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숲 그늘 흔들리다
은빛 하얀 실을 물고 집을 짓는 아라크네
애면글면 가지마다 얼키설키 그물을 쳐
별빛도 달빛도 함께 숲 그늘에 부려놓고
회오리 몰아쳐도 허리 펴고 꼿꼿하다
응어리진 이령수인 듯, 쓰르라미 절창인 듯
소소히 일렁이는 바람, 참선방 죽비소리
구름 위 댓잎 물고 사붓 앉은 새가 되어
디딜수록 멀미뿐인 티끌세상 훌훌 털고
드높이 하늘을 난다, 엉킨 타래 풀고 있다
▷시 부문 우수상
정황수(67) 씨
전 우리은행 런던지점장
현 열린시조학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