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북구의 80대 주민은 2010년, 아버지의 일제강점기 시절 독립운동 인정을 위한 공적을 모아 국가보훈처에 독립유공자 포상을 신청했다. 보훈처의 보류 결정으로 요구 자료를 모아 두 차례 더 냈지만 '객관적 입증 자료 미비'라는 이유로 퇴짜를 맞았다. 시간과 경비를 들여 객관적 자료를 찾는 수고를 마다치 않았으나 결과는 같았다. 결국 그는 지난 8월 보훈처 직원 2명을 직무유기로 고소했다.
이런 일은 국가유공자 후손들이 흔히 겪는 것이다. 유공자로 인정받기 위해 보훈처가 요구하는 객관적인 증빙 서류를 갖추기 힘들어서다. 물론 유공자 결정이 공정하고 엄격해야 하기에 보다 객관적인 공적 조서 요구는 당연하다. 그러나 후손의 입장에서는 수십 년 전의 공적을 증명하기 위한 객관적인 자료를 찾아 모으는 것이 사실 어렵고 힘겹다. 시간과 경비 부담은 물론이고 관련 자료가 과연 어디에 보관돼 있는지 확인조차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국정감사 당시 보훈처가 3년 동안 국가 유공자 비해당 결정을 내린 건수가 2만6천 건이나 됐다. 이 가운데 1만3천300건은 자료 미비에 따른 것이었다. 자료 미비로 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한 사례가 전체의 51%에 이른 것만 봐도 자료 갖추기가 얼마나 힘든지 짐작할 수 있다. 개인이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는 후손과 달리 국가는 단편적 자료만으로도 단서를 찾아 자료를 구하고 확인하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이다. 정부는 빅데이터 시대에 맞는 방대한 국가 전산망과 비축 자료, 풍부한 인적 물적 자원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보훈처는 제출된 후손의 자료를 갖고 정부 조직을 활용해 자료의 객관성 여부를 확인, 또는 보완하는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국가유공자 발굴에 나서야 한다. 그것이 바로 국가를 위해 희생한 분에 대한 보훈처 공직자로서 할 일이다. 보훈처는 그런 업무를 위해 만든 조직이다. 소송으로 지면 마지못해 뒤늦게 잘못을 인정하는 그릇된 공직 풍토, 하수(下手) 행정의 틀을 깨고 창조 행정의 길을 터야 한다. 나라를 위해 한 일이 뒷날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면 과연 누가 또다시 기꺼이 몸과 마음을 다할 것인가. 보훈처의 존재 이유를 다시 한 번 되새겨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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