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현대사 100년 놓고 좌'우파 격전
한국 국사 책에는 건국기념일 없어
합법정부 대한민국 출발 부정한 셈
진정한 좌파라면 북한 인정해선 안돼
한판 붙어도 단단히 붙었다. 시민들도 둘로 확실히 갈라졌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두고 벌어진 '때아닌 전쟁'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간의 사정을 좀 아는 사람들은 올 게 왔다며 박수를 친다. 솔직히 말하면 그 사람들이야말로 '침묵해 온 다수'라고 나는 믿는다. 그래선지 논란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대통령 지지도는 크게 빠지지도 않았다. 안심번호로 청와대와 삐걱대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로서는 묘책을 찾은 셈이 됐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괴롭다. 물러서자니 진영이 무너지고 진격하자니 목소리만 컸지 병력도, 시민 지원군도 생각처럼 많지 않다. 그저 국사학계를 꽉 쥐고 있는 교수들과 좌파 성향의 언론을 믿을 수밖에 없게 됐다. 총선이 바로 앞인데 엉뚱한 일에 코가 꿰인 것이다.
논란의 핵심은 우리 근현대사다. 불과 백 년의 역사를 두고 좌'우파가 이처럼 격전을 벌이는 것은 그 백 년에 있었던 사건을 보는 시각이 하늘과 땅처럼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그 결정적 충돌점은 헌법상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인 대한민국은 친일파 후손들이 여전히 득세하고 정의가 자주 왜곡된 '정부'인데 반해, 반국가단체에 불과한 북한은 주체사상을 바탕으로 한 자주적인 국가라는 서술 태도에 있다. 물론 시비 대상이 된 검정교과서 저자들은 어디에 그런 구절이 있느냐고 할 것이다. 그러나 모든 글에는 보이지 않게 냄새가 나는 법이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하지 않는가.
역사학자들은 그들의 스승인 사마천은 읽지 않는 것인가? 2천100년 전 한무제 때 사마천은 이릉을 변호하다 궁형(宮刑)을 당한 뒤 차마 자결하지 못하고 사기(史記)를 쓴다. 그는 태사공자서(太史公自序) 끝에 '정본은 명산에 깊이 감춰두고 부본은 수도에 두어 후세 성인군자들의 열람을 기다린다'고 적었다. 그만큼 겁이 없어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았고, 시류에 흔들리지 않았으며, 수많은 전거에 의존해 사실을 기술했다. 그뿐이면 그저 그런 역사책이 되었을 텐데 그는 자신의 평가를 일일이 기록했다. 그래서 항우본기에 항우를 불운한 영웅으로 묘사하면서 고조본기에 유방을 날건달로 적을 수 있었다. 사마천은 적어도 학자의 양심을 저버리진 않았다. 태사공의 이름으로 내린 평석에는 사적(私的)인 감정에 휘둘렸거나, 특정 목적으로 사실을 왜곡한 흔적은 없다. 그런 까닭에 사기는 당대(唐代)에 관리임용시험 과목이 되었으며 2천 년을 필독서의 첫머리에 자리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 나라의 국사 책은 어떤가? 하나만 짚자. 전 세계 '문명국'들은 적어도 건국기념일은 두고 있다. 그런데 우리 국사 책에는 정부수립일은 있는데 건국일은 없다. 국사 책을 쓴 이들은 하나같이 대한민국은 상해 임정(臨政)을 계승했으므로 1948년 8월 15일은 건국이 아닌 것은 물론 남한만의 단독 정부수립에 불과하다고 한다. 아마도 정신적 계승을 말한 헌법 전문(前文)을 두고 그들은 국가의 계승으로 이해하는 것 같다. 결국 그들은 대한민국을 '과도기적인 정부' 수준으로 보는 것이다. 이런 시각은 6'25전쟁을 그저 남북 충돌로 보게 하고, 전후의 경제성장은 빈부격차만 초래한 것으로 보게 한다. 이 얼마나 괴이한 짓거리인가? 나는 좌파를 다만 틀렸다고 볼 뿐, 나쁘다고 보지는 않는다. 그런데 이런 사가(史家)들의 시각은 좌파의 시각이 아니다. 제대로 된 좌파라면 북한정권을 정상국가로 이해할 수가 없을 테니 말이다.
교육부 장관을 거쳤던 마거릿 대처 전 총리는 디즈레일리와 글래드스턴 두 전 총리가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만들었던 빅토리아 왕조를 암울한 시대로 묘사한 역사 책에 분노해 교육개혁을 밀어붙였다. 조지 부시 대통령 때 미국 상원은 조지 워싱턴이나 에디슨은 제대로 기술하지 않으면서 매카시즘이나 백인 우월주의 같은 부정적인 요소만 잔뜩 늘어놓은 좌 편향 역사표준서의 승인을 거부하는 결의안을 99대 1이라는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시켰다. 역사 앞에는 여야가 없었던 것이다. 우리 정치판에 이런 양심을 기대한다는 것은 역시 무리인 것인가?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한덕수 "24일 오후 9시, 한미 2+2 통상협의…초당적 협의 부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