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명절이 다가옵니다. 바쁘게 살아가는 생활 속에서 돌아보지 못했던 친지들의 안부도 묻고 이웃들과의 작은 정성을 주고받으며 명절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나눕니다. 흩어졌던 가족들이 모여서 오곡과일에 다양한 음식을 차려 조상님들의 넋을 기리고, 가족들의 잔치로 추석명절은 늘 풍요롭기만 합니다.
물론 다소 쓸쓸하게 보내는 사람들이 있기도 하고, 요즈음은 추석연휴에 해외로 여행을 가는 인파로 공항이 북적거린다고도 합니다. 하지만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로 명절은 주위의 어른들과 이웃들에게 정성 가득 담은 선물을 주고받으며 훈훈함을 나누는 것은 비슷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거리마다 가득 쌓인 선물상자들이며 오후 10시가 넘어서도 배달을 멈추지 못하는 택배차량을 보며 '과유불급'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됩니다. 작은 정성으로 서로의 마음을 전하던 것이 이제는 의례적인 인사치레가 되어 각종 선물들마저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원하지 않고 필요치 않은 선물을 받으면, 고맙다기보다는 뭔가 서운한 마음으로, 주고받은 이들이 편치 않았던 일들도 종종 있다고 합니다.
특별한 날만 되면 친지, 이웃, 고객들에게 어떤 선물을 해야 할지 전전긍긍하는 이들이 많다고 하지요. 회사에서 식사 때면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선물을 안 하면 섭섭할 것 같고, 딱히 고를 만한 것도 마땅치 않고…. 너무나도 다양한 선물 종류가 있는 것처럼 무엇을 고를지 고민도 동반하게 됩니다. 선물이 사람의 마음을 기쁘게 하지만 때로는 더욱 섭섭하게도 하고요.
하나 더 있습니다. 추석 연휴가 끝나고 나면 각종 쓰레기가 가득 담긴 배가 볼록한 봉지들이 각 거리 전봇대 아래 수북이 모여 있습니다. 그것과 비례해서 명절 연휴 후에는 많은 사람이 체중이 늘었다고 이야기합니다. 물론 혼자 먹는 것보다 다 같이 모이면 평소보다는 많은 양의 음식을 섭취하게 되겠지만, 체중이 늘고 유독 연휴 뒤 소화불량환자들이 평소보다 많다는 것은 많이 차려진 탓도 있겠지만 절제하지 못하고 먹은 탓이지요.
'과유불급'(過猶不及), '모든 사물(事物)이 정도(程度)를 지나치면 안 한 것과 같다'는 뜻으로, 중용(中庸)이 중요(重要)함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차라리 모자란 것이 낫다는 말이지요. 적절하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주관적이라 양을 측정할 수가 없지만 자신 스스로의 판단을 통해 적절한 양의 음식섭취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우리 불가에서는 발우공양이 있습니다. 발우란 스님들이 사용하는 그릇을 말하는 것이고, 그 그릇에 담긴 공양 즉 음식을 통해 수행을 함께함을 일컫는 것입니다. 먹을 만큼의 음식을 담아서 작은 티끌조차도 남지 않을 만큼 깨끗하게 비워야 합니다. 또한 마늘과 파, 부추, 달래, 흥거의 다섯 가지 음식은 금하고 있습니다. 흥거는 백합과의 식물로 한국과 일본, 중국에서는 구할 수 없는 식물이기에 한국 사찰에서는 양파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오신채는 냄새가 많고 자극이 강하여 마음을 흩뜨려 수행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금하고 있는 것입니다. 삶에 가득 찬 다양한 음식 앞에서 과식할 수밖에 없는 세속의 밥상과는 다른 차원이기도 합니다.
천지 만물에는 생명이 아닌 것들이 없습니다. 이러한 만물의 도움으로 우리의 식탁은 점점 풍요로워져 갑니다. 이번 추석연휴는 넘쳐서 아까운 줄 모르고 맛없는 것들은 남기고 버리는 것을 줄이고, 적당한 정성이 담긴 선물과 적절한 음식섭취로 건강도 지키고 마음도 넉넉한 한가위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가
내 덕행으로는 받기가 참으로 부끄럽네
마음의 온갖 욕심을 버리고 몸을 지탱하는 약으로 삼아
도업을 이루고저 이 공양을 받습니다.
-공양게송-
동화사 총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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