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간 삼성 라이온즈 홈구장, 정규 시즌 마지막 경기 치뤄
'34년 함께한 대구시민야구장, 이젠 역사의 뒤안길로!'
대구시민야구장이 34년간의 삼성 라이온즈 홈구장 임무를 마치고 2일 야구팬들에게 작별을 고했다.
1948년 지어져 1982년 프로야구 출범으로 삼성의 홈구장이 된 북구 고성동 시민야구장은 낡고 오래된 시설 탓에 '최악의 구장'이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지만 야구팬들에게는 수많은 추억과 감동을 선사한 구장이었다.
이날 시민야구장에서의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를 보려는 야구팬들로 인해 삼성과 kt의 경기는 며칠 전부터 이미 매진이었다. 야구장을 찾은 많은 시민은 현장에서 표를 구하지 못해 비싼 값에 암표를 사거나 아쉽게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이날 오후 5시. 경기 시작 1시간여 전인데도 시민야구장 앞은 마지막 경기를 보려는 이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굿바이 대구시민야구장'이라는 글귀와 함께 커다랗게 내걸린 야구장 사진 앞에서 마지막 추억을 남기려는 이들은 연신 사진을 찍었다. 딸아이와 함께 야구장을 찾은 조현수(37) 씨는 "처음 이 야구장을 찾았을 때가 초등학생이었는데 이제 곧 딸이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시민야구장은 함께 자라온 형제 같다. 오늘로 마지막이라니 왠지 짠하다"고 했다.
시민야구장에서 특별한 추억을 가진 팬들은 아쉬워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야구팬 이지승(29) 씨는 "지금은 돌아가신 아버지의 손을 잡고 처음 이 야구장에 왔었다. 아버지의 추억이 담겨 있는 곳이라 개인적으로 더 의미가 깊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시민야구장 주변 상인들은 만감이 교차한다는 반응이었다. 야구장 맞은 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예전에는 야구장에 온 손님들이 식사하고 가기도 했지만 요즘엔 다들 치킨을 먹다 보니 장사 재미가 없다. 야구 하는 날에는 가게 앞에 불법주차 차량이 많아 불만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상인도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야구팬들이 북적이는 모습이나 함성 등이 이 동네만의 특색이었는데 이제 그런 풍경이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섭섭하다"고 했다. 슈퍼를 운영하는 한 상인도 "야구장을 찾는 시민들에게 물과 맥주 등을 팔아 자녀들 대학을 보냈다. 야구 덕분에 먹고살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야구장에서 경기를 한 번도 관람하지 못했다. 내년에는 꼭 새로운 야구장을 찾아갈 생각이다"며 웃었다.
시민야구장과 함께했던 추억의 선수들도 마지막을 함께했다. 삼성 라이온즈 출신으로 당대 최고의 스타였던 박충식, 양준혁, 이만수가 각각 시구, 시타, 시포를 맡아 그라운드에 들어서자 팬들은 열광했다.
내년부터는 대구 수성구 연호동 대공원역 인근에 들어서는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프로야구가 펼쳐지게 된다. 새 야구장은 지하 2층, 지상 5층 규모에 수용인원 최대 2만9천 명을 자랑한다. 이날 야구팬들은 아쉬움을 뒤로 하고 새로운 구장에 대한 기대감에 들뜨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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