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들 위해서" 교육 재능기부에 빠진 영재들
지난달 20일 찾은 대구과학고등학교 본관 7층 인문사회관. 크고 작은 10여 개의 강의실마다 몇 무리의 학생들이 머리를 맞대고 공부하고 있다. 그중 일부는 칠판 앞에서 과학 개념을 설명하고 수학 문제 풀이를 하고 있었다,
이들은 대구과학고 학생들과 대구지역 6개 중학교(신기, 경진, 대구, 제일, 황금, 정화중)에서 찾아온 학생들이 멘토-멘티 관계로 매주 일요일 오전에 만나고 있다. 교육기부 프로그램 참여를 통한 나눔과 배려 문화 조성을 위해 만들어진 대구과학고 '꿈'희망'미래 STEP UP' 동아리 학생들(멘토 37명)이 중학생 동생들의 공부를 도와주는 것.
대구과학고는 6개 중학교와 MOU를 맺고 학교별 신청자를 대상으로 매주 3시간 수학,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등 희망하는 과목의 교과학습 지도 및 멘토의 학습경험을 '전수'하는 의미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STEP UP' 동아리는 지난 2013년 인근 황금중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멘토-멘티 활동을 하다가 올해부터 대상 학교를 확대, 54명의 중학생에게 학습 도우미 역할을 수행한다.
중학생들은 자신이 공부하고 싶은 과목을 선택하고, 기본'심화'탐구 등 수준별 맞춤형 수업을 두 학기 동안 지도 받는다. 대구과학고 멘토들은 학습뿐만 아니라 교우 관계, 진로에 관한 고민 등에 대해서도 동생의 눈높이에서 조언한다.
3년째 재능기부 활동을 해온 동아리 부장 고대력 학생(3학년)은 "고교생의 입장에서 휴일에 시간을 뺏기는 것이 입시에 방해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봉사의 숭고한 의미를 느끼는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했다. 대구과학고에서도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해 온 그는 이미 'KPF 총장 장학생'으로 카이스트 입학이 결정됐다.
임효경 멘토(1학년)는 "지난해 입학 준비를 하면서 과학고 학생 누군가가 내게 진학 관련 정보를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마침 멘티가 수학, 과학에 관심이 많은 학생이고 과학고를 지망하기에 더욱 도와주고 싶다"고 했다.
함정헌 멘토(1학년)도 "가르치는 것에 흥미가 생겼다. 학교 선생님의 수업을 들을 때 흥미있고 효과적인 지도 방식을 기억했다가 멘티 수업에 접목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멘토의 지도를 받는 동생들은 어떤 느낌을 가지고 있을까.
황금중 김지영, 박지현 학생은 "과학고는 평소 막연한 동경의 대상이었다. 이곳에서 멘토와 1대1로 공부하면서 과학고로 진로를 정하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경진중 이지윤 학생은 "학교 선생님이 설명할 때 몰랐던 부분을 내가 이해할 때까지 친근하게 알려줘서 고마움을 느꼈다"고 했다.
김미영 동아리 지도교사는 "학생들이 가진 재능으로 의미 있는 봉사를 한 경험은 졸업을 하고도 자신의 삶을 풍부하게 가꾸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했다.
대구과학고 박은행 교감은 "올해 들어서 STEP UP 동아리 활동을 대구지역 전체로 확대했지만 현실적인 제약으로 멘티 학생을 50여 명밖에 받지 못했다"면서 "앞으로는 동구, 북구, 서구 등 학원 혜택이 어려운 지역의 학생 참여 비중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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