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블록에 걸쳐 서점들이 빼곡했다. 지하부터 4층까지 오르며 층층이 책을 살피고 밖으로 나서면 바로 옆에 또 다른 서점이, 그 옆에 또다시 서점이 이어진다. 16곳 서점이 몇몇의 상점을 사이에 두고 징검다리처럼 들어서 있다. 특색 있는 서점도 여럿이다. 한 서점은 프로그래머들을 위한 책을 전 세계에서 다 모아놓은 듯 전문서적만으로 빼곡했고, 미술 관련 서적이 가득한 곳엔 학생으로 보이는 이들이 드로잉북을 펼쳐보고 있었다. 책상 가득 옛 책들이 놓인 서점에는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곳곳에 서서 책을 펼치고 계셨다.
대만 여행이 예정된 후에 기대하고 있던 것은 역시나 서점이었다. 관광객들의 필수코스로 유명한 청핑수덴(誠品書店)도 있었지만, 그보다 충징난루(重慶南路) 서점거리에 줄지어 있는 100년이 넘은 오래된 서점들에 대한 기대가 컸다. 가이드북에는 '대만 사상의 시작이라는 자부심이 가득한 거리'라는 부제를 붙여 서점거리를 소개하고 있었는데, 납득이 갔다. 어디든 서거나 앉아 책을 읽고 있는 이들이 있었고, 계산대는 쉴 틈이 없었다.
서점에는 수많은 매거진이 꽂혀 있었는데, craft(공예) 부문 매거진만을 따로 분류해 한 섹션을 만들었을 만큼 공예 부문 매거진이 다채로웠다. 그 같은 관심은 실제 상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가죽제품을 파는 곳에선 시간이 느껴지는 도구들을 펴놓고 주인이 가죽 물건을 만들고 있었고, 은반지를 파는 곳에서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나이 지긋한 분이 은반지를 만들고 계셨으며, 오카리나를 파는 곳에선 오카리나에 그림을 그리며 간간이 손님에게 대꾸를 해주고 계셨다. 공장에서 찍어낸 수많은 기념품들을 유통만 하는 상점이 아니라 한 곳 한 곳이 작은 공방들인 셈이다.
각각의 색을 뽐내며 늘어선 서점과 작은 가게들은 자신의 자리에서 꿋꿋이 자신의 것을 지켜내는 사람들, 또 그 가치를 알기에 그것을 소비하는 사람들이 함께 일구는 풍경이다. 100년 동안 서점들이 그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꾸준히 그곳을 찾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며, 그 순환이 지속되면 또 새롭고 다양한 것이 생겨날 여지가 생긴다. 결국 그곳에 가서 그것을 산다는 것은 '응원'의 의미를 내포한다. 예를 들면 CGV나 롯데시네마에서도 예술영화, 독립영화가 상영되지만, 내가 좋아하는 문화 공간이 계속 그 자리에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동성아트홀이나 오오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것이다.
다양한 시도를 가능하게 하는 작은 공간, 그리고 영감을 주는 장인들의 작품을 만날 때, 그곳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고 그 장인이 계속 작품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된다면, 구경하고 사진만 찍지 말고 서슴없이 지갑을 열자. 사소하지만 응원을 보내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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