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으니 오지 마라" 손가락질할 때 가슴 아파"
몽골에서 온 대학생 로잔(22) 씨는 얼굴의 절반이 새카만 점으로 뒤덮인 '선천성 모반증'을 갖고 태어났다. 왼쪽 볼, 관자놀이, 눈밑이 온통 커다란 점과 털로 뒤덮여 있다.
로잔 씨는 한창 놀러다니고 예쁘게 꾸미고 싶은 나이지만 사람이 다니는 곳은 가지 않는다. 사람들이 호기심으로 보는 시선과 함부로 내뱉는 말이 싫기 때문이다. 현재 몽골국립대학교 의과대학 5학년에 재학 중인 로잔 씨는 치료를 끝내고 몽골로 돌아가 훌륭한 의사가 되는 게 가장 큰 꿈이다. "평생 얼굴을 못 들고 살았던 한을 이번 기회에 풀고 싶어요. 그리고 저처럼 상처가 있는 환자들에게는 마음까지 치료해주는 의사가 되고 싶어요."
◆오기로 공부해 의대 진학
로잔 씨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주위에 친구가 있었던 적이 없다. 어렸을 때부터 등'하교를 제외하고는 집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않았다. 학교에 갈 때는 늘 모자를 깊게 눌러 쓰거나 커다란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다. 학교 친구들은 물론 지나가면서 얼굴을 처음 본 사람들까지 "사람이 아닌 괴물이다" "옮으니 가까이 오지 마라"며 손가락질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부터 로잔 씨의 유일한 소통 창구는 책과 공부뿐이었다.
"버스를 타려다 쫓겨나거나, 상점에 들렀는데 당장 나가라는 말을 수없이 들어봤어요. 저는 책을 통해 세상을 배우는 게 가장 마음이 편하고 즐거웠어요. 저를 무시하거나 방해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으니까요."
집에서 두문불출하며 책만 파고든 로잔 씨는 초'중'고등학교 시절을 통틀어 공부로는 늘 최상위권에 속했다. 로잔 씨는 어렸을 때부터 공부를 잘해 크게 성공하면 더는 외모로 차별받는 일은 없겠다고 생각했다. 의사의 꿈을 가지면서는 자신처럼 몸과 마음의 상처가 있는 환자를 돌봐야겠다는 목표도 생겼다. 그 결과 몽골 학생이라면 모두가 선망하는 의과대학에 들어갈 수 있었다.
"공부를 잘하니 학교 친구들이 더는 쉽게 생각하지 않는 것도 제가 공부에 매진하게 된 계기였어요. 학창시절에 외모로 상처를 받는 일이 있으면 오히려 오기가 발동해 이를 더 악물고 공부했어요."
◆수술은 했지만…
로잔 씨는 그토록 바라던 의대에 진학하고 평생의 한을 푼 것 같았다. 아버지 홀로 버스 운전을 하며 여섯 식구를 먹여 살리는 어려운 상황에서 로잔 씨의 가족도 뛸 듯이 기뻐했다. 하지만 행복한 시간도 잠깐이었다. 대학교에 가서도 함께 웃고 떠들 친구가 없긴 마찬가지였다.
그러던 중 로잔 씨에게 견디기 어려운 시련이 찾아왔다. 지난해 처음으로 실습을 나간 한 종합병원에서 환자 대부분이 자신에게 치료받기를 거부한 것이다. 의사가 되면 행복한 삶이 보장될 것이라는 꿈이 좌절되는 순간이었다.
"치료를 해주고 싶어 가까이 다가갔을 때 환자들이 다 저를 무서워했어요. 제 모습을 보고 울면서 자지러진 아이도 있었어요. 그때 처음으로 아무리 노력을 해도 제가 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 길로 로잔 씨는 학업을 중단했다. 그리고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한국으로 시집온 언니의 집에 머물며 병원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몽골에서는 수술할 인력, 장비가 열악해 치료할 엄두도 못 냈는데, 한국의 병원에서는 수술 방법이 있었던 것이다.
로잔 씨는 지금까지 총 3차례 피부이식수술을 받았지만, 지금부터가 걱정이다. 점의 부위가 깊고 넓어 추가 수술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또 병원에서는 어릴 때 치료를 하지 않아 양쪽 볼 근육과 뼈 비대칭이 심해 성형수술을 받지 않는 이상 많은 사람 앞에 서는 것은 옛날과 마찬가지로 힘들 것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로잔 씨의 수술, 병원비에 들어간 돈은 약 1천만원. 앞으로 필요한 성형수술 비용까지 합하면 최소 3천만원은 더 필요하다.
몽골에서 아버지가 버스 운전기사로 버는 한 달 수입은 한국 돈으로 약 20만원. 치료비를 마련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예쁜 모습은 바라지도 않아요. 그저 남들처럼 정상적인 얼굴을 갖고 환자들에게 거리낌 없이 다가갈 수 있는 의사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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