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상어·흉상어·철갑둥어…경북 동해안 아열대 어종 습격

입력 2015-10-06 19:41:14

포항·영덕서 고래상어 잇단 발견, 남해안 어종 성대·보리멸도 북상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은 6일 흉상어, 철갑둥어 등 아열대나 열대 어종들이 최근 동해안에 잇따라 출현하고 있다고 밝혔다. 맨 위부터 강구 앞바다에서 잡힌 흉상어, 영덕군 축산리 정치망에 잡힌 고래상어, 철갑둥어의 모습. 연합뉴스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은 6일 흉상어, 철갑둥어 등 아열대나 열대 어종들이 최근 동해안에 잇따라 출현하고 있다고 밝혔다. 맨 위부터 강구 앞바다에서 잡힌 흉상어, 영덕군 축산리 정치망에 잡힌 고래상어, 철갑둥어의 모습. 연합뉴스

경북 동해안 어종의 아열대화가 눈에 띄게 진행되고 있다. 해마다 수온이 상승하며 아열대 어종이 빠르게 북상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21일 포항 남구 호미곶면 인근에서 길이 약 4m, 무게 약 300㎏의 고래상어가 그물에 걸려 죽은 채 발견됐다. 이보다 일주일 앞선 지난달 14일에도 영덕 인근에서 길이 5m, 무게 약 400㎏에 달하는 고래상어가 어민이 쳐둔 그물에 걸려 13만원에 위판됐다.

세계적 멸종위기인 고래상어는 이름과 달리 플랑크톤을 먹고 사는 온순한 동물이다. 주로 아열대 지방의 넓은 바다에서 산다.

포항수협 관계자는 "남해안도 아니고 경북 동해안에서 아열대 어종인 고래상어가 한 달 사이 두 번이나 잡힌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했다.

고래상어처럼 덩치 큰 물고기뿐만 아니다. 작은 물고기들의 변화는 이미 상당 부분 나타났다.

십수 년 전만 해도 포항을 찾은 낚시꾼들의 주 표적은 물가자미와 감성돔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성대와 보리멸 등 주로 남해안에서 잡히던 어종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또 남해안과 제주도에서나 볼 수 있던 꼬치삼치와 흑가오리 등도 여름이면 눈에 띈다.

포항 남구 구룡포읍을 자주 찾는다는 한 낚시꾼은 "6일 하루 동안에만 성대를 10마리 이상 잡았다. 심지어 제주도에서만 봤던 자리돔까지 올라와 깜짝 놀랐다"면서 "다음부터는 아예 남해안으로 출조 갈 때처럼 장비를 고쳐서 가져와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경북 동해안 대표 어종인 오징어의 경우 2000년 이후 경북 동해안의 전체 수산자원 중 차지하는 비율이 약 17%나 감소한 반면, 강원 동해안에서는 그만큼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수온도 최고 0.2℃가량 높아졌다. 비록 어류들이 민감하게 체감할 수 있는 온도 변화는 아니지만, 이들의 먹이인 플랑크톤에게는 급격한 변화다. 플랑크톤 등 먹이들이 북상하고 있기 때문에 경북 동해안의 대상 어종들도 덩달아 북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 박정호 수산생태 담당은 "수온 상승 등 생태계 변동이 나타나고 있어 어업 형태 변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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