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通] 외교부 시니어 공공외교단 금영철 대구대 명예교수

입력 2015-10-10 02:00:04

"뉴욕서 매년 열리는 '모의 유엔회의' 지방대 학생들도 많이 참가해야죠"

금영철 교수는
금영철 교수는 '국민과 함께하는 외교'를 주장하며 몇 년째 공공외교에 나서고 있다. 금 교수는 유엔의 프로그램을 잘 활용하면 지역의 학생들이 글로벌 꿈을 펼쳐나가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얘기한다. 또 대구의 외교 현안인 '국채보상운동 유네스코 등록'에 대해서도 따뜻한 제언을 잊지 않았다. 금 교수가 국채보상공원에서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정부 부처 중 가장 관료적이고 엄격한 조직이 외교부일 것이다. 말 한마디, 문구 하나로 국익을 다투는 본업상 매사가 정교하고 신중할 수밖에 없다. 이 딱딱한 외교도 민간으로 넘어가면 격식과 의전에서 자유로워진다. 길을 묻는 외국인에게 친절을 베풀 듯 외교가 일상생활의 영역이 되는 것이다.

공식외교와 민간외교, 그 중간쯤에 '국민공공외교'가 있다. 민간의 영역에서 다양한 외교 활동을 벌이되 정부가 그 사업을 뒷받침하고 지원하는 방식이다.

'국민과 함께하는 외교'를 주장하며 공공외교에 나선 한 은퇴교수가 있다. 대구대에서 20여 년간 경영학을 가르친 금영철(76) 명예교수다.

금 교수가 제안하는 사업은 ▷재미교포 대학생 한국 정체성 교육 ▷한국 학생 유엔글로벌 리더십 체험학습 ▷UNESCAP(아태경제사회이사회) 인턴십 수련 프로그램 ▷창조경제의 한국 사례 강좌 베트남 개설 등이다. 이미 계획서를 외교부에 제출해 놓았고 심사 중인 사업도 있다.

이외 최근 대구시의 외교 현안으로 떠오른 '국채보상운동 유네스코 등재'에도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국민공공외교'를 화두로 퇴직 후에 더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는 금 교수를 국채보상공원에서 만났다.

◆유엔글로벌리더십 프로그램 참가

얼마 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인터뷰에서 "고교 때 모의 유엔회의 참가체험이 오늘의 나 자신을 만든 모티브가 되었다"고 술회한 적이 있다.

유엔에서는 매년 '모의 유엔회의'를 열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각국 대학 및 중'고교생들이 유엔의 이념 및 국제 현안 문제를 토론하면서 글로벌 이슈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

초청받은 학생들은 유엔 회원국의 학생대사 역을 맡아 상정된 주제에 대한 프레젠테이션 및 토론을 한다.

전 세계 2천 명 이상의 학생이 초청받아 뉴욕 유엔센터에서 토론회를 연다. 매년 참가 학생들이 증가하고 있고 뉴욕 주변 8개 도시에서 분산 개최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국제무대에서 외국 학생들과 교류하면서 글로벌리더의 꿈을 키우는 행사에 지방 학생들의 참가가 전무합니다. 정보나 어학, 프레젠테이션 준비가 잘 돼 있는 수도권 학생들이 기회를 독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권 교수는 "모의 유엔회의 참가 경력은 국제기구에 취업하는 데 결정적 스펙이 된다"며 "지역에서도 모의 유엔회의 참가를 위한 체계적인 준비를 서둘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재미교포 대학생 한국 정체성 교육

금 교수가 제안하는 두 번째 프로그램은 '재미교포 대학생 한국 정체성 교육'이다. 한국인의 미국 이민 역사는 113년. 현재 교포 수는 150만 명에 달하고 한국계 대학생은 20만 명으로 추산된다. 대부분 시민권자이거나 미국서 출생한 이들로 한국어 구사력이나 한국의 역사, 문화, 풍속, 예절에 대한 이해가 낮은 편이다. 금 교수는 이들을 초청하여 민족 뿌리 교육을 시키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이민의 나라인 미국은 '이중언어교육법'(Bilingual Education Act)을 제정할 정도로 다국 문화를 적극 장려하고 있다. 이런 제도를 잘 활용하면 미 정부의 도움하에 계획을 진행할 수 있다.

"방학 때 3개월(1쿼터)간 모국 방문을 통해 한국어, 역사문화 강좌, 예술 공연, 고택 탐방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를 넓혀주자는 것이죠. 이들은 차세대 미국사회 리더로 성장할 재목들입니다.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이들을 친한(親韓) 인사로 육성한다면 한국의 문화 영토가 확장되는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UNESCAP 인턴십 프로그램

전 세계를 향해 미래를 열어가는 일, 아마 외교관이나 외국 상사 주재원을 통해 그 꿈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유학이나 봉사활동을 통해 기회를 잡을 수도 있겠다. 유엔의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그 꿈을 이룰 수 있다. 바로 아태경제사회이사회(UNESCAP) 인턴십 프로그램이다.

아태지역 출신으로 대학, 대학원 졸업자들은 모두 참가자격이 주어진다. 참가자들은 태국 방콕 소재 29곳 전문위원회에서 인턴교육을 받고, 아태지역 내 유엔기구의 각 에이전시에서 정식 직원으로 일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수련 분야는 환경개발처(EDD), 거시경제정책 및 개발처(MPDD), 사회개발처(SDD), 동남아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OHCHR) 등 모두 30여 곳이다.

국제관계 전문 분석능력 등 까다로운 자격심사를 받지만 일단 정식 직원이 되면 국제공조 전문가로서 비전을 키워갈 수 있다.

권 교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취임 이후 한국인 근무자가 많이 늘어났지만, 분담금 등 유엔 기여도에 비해 아직도 그 수가 많이 모자란다"며 "영어, 국제 시사 지식을 미리 학습하고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으면 지역에서도 충분히 도전해볼 만하다"고 말한다.

◆지역 학생들의 글로벌 꿈 키워야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의 성화봉송대가 유라시아를 통과할 때 중국 내 소수민족의 반(反)중국 시위대에 성화 행렬이 막힌 적이 있다. '스킨십 외교'의 필요성을 절감한 시진핑은 '중국인민대외우호협회'를 설립하여 소수민족들과 민간 채널 외교를 대폭 강화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9'11테러 이후 패권외교에 한계를 느낀 미국은 국제사회에 대대적인 원조활동과 구호사업을 펼치기 시작했다. 정책보다 마음을 얻는 감성외교로 전환한 것이다.

금 교수의 공공외교는 국제사회의 이런 흐름을 반영한 것이다. "세계 10대 경제대국, OECD 회원국으로 성장한 한국도 이젠 국격에 걸맞은 공공 외교를 펼쳐야 합니다. 저는 이러한 외교 과정에 하나의 비전을 더해서 한국 학생들이, 특히 지역의 인재들이 국제사회에 나가서 꿈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함께 만들어가자는 것입니다."

이런 비전을 담은 금 교수의 공공외교 계획서는 민간외교 사업으로 확정되었거나 현재 외교부에서 검토 중인 사업도 있다. "지역 학생들이 눈을 밖으로 돌리면 더 큰 꿈을 꿀 수 있습니다. 누군가가 그 디딤돌을 놓아준다면 지역에서도 '제2의 반 총장'이 나올 수 있겠죠."

◇국채보상운동 세계기록유산 등록을 위한 제언

국채보상운동은 '항일운동'보다 '기록문서'로 접근하는 것이 심사 유리

"복잡한 심사를 거치는 유네스코 등재과정은 그 자체가 고도의 외교 과정입니다. 유네스코는 세계유산 등록에 몇 가지 기본 원칙을 정해놓고 있습니다. 국채보상운동도 이 기준에 따라 준다면 등재가 훨씬 수월해질 수 있습니다."

-현재 대구시와 '추진위'에 건의하고 싶은 말은?

▶유네스코는 가이드라인에 '민족주의적 애국주의와 한 시대의 역사적 사건으로 특정국을 증오하는 것은 오늘날 인류의 공유가치가 어니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국채보상운동은 '항일' '민족주의' '애국운동'의 성격인데 이 규정에 배치돼 검토가 필요하다.

-그럼 어떤 방법이 있나.

▶유네스코엔 '세계기록보관 프로그램'이 있다. 세계적인 기록문서 자산을 효율적으로 보관하자는 취지다. 2007년 대구시에서 발간한 국채보상운동 100주년 기념자료집 1~5권은 유네스코의 이런 취지와 부합한다. 또 유네스코 7대 과제 중 '표현의 자유와 표현 권한의 신장'과도 정확히 일치한다. 국채보상운동이라는 '운동'(Movement)이나 캠페인 성격으로 신청하는 것보다 기록문서(Document Register)로 접근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심사과정에 많은 변수가 있을 수 있나.

▶유네스코 심사위원단에는 일본계 인사들이 많이 포진해 있다. 유네스코 총장 이리나 보코바 여사의 보좌진에도 일본인이 있다. 이들이 '항일' 성격의 운동에 동조하지 않을 것이라는 건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금영철 교수가 걸어온 길

1956년 경북고를 나와 경북대 사범대 역사학과를 졸업했다. 연세대 대학원에서 마케팅을 전공하고 미국 시턴홀 대학(Seton Hall)에서 경영대학원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

1982년부터 2003년까지 대구대 경상대학 교수를 지냈으며 한국섬유산업연합회 자문위원(1985~89), 밀라노프로젝트 자문교수(1989), 대구미문화원장(2002~2006)을 역임했다.

'프랜차이즈 유통관리' 외 다수의 저서가 있고 2003년 교육공로무궁화장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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