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지내고… "할 말 있어요!"] 올케가 손위 시누이에게-손윗동서가 손아랫동서에게

입력 2015-10-03 01: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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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두사 시(媤)가 붙은 이들은 가깝지만 어려운 사이다. '시'는 시부모가 가장 대표적이지만, 한 가지에서 자란 형제 자매간에도 손위와 손아래라는 관계에 따라 불편함이 생긴다. 평소의 관계도 어렵기만 한데 명절이나 집안 행사 때 '시'의 기운은 더욱 팽창하고, 며느리들은 온갖 신경전으로 피곤함이 배가된다. 그래서인지 시댁에서 돌아오는 차 안은 시댁에서 싸준 음식보다 시댁 식구에 대한 불만이 더 넓은 공간을 차지한다.

하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시댁 식구가 마냥 힘들게 하는 것은 아니다. 관계의 어려움은 원활하지 않은 소통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말한 사람의 의도는 그게 아니었는데 듣는 사람은 상처를 받게 되는 경우는 '시월드' 밖에서도 흔히 일어나지 않는가. 지금부터 들여다볼 편지도 시월드에서 앞으로 더 나은 관계를 위한 소통의 일환이다.

◆올케가 손위 시누이에게 전하고픈 마음

# 이모 씨(40대 초반'직장인'대구 중구 삼덕동)

큰형님, 이렇게 뜻하지 않게 편지를 드리게 되니 어떤 말을 먼저 꺼내면 좋을지 무척 망설여집니다. 추석 지나고 뒷정리는 다 하셨는지, 혹시 몸살이라도 나신 건 아닌지 궁금하고 염려되네요.

문득 7년 전 시댁 어른 중 가장 먼저 큰형님께 인사드리던 날이 생각납니다. 이미 며느리를 보시고 손자까지 있으셨던 형님인지라 감히 '형님'이란 호칭으로 부르기조차 어려웠는데, 그런 제 마음을 이해하셨는지 편하고 너그럽게 감싸주시던 그 모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그런데 사람이란 얼마나 간사한 동물인지 한 해 두 해 지나면서 형님께 가졌던 고마운 마음도 어느새 빛이 바래 가끔은 서운한 일도, 속상한 일도 생기더군요. 이번 추석에도 네 살배기 제 딸을 두고 "왜 다 큰 애를 어린이집에도 안 보내고 끼고 있느냐"라는 말씀에 그만 마음이 상해버렸답니다. 걱정해서 하시는 말씀인 줄 알면서도 그건 어디까지나 머릿속 생각일 뿐 가슴에선 '키워주시는 것도 아니면서 웬 간섭인가…' 싶은 비뚠 마음이 들었던 거지요.

그러고 보니 명절 때마다 가족으로서 걱정하시는 말씀이 오히려 저를 아프게 해 몸보다는 마음이 힘든 경우가 많았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한껏 시무룩해 있는 저를 이래저래 달래는 남편도 겉으로는 제 편을 들어주지만, 별일 아닌 일에 속상해하는 저를 이해 못 하는 것도 같습니다.

그래도 시간이 약인지라 며칠 지나면 또 언제 그랬느냐는 듯 덮어뒀는데 오늘 이렇게 편지를 쓰면서 되돌아보니 당시에는 제 감정에 휩쓸려 미처 보지 못했던 부분이 보여요.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가정을 이뤄 사는 모습이 형님 보시기엔 안타깝고 걱정스러워 건넨 말인데 제가 예민하게 받아들여 뾰족하게 군건 아닌지. 또 명절 때나 돼서야 의무처럼 연락드리고 평소엔 전화 한 통 없는 얄미운 올케는 아닌지. 그동안 제 마음만 들여다보느라 형님 입장은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단 생각이 듭니다.

시누이와 올케, 어찌 보면 정말 귀한 인연으로 맺어진 사이지요. 한 남자를 만나 사랑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모르던 사람이 사랑하는 이의 누나가 되고 형님이 되고 또 제 아이의 고모가 되었습니다. 그 인연이 준 무게를 생각한다면 그 누구보다도 존중하고 배려해 드려야겠다는 다짐을 해 봅니다.

형님, 그동안 말씀은 못하셨지만 제게 서운했던 일 많으셨죠? 제 편지 받으시면 그런 마음을 담아 답장해 주세요. 기다리겠습니다.

◆손윗동서가 손아랫동서에게 보내는 편지

# 임모 씨(30대 후반'직장인'대구 달서구 상인동)

동서, 추석 연휴 동안 시댁 식구 챙기느라 수고가 많았지? 서로 멀리 있어서 자주 만나지도 못하고 명절 때나 되어야 볼 수 있으니 늘 아쉽고 그러네. 올해는 오래간만에 만난 조카들도 어느새 훌쩍 커서 의젓하니 보기만 해도 흐뭇하더라. 서울에는 무사히 잘 올라갔지?

그런데 동서, 시댁에 있는 동안 내 마음에 조금 걸리는 일이 있었어. 다름이 아니라 동서는 명절 때마다 바쁘다는 이유로 당일에 오거나 이번 추석처럼 음식 준비를 다 마치고 나서 도착하던데…. 사실 그동안 '동서나 나나 시댁에서 멀리 사는 건 같은 조건'이라는 생각에 그간 얼마나 얄미웠는지 몰라. 명절 음식 준비하면서 시어른 식사 준비하랴, 명절이라고 아버님께 인사 오는 삼촌들 술상 봐 드리는 일까지 혼자서 하느라 '힘든 건 나한테 다 맡기나?' 싶은 마음도 들더라. 그래서 괜히 반가우면서도 무표정한 얼굴로 싸늘하게 대하고 그랬어.

동서는 한동네에 사는 친정어머님이 편찮으시고 거동이 불편해서 친정 오빠들 올 때까지 챙겨 드리고 오느라 늦어지는 줄도 모르고 말이야. 동서나 서방님도 뾰로통한 내 얼굴을 보며 많이 불편했지? 그래도 싫은 기색 비치지 않았던 동서를 생각하니까 스스로 부끄럽기도 하고, 같은 며느리 입장이라 제일 많이 이해해줘야 함에도 내 생각만 하느라 동서 마음을 헤아리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 이런 내 마음을 동서 얼굴 보고 직접 전하지 못하고 편지로 대신하는 것도 미안해진다.

동서, 다음 설에 만날 때는 반가운 얼굴로 즐겁게 지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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