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소통은 배려의 마음에서 시작된다

입력 2015-10-01 01:00:05

대구 생활을 시작한 지 7개월째 접어드는 새내기입니다. 아직 도시 지리도 서툴고 만나는 분들도 조심스럽지만 그렇다고 조급한 마음에 너무 서두르지는 않겠습니다. 하나하나 배워 나가는 자세와 진정성을 갖고 일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저 자신이 대구시민의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을 거라 믿고 싶습니다.

제가 몸담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두 고객을 섬겨야 하는 조직입니다. 먼저 대구시민들의 따뜻한 사랑을 모아야 합니다. 그리고 모인 성금을 필요로하는 사회복지 현장과 어려운 이웃들에게 투명하고 공정하게 나누어야 하는 사명이 있습니다. 따라서 대구시민 모두가 고객이고 사회복지 현장이 또 하나의 고객입니다.

최근 대구 경기가 그리 녹록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어려운 기업, 가정이 넘친다는 뉴스를 들을 때면 성금을 모금하는 저희로서는 부담이 아닐 수 없습니다. 모금과 배분은 수레의 바퀴와도 같아서 어느 한 쪽만으로는 원만하게 굴러 갈 수 없습니다.

어느덧 한여름 무더위가 지나고 제법 바람이 선선해 옵니다. 이쯤 되고 보면 저와 직원들의 마음은 더욱 분주해집니다. 올해 들어 지난해 정도의 모금액은 달성했지만 앞으로가 문제입니다. 사실 일 년 모금 중 연말연시 두 달간의 모금이 전체 모금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다 보니 지금의 상황은 안심할 수 없습니다. 나눔의 DNA 정신이 살아 있는 250만 대구시민 여러분 모두 함께 사회복지 현장에서 힘을 모으는 일에도 관심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어느 선배님께서 모금이 기술이라면 배분은 예술이라고 표현하셨습니다. 이는 그만큼 배분이 중요하고도 어렵다는 표현일 것입니다. 사실 지난해 대구모금회는 연간 123억원을 모금하여 외형으로는 100억원을 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그러나 내면을 살펴보면 이 중 72%에 해당하는 89억원이 지정기탁 모금이었습니다. 지정기탁이란 이미 기부자께서 배분의 사용처를 정하여 기부해 주신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이를 제외한다면 사회복지 현장이 꼭 필요로하는 배분사업에 가용할 재원이 그리 넉넉하지 못한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다 보니 사회복지 현장의 욕구를 원하는 만큼 충분히 채워 드리지 못하는 저희만의 애로사항도 있다고 하겠습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존재 이유는 사회복지 현장과 어려운 이웃에게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비록 재원이 한정된 것은 사실이지만 한정된 재원 속에서도 가장 공정하고 효과적인 배분사업을 위해 사회복지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습니다. 다양한 방법으로 소통의 창구도 열어 두고자 합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주지하시다시피 사회복지 현장으로부터 배분사업을 신청받고, 심사하며, 배분을 결정하고 또 평가를 해야 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그래서 현장에서는 때로 본의 아니게 불편하다고 느끼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저희도 현장의 불편사항을 충분히 알고 있기에 늘 역지사지의 마음가짐으로 현장 중심에 서서 더 겸손하자고 매일 다짐하고 있습니다.

짧은 대구 생활 동안 대구모금회의 가장 급한 과제였던 회장님의 공석을 주변의 도움으로 새로이 모실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조금 더 쾌적한 공간에서 기부자 및 사회복지 현장의 동역자 분들을 모실 수 있도록 사무실 이전도 마쳤습니다. 이제부터는 한 분이라도 더 많은 기부자와 기업을 만나 열심히 모금하는 일에 진력하겠습니다.

바라건대 사회복지 현장에서도 저희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좋은 파트너로 생각해 주십시오. 또 지금처럼 많은 관심과 아낌없는 조언, 충고 또한 부탁하겠습니다. 친구 집을 방문하는 것처럼 언제든 편하게 오셔서 차 한 잔 하시면 어떠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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