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뻗어나가는 원전 기술…사우디에 2기 건설 '기술력 입증'

입력 2015-09-30 01:00:05

세계 최초로 '스마트 원전' 개발

공사 중인 신한울원전 1, 2호기. 우리나라는 원전 설비를 해외로 수출하는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원전 관련 기술을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매일신문 DB
공사 중인 신한울원전 1, 2호기. 우리나라는 원전 설비를 해외로 수출하는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원전 관련 기술을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매일신문 DB
대형 원전과 스마트 원전 개념도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대형 원전과 스마트 원전 개념도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사우디아라비아는 앞으로 20년간 800억달러를 투자해 16기 원자로를 건설하고, 2022년 첫 가동을 계획하고 있다. 2032년이 되면 전체 전력의 15%가 원전을 통해 공급될 예정이다. 생산전력의 100%가 석유와 가스에서 나오고 있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원전은 사우디에서 규모 있는 새로운 에너지 공급원이 될 전망이다.

현재 사우디는 매년 8%씩 증가하는 전력 수요 때문에 고민이 크다. 사우디 화력발전소의 전력생산에 투입되는 원유는 하루 110만 배럴 수준이지만, 20년 후에는 800만 배럴로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원유 투입 증가추세가 10년 동안 이어질 경우 수출 가능 원유량도 300만 배럴 이하로 가파르게 줄게 된다. 국가 수입 기반마저 무너질 우려가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사우디 정부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원자력에너지 도입을 결정하고, 관련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또 원전 기술력 확보를 위해 여러 원전 선진국들과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한국과의 협력은 2010년 원자력 협력 프레임워크 구축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듬해 원자력협력협정을 체결한 뒤 긴밀한 공조관계를 지속하던 양국은 지난해 2월 '사우디 원자력 인재양성-엔지니어링 현지화 로드쇼'를 가지며 원자력 협력정책을 보다 굳건히 다졌다.

최근 우리나라는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한 중소형 원자로 '스마트(SMART) 원전'을 시작으로, 사우디 원전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스마트 원전이 사우디에서 검증받는다면, 앞으로 이곳에서 예정된 원전 건설 사업에서도 한국기술이 다양하게 적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이달 초 사우디의 리야드에서 사우디왕립원자력신재생에너지원과 '스마트 원전 상세설계(PPE) 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은 올해 3월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순방 기간 중 한국과 사우디가 맺은 '스마트 원전 상용화를 위한 제휴 협정'을 구체화한 것이다. 협정에 따라 스마트 원전 2기가 현지에 건설될 예정이다.

스마트 원전은 2012년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소형 모듈형 원전으로, 완성까지 15년간 3천103억원이 소요됐다. 스마트 원전 발전용량은 기존 대형 원전의 10분의 1에 불과하지만 대형 원전을 짓는 비용(3조~4조원)이 없거나 전력수요가 많지 않은 나라에 적합한 에너지 공급원이라는 점에서 시장 전망이 밝다. 스마트 원전 비용은 1조원으로 비교적 저렴한 데다, 지역난방이 가능하고 바닷물을 민물로 바꾸는 해수 담수화 기능도 갖고 있다.

앞으로 양국은 3년간 1억3천만달러를 들여 스마트 원전의 상세설계를 공동으로 진행하게 된다. 비용은 한국이 3천만달러, 사우디가 1억달러를 부담한다.

먼저 사우디의 건설 환경에 맞춰 스마트 원전 기능을 변경하는 상세설계를 수행한다. 상세설계가 필요한 것은 원자로에서 발생하는 열을 물로 식히는 한국형 스마트 원자로를 물이 귀한 사우디 사정에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물이 아닌 공기로 열을 식히는 공랭식 방식으로 변경하는 상세설계가 마무리되면 실제 원전 건설이 곧바로 시작된다. 한국은 이번 사업의 성공을 위해 현지 연구인력 34명에 대한 교육과 현지 대학에 원자력공학과를 개설해 한국 원전 기술을 전수하는 방안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한수원 측은 "사우디에 스마트 원전이 최초 건설되고 성능이 입증되면 앞으로 20년간 건설이 예정된 세계 중소형 원전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이 상당히 높아질 것"이라며 "원전 건설 관련 기술에 있어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한국의 기술력에 대해 원전 도입국이 갖는 기대감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사우디 정부는 수도 리야드에서 서쪽으로 40㎞ 떨어진 내륙 도시 킹압둘라 아지즈를 첫 스마트 원전 건설 부지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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