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이슬람 국가 말레이시아가 살아가는 요령

입력 2015-10-06 01:00:08

1967년 포항 출생.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석·박사. 중국 사회과학원 법학연구소 박사후과정
1967년 포항 출생.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석·박사. 중국 사회과학원 법학연구소 박사후과정

종교 자유 허락한 유일한 무슬림의 나라

이슬람 자본 유인 '동남아의 스위스' 기대

높은 외국 자본 의존·계층 간 불평등 속

새마을 운동 경험한 한국이 파트너 돼야

약육강식의 국제사회에서 '융통성'과 '다양성'은 최고의 생존 요령입니다. 대표적인 국가가 말레이시아입니다. 무슬림의 나라 말레이시아는 국교를 이슬람으로 명시하고 있지만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유일한 국가입니다. 인구의 50%를 점하는 말레이시아계는 대부분 무슬림이지만 중국계 34%와 인도계 7%, 그리고 기타 외국인들은 불교, 힌두교, 기독교 등의 신앙을 가질 수 있습니다. 정치도 특이합니다. 13개 주로 구성된 연방형 입헌군주제를 택하고 있습니다. 1957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원래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에 걸쳐 존재했던 말레이 왕국의 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9개 연방은 여전히 왕족이 다스리고 있는데 족장이 주정부를 대표합니다. 4개 주는 대표를 임명할 수 있는 실권을 가진 다수당의 총리가 있지만, 왕도 존재합니다. 국왕은 4년 임기로 9개의 왕국에서 순번제로 담당하고 있습니다. 연방제이고 순번제로 임명되기 때문에 상징적 존재에 불과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제정일치사회인 말레이시아에서는 국왕이 제사장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그 영향력이 작지 않습니다.

말레이시아의 융통성과 다양성은 역사적 깊이와 경험에 근원합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부터 시작된 말레이는 인도의 영향으로 불교, 힌두교, 이슬람교가 전래되었습니다. 상업적 교역이 시작된 후 중동의 이슬람 국가, 명'청대의 중국과 교류가 활발해지자 자연스럽게 중동과 중국 문화가 융합되는 장이 되었습니다. 근대 식민지 시기에는 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국을 통해 서구 문화도 유입되었습니다. 한마디로 동서양 문화의 총결집소가 된 것입니다.

그런 말레이시아가 최근 '학습'을 '적용'하면서 욕망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이슬람 자본을 유인하여 동남아의 스위스가 되려는 꿈입니다. 지난해 말레이시아 총리 라작은 반부패위원회를 내세워 부패관리들을 색출하고 일망타진한다고 공언한 바 있지만 실제는 IS 세력으로 추정되는 자들을 색출하여 구금하였습니다. 의도는 과격테러단체로 지목된 IS에 대한 입장정리를 한 것입니다. 실제 말레이시아 정부는 이슬람테러단체들에 대해 자제를 당부하는 발언을 하고 이들과 말레이시아가 구분된다는 것을 여러 차례 표명한 바 있습니다.

라작은 말레이시아가 필요한 혁신정신을 수용, 우호관계, 사회정의라고 정리하면서 싱가포르와는 고속전철을 연결하고, 인도네시아와도 화해를 주선하는 모습을 보이는 동시에 서양사회에 대해서도 구애를 표시했습니다. 라작의 관용과 수용 조치는 말레이시아가 중동전쟁의 자본피신처가 되는 데 유리할 것입니다. 그래서 자산규모 2위인 CIMB은행, 4위인 RHB캐피탈과 MBS은행의 합병으로 총자산 1천890억달러 규모의 거대 이슬람은행을 출범시키려 합니다. 자유시장의 국제질서에서 국가의 발전은 궁극적으로 자본의 총량에 달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말레이시아의 전략은 아주 적절한 것입니다. 중동 자본을 유인하여 국제이슬람금융의 중심이 되면 아시아금융, 나아가 세계의 금융 중심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문제는 말레이시아 자신입니다. 높이가 452m에 이르는 쿠알라룸푸르 시티센터(KLCC)의 쌍둥이 빌딩에 각종 명품이 가득하고 1인당 GDP가 1만달러가 넘는다고는 해도 광활한 팜농장의 주인은 여전히 외국 자본가입니다. 대부분의 말레이인은 아직도 팜농장의 농노, 공장 근로자, 호텔 직공으로 살고 있습니다. 마하티르를 포함한 정치인들이 말레이의 정신, 이슬람을 내세워 배고픔이나 불평등을 유보시켜왔지만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열린 사회의 틈을 비집고, 종교의 장막을 뚫고 나오는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중동의 이슬람 자본들은 말레이시아를 믿고 돈을 맡길까? 중국과 인도라는 두 마리 고래 사이에 끼인 말레이시아 새우의 생존법은 무엇일까? 유일한 대안은 새로운 파트너를 찾는 것입니다. 말레이시아의 넓은 국토를 재생시키고 이슬람 자본을 유치하고 관리할 수 있는 공동의 파트너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상대는 새마을운동과 발전 경험을 가진 대한민국이 최적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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