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기계천 오폭 이원우 유족회장
"유족들은 65년 전 참변을 잊을 수 없으며 앞으로 인권신장과 평화추구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경주 기계천 미군폭격사건 이원우(67) 유족회장은 법적으로 본인 이름이 없다. 지금까지 형의 이름을 쓰고 있다. 6'25전쟁 중이던 1950년 8월 14일 경주 기계천 일대에 미군 폭격기가 피란민을 상대로 무차별 폭격, 7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현재까지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는 35명, 부상자는 9명이다. 이날 폭격으로 이 회장은 아버지, 어머니, 형을 잃었다. 당시 21개월에 불과했던 이 회장은 출생 신고가 돼 있지 않았고, 대신 형의 이름으로 지금까지 살아왔다.
이 회장은 지난 2002년부터 이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 모든 것을 던졌다. 경주시, 행정자치부, 국방부 등에 진실규명을 요청하는 민원을 수백 차례 냈다. 각고의 노력은 빛을 발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가 2009년 미 공군에서 '경주 기계천 상공에서 피란민인 줄 알고도 일방적으로 폭격했다'는 비밀문서를 확인했다. 이 회장은 "이제야 진실이 밝혀진 것 같아 정말 기뻤고, 눈물이 났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지금까지 대구경북에서 정부에 진실규명을 신청한 미국 관련 희생 사건은 모두 40여 건이지만 진실규명이 난 것은 기계천 사건을 비롯해 포항 흥해읍 흥안리, 예천 보문면 산성리 사건 등 3건뿐이다.
이후 이 회장과 유족들은 "무고하게 숨진 희생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위령제를 봉행하고 싶다"며 관계 당국에 요구했고, 경주시의 지원으로 2010년 첫 위령제를 시작으로 매년 봉행하고 있다.
9일 경주시 강동명 양동초등학교에서 진행된 제6회 경주 기계천 미군폭격사건 희생자 합동위령제가 유족과 주민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행사는 1부 합동위령제, 2부 추모식, 3부 기타행사 순으로 진행됐다. 위령제는 이 회장의 초헌과 홍욱헌 위덕대 총장의 아헌, 양용해 한국전쟁유족회 공동의장의 종헌, 유족들의 헌작 등으로 이어졌다. 이날 행사에 직접 참석한 최양식 경주시장은 추도사에서 "올해는 광복 70주년, 6'25전쟁 발발 65주년이 되는 해"라며 "지난날의 아픔과 고통을 극복하기 위해 진실을 밝혀 억울한 누명과 맺힌 한을 풀어야 하고, 희생자와 유족들의 명예도 회복돼야 하며 후손들에게 진실을 제대로 알려야 한다"고 했다. 이 회장은 "희생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법적 제도적 지원책도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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