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익기 "상주본 썩어가…답답하면 국가가 구입해야"

입력 2015-10-15 02:00:01

법정 다툼 예고된 훈민정음 소유권

지난 7일 그동안의 침묵을 깨고 '1천억원을 줘야 훈민정음 상주본을 국가에 내놓겠다'고 기자에게 밝혔던 배익기 씨는 14일 기자와 다시 만났다. 이번에는 "상주본은 배 씨 소유가 아니다"라는 요지의 판결을 내린 민사재판에 대한 재심청구를 통해 상주본 소유권과 관련된 '최종 결론'을 법정에서 다시 이끌어내겠다는 뜻을 내놨다. 아래는 일문일답.

-민사재판에서 소유권을 얻은 조모 씨와 상주본은 상관이 없다고 주장했는데?

▶내가 절도혐의에 대해 무죄를 받은 것은 상주본이 조모 씨의 골동품 가게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상주본이 조씨 집에 있었다는 증거도 없이 조씨 것이라고 판결이 났고 내 것을 실물도 없이 기증식까지 하면서 내놓으라고 하니 미칠 것 같았다.

조 씨는 법정에서 책의 생김새도 똑바로 진술하지 못했다. 10년 전 샀다고 했다가 부친한테 물려받은 것이라고 진술도 번복했다.

-그렇다면 상주본은 어디서 입수했나?

▶조 씨가 아닌 제3자로부터 입수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을 상대해야 하는 골동품 거래와 수집 과정의 특성상 정확하게 누구로부터 샀거나 얻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제3자도 해례본의 가치를 모르고 넘겼고 나 역시 모르는 상태에서 구입했다가 뒤늦게 알게 됐다. 조 씨와의 소유권 다툼을 벌였던 수년간 언론에서 그렇게 떠들었어도 진짜 주인이 나타나지 않았다. 만약 진짜 주인이 나타났다면 조 씨와의 다툼이 일찍 끝나 내게 큰 도움이 됐을 것이다.

-상주본과 관련된 사건이 조작됐으며 문화재청이 배후라고 주장했는데?

▶문화재청이 사건 조작의 배후라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내가 훔친 물건이라면 2008년 당시 세상에 공개했겠는가? 뜬금없이 조 씨가 자기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왔다. 이를 뒷받침하려면 증인들이 필요했고 문화재청 관계자가 조 씨 편 증인들에게 국가가 하는 일이니까 위증을 해도 아무 탈이 없다고 했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문화재청은 계속 조 씨의 기증을 근거로 국가 소유라고 주장한다.

▶내가 훔친 게 아니라는 것이 (대법원에서 판결로) 밝혀졌고 조 씨의 기증은 한편의 희극이다. 물건도 없이 '기증하겠다'고 말한 것, 도대체 말이 되는가? 무슨 어음발행 하는 것도 아니고 실질적으로 효력이 있나?

-1천억 보상 주장은 재심청구 이후에 했을 수도 있는데 미리 한 이유가 있나?

▶최근 상주본 보관 상태를 확인해보니 상태가 안 좋아지고 있어 가슴이 아팠다. 처음에는 재심청구 이후 1천억원을 요구하려고 했다. 그런데 상주본이 썩어가고 있는 것 같다 재심청구까지 하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래서 빨리 박물관에 보관해야 한다는 생각에 그랬다.

그러나 문화재청은 '답답한 놈은 배익기다' 이런 식인 것 같다. 자신들은 상주본이 썩고 있어도 답답하지 않은 것 같다.

-훼손이 되고 있다면 일단 국가에 맡긴 다음 보상을 요구하는 대승적인 결단을 내릴 생각은 없나?

▶고민을 했지만 상주본은 나의 전부다. 문화재청은 한 푼도 주지 않겠다는 말을 언론에 흘린다. 개인이 소유한 유물이라면 불법으로 취득한 증거가 없는 한 국가가 소유권을 강제할 수 없다. 기증을 안 하겠다면 아무리 국가라도 필요하면 돈을 주고 사야 한다. 헌법에 보장된 사유재산권을 침해할 수 없다.

-만약 재심청구 결과가 나쁘면 다시 구속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난 구속이 두렵지 않다. 지난 1년간 나를 구속해서 얻은 게 무엇인가? 사건이 조작됐기 때문에 구속됐을 때도 상주본 행방을 밝히지 않고 내가 버틸 수 있었다. 난 이상한 사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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