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弘益), 자비(慈悲), 대동(大同), 사랑'은 언제 어디서 들어도 기분 좋다. 왠지 휑하니 텅 빈 가슴을 채우는 것 같은 느낌마저 주는 단어다. 물론 '단군과 석가, 공자, 예수'를 연상시키는 단어이기도 하다. 네 낱말에는 네 위인이 후손에 전하는 불멸의 정신을 담고 있다.
따라서 네 분은 과거에도 그랬지만 어쩌면 앞으로도 영원히 기릴 위인이 틀림없다. 오늘날 후손이 네 위인과 관련한 특별한 날에 축제같은 기념행사를 갖는 까닭이다. 기념행사는 그 정신을 잊지 않고자 함이다.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려 나라를 연 홍익정신의 단군을 기리는 개천절도 바로 그 일환이다.
그제(3일) 오전 11시부터 팔공산 비로봉 천제단에서는 청명한 가을 날씨 속 대구시민, 등산객 등 200여 명이 모여 4348년 개천절을 기념했다. 대구의 시민단체인 대구국학운동시민연합이 연 기념식에서 참석자는 개천절 노래를 부르고 나라와 국민, 대구와 시민 안녕을 빌었다. 이곳에서 개천절 행사가 열린 것은 2003년부터. 대구 '달구벌 얼찾기 모임'이란 단체가 2002년, 신라 때부터 오악(五岳)의 하나인 중악(中岳) 팔공산에서 하늘에 제사를 올린 천제단을 찾아낸 뒤 시작했다.
고려 때까지 이어진 제천의식은 유학 왕조의 조선 이후 끊어졌다. 세월이 흘러 팔공산에 군부대가 주둔하고 통신사와 방송사의 철탑이 어지럽게 비로봉 천제단 정상 일대를 점령하면서 천제단과 제천의식은 더욱 잊힐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발견된 만큼 관심도 컸다. 경북대 사학과 문경현 명예교수는 "팔공산 천제단은 (강화도) 마니산 참성단과 태백산 천제단, 지리산 노고단과 마찬가지로 우리 민족의 성지"라며 "대구에서도 개천절을 기념할 만한 문화재"라고 평가했다. 2004년 얼찾기 모임이 천제단 아래에 유래를 기록한 작은 비를 설치한 이유도 그래서다.
하지만 천제단은 초라하다 못해 볼썽사납기까지 하다. 언제부턴가 손바닥 크기의 천제단을 둘러싼 2중 철조망에 꽉 갇혔다. 그러다 보니 행사 때마다 곤욕이다. 그나마 올해 처음 당국의 지원으로 주변 일부를 정비했지만 가시 철조망은 방송사와 관련돼 손조차 댈 수 없었다. 처음부터 갇힌 신세는 아니었지만 철망 보강으로 지금의 '불가촉 보호망'이 생겼다. 단군을 기리는 한 뼘 자리조차 못 갖춘 후손 눈에 비친 방송탑의 위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게 허공에 치솟아 그저 부끄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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