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대니 콜린스

입력 2015-10-02 02:00:00

알 파치노와 존 레넌의 거부할 수 없는 만남

알 파치노와 존 레넌의 결합이라니, 이 영화 그냥 지나치기는 힘들다. 1960년대 청년문화의 전성기를 경험한 관객이나 그 시절을 동경하는 관객이라면, 1940년생 동갑내기인 두 거장들의 컬래버레이션을 본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설렐 것이다. 영화는 놀라운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삼아 픽션으로 재구성한 영화다.

사건이란 이렇다. 비틀스 해체 후, 오노 요코와 함께 반전과 평화의 메시지를 담은 노래를 만들며 사회운동가로 변신한 존 레넌이 1971년 영국의 싱어송라이터 스티브 틸스턴의 인터뷰 기사를 읽는다. 21살의 신인가수로 주목받기 시작한 스티브 틸스턴은 음악 잡지 '지그재그' 인터뷰에서 성공과 부유함이 음악적 재능을 해치게 될까 봐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이제 발걸음을 뗀 음악인으로서 음악에 대한 고민이 많은 스티브에게 선배로서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던 존 레넌은 직접 손 편지를 써서 잡지사로 보낸다. 그러나 그 편지는 스티브에 전달되지 않았고, 2005년 미국의 한 수집가에 의해 존 레넌이 스티브에게 보낸 그 편지가 공개된다. 34년 만에 수신인이 존 레넌의 편지를 되찾은 것이다.

영화는 '만약 그때 그 편지를 받았더라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라는 상상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스티브 틸스턴은 그 이후 커다란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영화 속 대니 콜린스라는 허구 인물은 대형 록스타가 되었고, 34년 만에 손에 넣은 존 레넌의 편지를 보고서 망가진 인생을 다시 설계하기로 결심한다.

대니 콜린스(알 파치노)는 40살 연하의 약혼자와 요일별 슈퍼카까지 최고의 부와 명예를 누리며 살아가던 중 우연히 40년 전 존 레넌이 자신에게 보낸 편지를 받게 된다. 그 후 새로운 삶을 살기로 결심하고 월드투어를 취소한다. 매니저 프랭크(크리스토퍼 플러머)에게 지금까지 불러온 노래를 더 이상 부르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뉴저지의 한적한 호텔에 투숙해 새로운 인생을 찾아 나가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30년 만에 작곡을 시작한 그가 뉴저지로 찾아간 진짜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장성한 아들을 만나기 위한 것. 영화는 한 록스타의 자아 찾기를 아들과 가족 관계 회복의 여정으로 돌려놓는다.

음악이 주는 감동의 순간과 악동 이미지의 알 파치노 캐릭터를 잔뜩 기대했다면, 영화는 어쩐지 식상하고 심심하게 느껴질 것이다. 돈과 왕년의 인기 외에는 남은 것이 없는, 가련한 노년의 삶이 아들을 찾는다고 풍족해질 리 만무하다. 그렇다고 마냥 착하고 훈훈한 가족 드라마는 아니다. 대니 콜린스에 알 파치노라는 사람이 겹쳐져 보인다. 매너리즘에 빠져 허우적대는 슈퍼스타가 다시 젊은 날의 열정과 원기를 회복하려고 해보지만 대중들은 원하지 않는다는 설정은, 마치 왕년의 갱스터무비 스타 알 파치노를 원하는 관객에게 노인이 된 알 파치노는 유머러스하며 따스한 캐릭터라고 알려주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인다.

40대에 죽어버리고 신화가 된 존 레넌의 명곡들이 영화 러닝타임 내내 삽입되어 귀를 한껏 즐겁게 한다. 호텔리어이자 대니의 마지막 로맨스 대상이 되는 아네트 베닝의 잔잔하고 아름다운 미소가 마음을 달래준다. 실제 인물 스티브 틸스턴의 인터뷰가 담긴 쿠키 영상을 놓치지 말길 바라며, 그리고 진짜 마지막을 장식하는 존 레넌의 노래 '인스턴트 카르마'(Instant Karma)를 꼭 듣길 바란다. 원래는 가수가 되고 싶었다던 알 파치노의 울림이 깊은 주제곡 '아래를 보지마'(Don't Look Down)가 귓가에 나지막이 머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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