양쪽 모두에서 액체로 귀가 꽉 찬 듯한 압박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메니에르병은 약물치료로 충분히 호전될 수 있다. 난청도 어느 정도 회복이 가능하다. 김이혁 대구가톨릭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메니에르병은 증상이 없어진 후에도 일정 기간 약을 복용해야 한다"면서 "약물치료를 하면 환자 중 80% 이상이 회복된다"고 밝혔다.

메니에르병은 치료된 후에도 재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생활습관을 교정하는 게 필요하다. 현기증을 유발하는 과로와 스트레스, 불면 등은 피해야 한다. 짠 음식을 먹으면 내림프액의 압력이 높아지기 때문에 식이요법을 통해 염분 섭취를 줄이는 것이 좋다. 카페인이 많이 들어간 음료나 술, 담배 등은 삼가야 한다. 메니에르병은 자가 진단이 어려우므로 어지러움, 청력 저하 등 증상이 나타나면 병원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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