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익기 씨 "문화재청 1조 감정…난 수조원 된다고 생각"

입력 2015-10-09 01:00:06

침묵 깬 훈민정음 상주본…"1천억원 크지만 피카소 그림 1장값도 안 돼"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의 행방을 유일하게 알고 있는 배익기 씨가 7일 매일신문과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고도현 기자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의 행방을 유일하게 알고 있는 배익기 씨가 7일 매일신문과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고도현 기자

훈민정음 상주본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배익기(52'상주) 씨는 7일 기자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문화재청과 검찰, 경찰 등 국가기관이 위증자들의 말만 믿고 결백한 (나를) 상주본 도둑으로 몰아가는 큰 과오를 저지르는 바람에 상주본이 7년 동안 숨겨져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국민들이 훈민정음을 볼 수 없는 이유를 당국의 탓으로 돌렸다.

※ 아래 일문 일답

-지역민들은 물론, 국민 전체가 하루빨리 훈민정음 상주본을 보길 학수고대하고 있다. 지금까지 공개하지 않은 이유는 돈 때문이었는가?

▶입장을 바꿔보자. 자신의 모든 것이나 다름없는 귀중한 것을 훔친 것도 아닌데 자기 재산 아니라고 그냥 내놓으라고 한다면 솔직히 내키는 일인가? 훈민정음은 국민들뿐만 아니라 나한테도 소중한 것이며 전부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국가는 죄 없는 나를 상주본을 훔친 도둑으로 몰아 1년 동안 옥살이를 시키고 그냥 가져가려고 했다. 그동안의 진상부터 규명돼야 한다.

-민사소송에서 승소했던 법적 소유권자 조모(2013년 사망) 씨가 수년 전 국가에 상주본 기증식을 했었다. 당신은 법적으로 소유권이 없지 않은가?

▶나를 도둑으로 몰아 재판도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상주본도 없이 문화재청과 조 씨가 합의해 일방적으로 한 것이어서 원천무효다. 상식을 벗어난 코미디 같은 일이었다. 모든 것이 잘못됐다. 이런 걸 따지면 훈민정음 해례본은 영원히 공개할 수 없다.

-2012년 9월 절도 혐의 항소심 법정에서 재판부가 당신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해례본을 공개하고 전문가들에게 맡겨 후손들을 위해 잘 보존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당신은 "그렇게 하겠다"고 하지 않았나?

▶그랬던 것은 맞다. 하지만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대통령이라고 자기 말한 대로 다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 약속 때문에 딴 데 안 팔고 국가로부터 10%만 받고 내주려고 하는 것이다.

-지난 3월 당신의 집과 고서적이 모두 타는 화재가 발생했는데 당시 상주본 일부가 도난되거나 훼손됐다고 하지 않았나? 그럼 상주본 가치도 떨어지는 것 아닌가?

▶그때 훼손됐다고 말한 것은 맞다. 훼손 여부는 더 이상 확인해 줄 수 없다. 조금 훼손됐다 하더라도 훈민정음의 가치는 큰 영향이 없다고 생각한다. 훼손 안 됐으면 더 받는 거고, 훼손됐다 하더라도 1천억원은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1천억원은 엄청난 금액이다. 받을 수 있을 것 같나?

▶1천억원은 어찌 보면 엄청난 것이지만 국보급인 훈민정음의 가치와 견주면 그리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피카소 그림 1장 값도 안 된다. 문화재청이 당시 감정한 뒤 1조원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했는데 나는 수조원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보상과 관련해 당국의 제의는 없었나?

▶문화재 당국으로부터 보상에 관한 제의가 있었다. 검토한다고 했는데 아직 답변이 없다.

-끝으로 할 말은?

▶나는 영원히 세상 빛을 볼 수 없었던 상주본을 발견한 유일한 사람이고 소장자임을 모두가 알아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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